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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배우고 하염없이 비우면, 내 꼴에 대해서 외롭고 깊게 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그리고 '공부'의 일을 신뢰하게 되었다. 이 공부가 나를 이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첫 문장의 원문이 되는 선생님의 글(블로그)을 찾을 수 없어서, 원문 글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대략 기억을 따라 적은 문장이어서, 원문과 조금 다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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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가온 2021.07.14 11:26
    홍색(紅色)이 거록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을 뛰노더니, 이랑이 소래를 높이 하여 나를 불러,

    "저기 물 밑을 보라."

    외거늘, 급히 눈을 들어 보니, 물 밑 홍운(紅雲)을 헤앗고 큰 실오리 같은 줄이 붉기 더욱 기이(奇異)하며, 기운이 진홍(眞紅) 같은 것이 차차 나 손바닥 넓이 같은 것이 그믐밤에 보는 숯불 빛 같더라. 차차 나오더니, 그 우흐로 적은 회오리밤 같은 것이 붉기 호박(琥珀) 구슬 같고, 맑고 통랑(通朗)하기는 호박도곤 더 곱더라.

    그 붉은 우흐로 훌훌 움직여 도는데, 처음 났던 붉은 기운이 백지(白紙) 반 장(半張) 넓이만치 반듯이 비치며, 밤 같던 기운이 해 되어 차차 커 가며, 큰 쟁반만 하여 불긋불긋 번듯번듯 뛰놀며, 적색(赤色)이 온 바다에 끼치며, 몬저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해 흔들며 뛰놀기 더욱 자로 하며, 항 같고 독 같은 것이 좌우(左右)로 뛰놀며, 황홀(恍惚)히 번득여 양목(兩目)이 어즐하며, 붉은 기운이 명랑(明朗)하여 첫 홍색을 헤앗고, 천중(天中)에 쟁반 같은 것이 수렛바퀴 같하야 물 속으로 치밀어 받치듯이 올라붙으며, 항, 독 같은 기운이 스러지고, 처음 붉어
    겉을 비추던 것은 모여 소혀처로 드리워 물 속에 풍덩 빠지는 듯싶으더라. 일색(日色)이 조요(照耀)하며 물결에 붉은 기운이 차차 가새며, 일광(日光)이 청랑(淸朗)하니, 만고천하(萬古天下)에 그런 장관은 대두(對頭)할 데 없을 듯하더라.
    ———————

    조선 영조 때 의유당 김씨라는 여성이 쓴 동명일기입니다.
    고1 국어 교과서에서 가끔 보게 되는 글인데 동해의 일출을 묘사하고 있어요. 해가 떠오르기 전 바다에 비친 기운을 ‘소혀’로, 수평선 위에 조금 떠오른 모습을 손바닥 너비같은 숯불에, 수평선 그 위로 동동 떠오른 모습을 회오리밤, 하늘 위로 치솟은 온전함을 커다란 쟁반으로. 참 세세하게도 관찰을 해서 이렇게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왜 가능했으며, 관념의 깃발을 꽂느라 안달인 지금, 이제는 지쳐서 그마저도 하지 않고 제 동굴에 갇혀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저를 둘러싼 불모성에 미끄러지고 있을 뿐입니다.

    ‘하염없다’, ‘하염없다’ ‘하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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