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교통문화: Systemic Flexibility & Mutual Respect

by 늑대와개의시간 posted Mar 0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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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교통문화: Systemic Flexibility & Mutual Respect

 

그리 길지도 않은 영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저는 그만, ‘전에 없던운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감각하고, 한동안 한국식 운전의 기억을 더듬는 사회적응의 시간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것은 물론 몸과 습()의 문제이겠지만, 또한 타자를 통해서만 가능한 저만의 오솔길 체험이기도 했습니다. 이방인으로서 목격한 그들의 풍경을 지극힌 사적인 방향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만날 수 있었던 의외의 샛길이었습니다. 첫 번째 관문이었던 좌측통행에서 시작하여, 하나씩 만났던 타자들을 소개합니다.

 

좌측통행(Left-hand traffic, LHT), 제국의 향수인가, 역설의 시작인가.

영국 교통체계의 첫 관문은 역시 좌측통행입니다. 저부터도 가장 긴장했던 부분인데, 특히 외국인의 착오로 인한 사고 건수들이 아니면 영국의 보험사들은 진작 망했을 거라는 소문이 숭숭할 만큼 그 악명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만 집어낸다면(운전석은 항상 중앙선 쪽에 위치한다), 그 악명이 깜찍해 보이는, 오만한 성장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핵심을 격하게 알아버렸다는 감동에 사무쳐 그만 두둥실 떠올랐다가는, 부지불식간에 오랜 시간 동안 내 몸에 장착된 한국식 운전이 귀신처럼 튀어나온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우핸들 운전(Right Handle Drive)도 별것 아니군‘, 콧노래를 부르며 부드럽게 우회전을 하는 순간, 그야말로 한국으로 순간이동을 했던 모양입니다. 역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1-1. ’, 왜 영국은 좌측통행인가?’

영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사고율이 높다는 현실은, 곧 영국인들의 해외 사고율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인 스페인은 그들에게 가장 위험한 휴가지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에서도 좌측통행의 그 비용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롤스로이스, 재규어, 랜드로버 등)는 부득이하게 이중 생산 체계를 운영할 수밖에 없고, 이는 생산비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비용을 초래합니다. 유럽과 연결되는 도로(유로터널)에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이 전환되는 램프 구간이라든가 수출입 품의 운송문제와 관련된 추가적인 인프라의 설치·유지 비용 또한 고정적으로 감당할 비용인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1960년대에 영국에서는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변경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1969년 영국 의회에서 이러한 제안이 공식적으로 검토되었으나,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 등의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스웨덴이 1967년에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었지만, 영국은 이러한 변화를 도입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러한 결정에는 단순히 비용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영국의 역사적 전통과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국민의 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좌측통행은 영국의 오랜 관습으로,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문화적 유산입니다. 이를 변경하는 것은 단순한 교통체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영국의 독자적인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 좌측통행이 그들의 독립적인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연결되는가에 대한 답을 하려면, 가까운 역사를 참고해야 합니다.

 

 

1-2. 오랫동안 자연스러웠던 좌측통행

1300년경 193대 교황 보니파시오 8세가 로마 순례를 할 때 좌측으로 통행하라라는 공고를 한 것을 시작으로 봅니다. 병사들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인 관계로 오른쪽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좌측통행을 선호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아직도 영국의 전통 스포츠인 펜싱과 승마의 규칙(오른손에 검을 들고 상대의 왼쪽을 공격하는 규칙)에 남아있습니다. 마차가 교통수단이던 시대였기 때문에, 오른손잡이 마부가 휘두르는 채찍에 행인이나 탑승객의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도 내내 전해지며, 이는 18세기까지는 적어도 전 유럽에 좌측통행이 자연스러웠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반면 우측통행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마차를 탄 귀족은 좌측통행을 하고 평민은 우측으로 걸어 다녔는데, 혁명 이후 귀족들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평민과 뒤섞여 다니면서 우측통행이 일반화되었으며, 1974년 프랑스 정부가 우측통행을 공식화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럽 국가는 물론 러시아까지 진출한 나폴레옹에 의해 세계 곳곳에 우측통행이 전파되었습니다. 후에 나치 독일의 역할도 그 전파에 큰 몫을 하게 되고, 마침내 미국의 포드 자동차의 대량 공급으로 세계는 우측통행의 새로운 룰을 따르게 된 것입니다

 

