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함께 집으로 간다. 하늘은 어데로 가고, 달은 물들지 않고 나와 만났다. 무한한 오랜 절망이 떠 있다가 차마 흘리지 못한 눈물로 무겁게 내려앉는 밤에 달과 함께 나는 만났다. 살고 지고, 어느덧 상처는 하얗게 빛난다. 그대의 뼈가 빛으로 부서지면서 나의 텅 빈 가슴에 뼈를 옮기어 살을 붙인다. 우리는 서로의 흰 빛을 나누리라. 빛은 어둠을 따라 나는 그대가 만든 그림자 안에 그대와 나는 조금도 어긋날 수 없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 모든 사소한 장면들이 손바닥만한 잎사귀 안에 웅크리고 낙엽처럼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바스락 거리는 껍질 사이로 발자국만큼 지워지는 시간, 달의 집을 향해 기우는 그림자와 그림자, 고요하고 둥글어진 이상한 세계에서 낮은 지붕들 위로 오르는 낯선 사람들은 언제나 달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나의 몸이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몸이 말을 미워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생활을 구제하기 위한 공부길에 맑아진 정신으로 개입하지 못하면 몸은 점점 말과 멀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말은 몸의 용납을 기다리지 못하고 또 어설프게 지껄여집니다. 언제쯤 몸과 화해하게 될 저의 말을 가질 수 있을지 그 찰나(刹那)와 영원성(永遠性)사이의 매개들이 환해져오는 슬픔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