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四鄰)을 도울 수 없다면,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

by 효신 posted Apr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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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의 사진>


그러고보니 너는 내게 말을 걸어오지 못한다. 너의 목소리나 표정은 처음부터 짐작조차 하지 않았다.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너의 움직임 때문에 나는 가만히 너를 지켜본다. 착해지려는 것이 아니다.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시공(時空)에서 너와 내가 공유하고 있는 순간은 어떻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일까. K님은 오란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아무도 모르게 !)  사린(四鄰)의 장소를 우리의 것이라 믿었던 오만이 어떤 결핍으로 다가오는 뒤늦은 깨침. 절망은 어떻게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들꽃 핀 산에 길을 만드는 정성으로 그 걸음으로 환해지는 사유의 조각들이 오란다의 집을 만든다. 우리들의 무덤이었을 오해를 넘어 그 가없는 존재를 본다. 맑게 개인 눈으로 다시 보는 너와 나를. 이제는 조그만 슬픔도 없이 나는 너에게 안녕이라고 말을 건넬 수 있을까. 


* 제목은 선생님 책,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