1-3.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이미 전설이라기엔 아직 너무도 생생한

전 유럽의 영원한 테마인 ‘2차 세계대전이후, 특히 영국의 그 운이 다했었지 싶습니다. 이미 영국인답지 않게 합리적이지 못했던 무리한 전쟁의 경제적 후폭풍을 감당하지도 못한 채, 자그마치 미국을 포함해 줄줄이 이어진 식민지들의 해방이 더해지면서, 순순히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미국에 내어주게 됩니다. 일부 영국 사회는 여전히 제국의 기억에 머물러 있으며, 현실과의 괴리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들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이 글에서 논하고 있는 좌측통행에 대한 고집 역시, 최근의 브렉시트(Breixt)’ 사태와 연결되어 그들의 전제주의 향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제법 예민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좌측통행이 대륙 유럽과의 규제, 법률, 표준에서 독자적인길을 가고자 하는 영국의 경향을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1-4. 제국 역사의 반작용은 무엇이었나.

영국은 오랜 제국주의 역사와 식민지 경험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수(保守/補修)주의로 대표되는 그들의 기질은 제국주의적 향수로 해석될 혐의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든 작용에 대한 반작용은 반드시 뒤따를 테고, 제국주의를 부리고 수많은 비극의 역사에 개입한 그들에게도 역시 치러진 무언가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것은 어쩌면 오만과 야욕의 반대편에서 함께 치러진 두려움과 불안이었을지 모릅니다. 수많은 제국을 가지려는 그들의 야망은 그만큼 많은 타자를 알고 배워야만 하는 어떤 역설을 치러야만 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방인인 저에게 그들의 첫인상은 무엇보다도 순함이었는데요, 아마도 그들 나름의 시련과 현실부정을 겪는 중에 습득한 그 무엇들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런 권위 없는 시각으로 영국의 운전문화를 통해 그것들을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Worldsandards, ‘Why do some countries drive on the left and others on the right?’https://www.worldstandards.eu/cars/driving-on-the-left/

-The columnist 기사,‘좌측통행과 기후위기, ‘탈 탄소의 날만들어야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2327

-rhinocarhire.com https://www.rhinocarhire.com/Drive-Smart-Blog/Drive-Left-or-Right.aspx

-Reader’s Digest 기사, Aron Rasmussen, Nov. 26, 2024 https://www.rd.com/article/why-drive-on-different-sides-of-the-road/

위키백과, 대영제국,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C%98%81_%EC%A0%9C%EA%B5%AD

-국토연구원 보도자료,“영국 브렉시트(Brexit) 사례를 통해 지역 격차에 따른 사회분열 위험을 경고하고,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균형발전 정책개입 필요성 제언”,2022-02-26

https://www.krihs.re.kr/board.es?act=view&bid=0008&list_no=346040&mid=a10607000000&utm_source=chatgpt.com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C%98%81_%EC%A0%9C%EA%B5%AD

-KCI,제국의 역사와 식민지 경험을 기억하는 영국의 성찰 제국사를 대하는 영국 학계의 동향 분석British Reflections on Remembering Imperial History and Colonial Experience: An Analysis of British Academia on Imperial History,신동경 /Shin, Dongkyung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3018868

 

 

2. 교통 시스템의 유연성 (Systemic Flexibility in Transport)/

영국 교통체계에서의 조화로운 설계 철학

 

영국에서는 교통과 도시설계를 논의할 때 ‘human-centered design’ (인간 중심 설계), ‘context-sensitive solutions’ (맥락에 맞는 해결책), 그리고 ‘natural flow in urban planning’ (도시 계획에서의 자연스러운 흐름) 같은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인간 중심의 설계와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문화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자연스러움을 고집하는 유연성을 통해 효율성과 안전성, 그리고 미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운전자와 보행자는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질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라운드어바웃의 활용, 속도제한의 유연성, 그리고 가로수와 자연경관을 고려한 도시설계 등에서 잘 드러납니다.

 

2-1. 라운드어바웃: 신호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 (Roundabouts: A Natural Flow Without Traffic Signals)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라운드어바웃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신호등보다 자연스러운 교통흐름을 유도합니다. 신호등이 강제적인 정지를 요구하는 반면, 라운드어바웃은 운전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적절한 속도로 합류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 이러한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자율적인 판단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직관적 사고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지점까지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하는 기제입니다. 유연한 시스템의 대표선수인 라운드어바웃의 실질적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통사고 감소 효과

영국 교통연구소(Transport Research Laboratory, TRL)의 연구에 따르면, 신호등 교차로를 라운드어바웃으로 전환한 결과, 전체 사고 발생률이 37% 감소하였으며, 특히 심각한 부상 사고는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또한, 영국 도로안전재단(Road Safety Foundation)의 보고서에서는 라운드어바웃이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사고를 80%까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추가 설명: 왜 로터리가 신호등 교차로보다 안전한가?

