踏筆不二(16) 耿耿

by 지린 posted Jun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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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林葛川書名薰

獻歲發春想惟新橲益茂遙賀萬萬生添齒以來眩暈增劇無稍平時節亦衰境常理奈何只以離索相遠無便奉話常爲耿耿耳今者縣城主在喪適因下人往聊達鄙情 정월입니다봄이시작되었습니다새기쁨이넘치고무성하기를생각하며멀리서그많음을축하합니다저는나이한살을더먹은이래로어지럼증이더해극에달해조금도평시절이아닙니다역시노경의이치가항상그러하니어쩌겠습니까다만무리를떠나서멀리혼자있게된이래인편이없어말씀을받들지못하였으니항상경경(耿耿)하였는데요즘지방관이상을당해마침그로인한하인이가게되어애오라지(聊부족하지만그런대로)비루한마음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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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지난 55회 시독에서 배운 서간문입니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인편이 없어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조차 보낼 수 없었던 차에, 마침 원님(縣城主)이 상을 당하여(在喪) 생기게 된 “하인 가는 길”에, 쪽지처럼 짧게 써서, 새봄을 맞는 그이의 안녕을 축원하면서 자신의 근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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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이 편지글이 “잘 쓴 글”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직 실력이 짧아 한문편지글의 수위가늠을 할 수는 없지만, 이 편지글은 그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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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을 배우면서, 실력이 있는 선비일수록 “글을 어렵게 썼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실력 있는 주체들은 쉽거나 상투적인 글자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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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는 경경(耿耿)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쉽고 외롭고 그립다”는 말이라고 알려주셨는데, 귀 옆에 불이 자꾸만 깜빡깜빡하여서, 잠 못 이루는 상황을 알려주는 재미있으면서도 애처로운 글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