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조각난 채로 구제한다
자기 구제의 공부가 근년의 주요한 관심사다. 위기지학爲己之學
의 이념이 있듯, 외려 ‘근본 이기주의’의 되치기 수법으로 각답실
지脚踏實地의 공부를 얻어 안팎으로 유익하고자 한다. 제 앞가림조
차 못 하는 학식, 이웃의 아픔에 무력한 고담준론, 평생을 붙들고
있어도 제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공부, 죄다 목구멍에 들러붙은
독버섯이나 진배없다. 앉은 자리는 오염되어 있고, 시선은 고르지
않으며, 제아무리 많은 지식으로도 지혜는 조각날 수밖에 없다.
불투명해도 깨단할 수 있고, 흔들리면서도 걷고, 조각난 지혜로도
세상을 살고 우주를 건넌다.(서언中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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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신간 <조각난 지혜로 세상을 마주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부족한 사람이 공부자리에 어울려 선생님께 빚진 바가 적지 않습니다.
세상과 우주를 건너는 이치와 앎의 한계 속에서 인간됨으로 겸허해지는 존재의 빛(曦光)을 배웁니다.
공부와 더불어 빚어지는 생활 속에서 제가 선 자리를 소외시키지 않는 장소(성)의 빛(小窓多明)을 배웁니다.
만장홍진(萬大紅塵)의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 사람의 말이 내는 길(狹地)의 빛(晦明)을 배웁니다.
그리고 또 다시 <조각난 지혜로 세상을 마주하다>를 통해 “각답실지脚踏實地”의 공부를 알려주십니다.
축원과 함께 깊은 감축의 말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