???? 신호등 교차로의 위험 요소

고속 충돌 가능성: 신호를 무시하거나 실수로 진입하면 T-bone 충돌(측면 충돌, broadside collision)

정지 후 출발 과정에서 사고 발생: 신호를 기다리던 차들이 출발할 때 접촉 사고 증가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와의 충돌 가능성 증가

???? 로터리의 장점

차량 속도가 자연스럽게 감소 심각한 충돌 위험이 줄어듦.

신호 위반 사고 없음 신호등이 없으므로 T-bone 충돌이 거의 발생하지 않음.

충돌 각도가 완만함 교차로에서는 차량이 90도 각도로 충돌할 수 있지만, 로터리는 충돌 각도가 낮아 충격이 덜함.

 

교통 흐름 개선

영국 교통부(Department for Transport, DfT)의 자료에 따르면, 라운드어바웃은 신호등 교차로에 비해 차량 지연 시간을 평균 15%에서 2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또 다른 연구에서는 라운드어바웃이 특히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에 더욱 효과적이며 평균대기 시간을 23% 감소시킨다고 밝혔습니다.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하여 평균대기 시간을 23%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합니다.

 

매직 라운드어바웃'1972년에 설계되었으며, 중앙에 하나의 큰 라운드어바웃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작은 라운드어바웃이 주변에 배치된 형태입니다. 이 독특한 설계는 다양한 경로 선택을 가능하게 하여 교통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합니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현지 운전자들에게는 익숙한 교차로입니다.

 

 

 

 

 

 

 

 

 

-위키피디아,British Roundabout Appreciation Society(회전교차로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들 연합)https://en.wikipedia.org/wiki/Roundabout_Appreciation_Society

-영국정부홈페이지,정부의 도로 설계 가이드라인.(신호보다 라운드어바웃을 우선 고려하도록 권장)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manual-for-streets

UK Department for Transport (DfT), Traffic Advisory Leaflet on Roundabouts (2020).

Transport Research Laboratory (TRL): <https://www.trl.co.uk/>

Road Safety Foundation: <https://roadsafetyfoundation.org/>

Department for Transport (DfT): <https://www.gov.uk/government/organisations/department-for-transport>

 

 

 

 

2-2. 속도제한의 유연성과 'Self-Explaining Roads'

도로의 설계 자체에 운전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Self-Explaining Roads' 개념을 도입하여, 인위적인 속도제한 표지판 없이도 자연스럽게 적절한 속도로 주행하도록 유도합니다. 차선폭을 좁히거나 가로수를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데요, 예를 들어, 주거지역의 도로는 좁고 굴곡지게 설계되어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이러한 설계는 운전자의 직관에 호소(외부 규제 없이도 환경에 맞춰 직관적으로 반응)하여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도로 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영국의 도시설계 지침에서도 "Design should lead to intuitive speed adjustments rather than forced restrictions" (디자인이 강제적인 제한이 아니라 직관적인 속도 조절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3. 가로수와 미적 감각: 교통과 자연의 조화

아마도 큰 그림을 기획한 그 누군가는 미적 감각마저 가졌던 듯합니다. 가로수와 자연경관을 교통체계와 조화롭게 통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이 놀라운 시스템은, 국토의 미적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심지어 운전자의 시야를 제한하여 속도 감소를 유도하는 역할마저 합니다. 이러한 자연 요소가 도시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이바지할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특히 National Urban Forestry Unit(1995년 설립된 자선단체) 같은 기관이 자연 친화적 도로 설계를 연구하고, 도로변의 수목을 유지하면서도 차량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해왔으며, 2005년 그 임무를 마치고 해산한 이후로, 그 뒤를 이어 수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2-4. 좁은 도로의 flexibility

영국의 교통 시스템은 단순히 현대적인 설계 철학만 반영된 것이 아니라, 2000년 전의 로마 시대 도로망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많은 도로는 중세 시대부터 형성되었으며, 당시의 도시 계획과 건축 양식이 현대까지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은 놀랍고 부러운 일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도로 폭이 비교적 좁게 설계되어있던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런던의 일부 지역은 17세기 이전의 도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로마의 지배를 받았던 잉글랜드 전역에는 여전히 로만 로드(Roman roads)‘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것은 유난히 좁은 도로 폭과 소형차 선호현상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요, 심지어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마차 한 대가 지나면 딱 좋을 로만 로드를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길은 좁은 도로를 여전히 쭉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영국인들의 그 역설적인 넉넉함을 만날 기회입니다.

또한, 영국 도로의 유연성을 말하는 중에 애매한중앙선을 빼놓아서는 안 되는데요, 우리식의 노란 중앙선보다는 흰색 실선으로 된 중앙선이 일반적이며, 심지어는 아예 중앙선을 그리지 않은/그릴 수 없는 지방도로도 매우 많습니다. 처음 도로에 나서면 뭔가 허전하고 묘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란색 중앙선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가끔 고속도로나 주요 도로에서나 만나게 되는 그 노란 선은 제게 반가움은 물론이고 마치 고향에 돌아간 듯한 편안함마저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노란색 중앙선의 안도감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구석구석 감탄을 기다리는 아름다운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내가 무엇을 모르기에 불안한가를 알아보면 될 일입니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 불안은 해소되며 되레 확인하는 즐거움으로 기꺼이 옮겨갑니다.

효용성 측면

좁은 도로는 자연스럽게 운전자의 속도를 줄이게 하여 교통사고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없이 감탄하면서도 매번 역시나 탄성을 숨길 수 없는, 소위 토호세력이 도로 디자인에 참견한다는 어떤 나라의 기가 막히는 도로가 가엾어지는 지점입니다. 또 제한된 도시 공간에서 좁은 도로는 건물과 인프라를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게 합니다. 이는 특히 역사적인 도시에서 건축물 보존과 현대적 활용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고 보행자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지역 상권 활성화와 커무니티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걷기 좋은 거리의 가치가 이제야 조명받고 있는 그 어떤 나라를 역시 떠올립니다.

좁은 도로(도로 협소 구간(Traffic Calming Measures))를 활용한 유연한 교통 운영

일방통행과 차량 교행(Priority Narrowing) 시스템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주택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차량 교행은, 그야말로 일부러 느리게 만드는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느닷없이 차량 한 대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폭으로 도로가 줄어들면서, 볼라드(Bollard, 차량 진입을 막는 기둥)와 화살표 두 개가 엇갈린 표지판을 만나게 됩니다. 대부분 빨간색 화살표와 흰색 화살표로 되어있는데(드물게 파란색 화살표가 있기는 한데) '반대 방향 차량이 우선권' (Give Way to Oncoming Vehicles)이 있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 표지판이 보이면 차량은 속도를 줄이고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요. 맞은편(상대방)우선권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들이 상대 차량을 배려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양성할 수 있게 하는 고단수 시스템은 세심하게 작동중입니다.

 

-위키디피아, 국가도시임업국(NUFU)https://en.wikipedia.org/wiki/National_Urban_Forestry_Unit, https://www.treesforcities.org/

-1990년 계획(등재된 건물 및 보존 지역)https://en.wikipedia.org/wiki/Planning_%28Listed_Buildings_and_Conservation_Areas%29_Act_1990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1990/9/contents

-1990년 도시 및 국가 계획법https://www.legislation.gov.uk/ukpga/1990/8/contents

-UK Highway Code (2023).

-신지후,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원.’영국의 전통건축물 보존,관리제도와 인력양성 현황https://www.auri.re.kr/upload/archive5/3.3.pdf

-주한영국문화원블로그,’[영국문화 돋보기 08]시대양식으로 알아보는 영국 주택의 특징(ll)-20세기 런던에는 어떤 집들이 있고, 누가 살고 있을까?

https://blog.naver.com/britishcouncilkorea/220936454344

-Historic England. ‘Heritage and the Economy(문화유산 부문의 경제적 가치)https://historicengland.org.uk/research/heritage-counts/heritage-and-economy/

-RICS,Topics: Heritage and conservation.https://ww3.rics.org/uk/en/topics.heritage-and-conservation.html

-고대 건물 보호 협회(SPAB) https://www.spab.org.uk/

-Buchanan, C. (1963). Traffic in Towns. https://en.wikipedia.org/wiki/Traffic_in_Towns

-Abercrombie, P. (1944). The Greater London Plan.

https://www.secondstorybooks.com/pages/books/1317311/patrick-abercrombie/greater-london-plan-1944#:~:text=After%20the%20German%20aerial%20invasion%20of%20Britain%20in,a%20large%20scale%20plan%20to%20rebuild%20and%20restructur

-Department for Transport (DfT), Design Manual for Roads and Bridges. https://www.standardsforhighways.co.uk/dmrb/

-Howard, E. (1898). To-Morrow: A Peaceful Path to Real Reform. https://en.wikipedia.org/wiki/Garden_Cities_of_To-morrow

-UK Government, Decarbonising Transport: A Better, Greener Britain (2021).

https://www.ipfa.org/content-library/decarbonising-transport-a-better-greener-britain/#:~:text=This%20report%20discusses%20a%20step-change%20in%20the%20breadth,ambition%20on%20transport%20emissions%20to%20reach%20net%20zero.

리빙스트리트(자선단체),https://www.livingstreets.org.uk/

영국정부,교통권이리플렛,https://www.gov.uk/government/collections/traffic-advisory-leaflets

 

 

 

3. 또 하나의 축, 배려 문화(Culture of Consideration and Respect):

배려(Consideration) + 유머(Humour) + 공정성(Fair Play)"의 조화

영국의 교통문화는 단순한 법적 준수에 그치지 않고, 도로 이용자 간의 상호 존중((Mutual Respect)과 사회적 예절(social etiquette)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그야말로 부러운 부분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원활한 교통흐름을 만들기 위한 집단적 행동(collective behavior)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단순한 친절을 넘어 영국 사회 전반에 흐르는 문화적 가치로 자리를 잡은 모습입니다.

 

3-1. 도로 위의 양보 (Giving Way and Courtesy on the Road)

소통의 도로에서 당신은 여러 형식의 양보들을 만나게 되고 어느새 즐거운 피드백을 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바탕은 차량의 선팅(tinting)에 관한 단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영국에서는 현장에서 선팅 필름을 즉시 제거하도록 명령하며, 제거 전까지 차량 운행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도로 위에서 경찰(천국에 가면 있다는 그 영국 경찰)과 실랑이 중인 중국 유학생과 그의 슈퍼카를 목격한 일이 있습니다. 이처럼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국에서 운전자의 얼굴과 표정을 식별할 수 없는 차량을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서로의 미소와 손짓으로 소통할 수 있는 도로의 그 풍경은 그야말로 이국적이었습니다.

비공식적인 교통 신호(Unwritten Road Signals)

영국 도로에서는 **공식적인 교통 신호(formal signals)**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신호(informal road signals)**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헤드라이트를 깜빡이는 것(flash headlights)“GO.”를 의미하고, 이에 대한 답례로 두 번 깜빡이면 “Thank you.”가 되겠습니다. 손을 들어 감사를 표시하기(raise a hand in thanks)도 하며, 날씨가 좋은 날엔 힘찬 엄지손가락들을(thumbs-up) 왠지 더욱 자주 만나게 됩니다.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를 배려하는 공공 공간- 영국의 도로 설계는 당연하게도 차량 중심이 아니라 보행자 우선(Pedestrian Priority) 개념을 반영합니다.

횡단보도에서 'LOOK RIGHT' 표기- 우리의 경우엔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왼쪽을 봐야 안전하게 횡단할 수 있습니다. 늘 그렇듯 내 생각보다 습관의 힘은 언제나 세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왼편만 살핀 채 차도에 내려서는 저와 같은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의 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Zebra Crossing)- 신호등이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도 운전자들은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를 미리 인지하고, 그 근처에서는 습관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언제든 출몰할 수 있는 보행자를 예상합니다. 실제로, 영국에는 무단횡단의 개념이 없습니다. 당연히 법적인 규제도 없으며 모든 책임이나 피해는 개인의 몫입니다. 그렇다 보니 영국 도로에서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돌발상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사람 말고도 양이나 소가 주변에 있다면 일단은 서행하셔야 합니다. 혹시나 그들에게 일이 생긴다면 그 주인을 찾고 명복을 빌어주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아주 넉넉하면서도 인생이 무척 지루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한 영국인 친구가 조언해 주었답니다.

 

Belisha Beacon(벨리샤 비컨)- 횡단보도에 추가로 설치된 노란색 점멸 신호등을 말하는데, 현지인들은 그것을 ’Yellow Balloon’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934, 영국의 교통부 장관의 이름을 따온 것인데, 영국의 도로교통법(Road Traffic Act 1988)에 따르면, Belisha Beacon이 있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먼저 건널 수 있는 권한을 아니 거의 권능을 가지는데,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내디디면 반드시 정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벌금과 벌점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횡단보도 근처를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바로 정지하고 기다려 줍니다. 이것은 실질적인 규제인데, 보행자에게 중대한 부상을 입힌 경우, 운전자는 형사 기소되어 벌금형,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심각한 경우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위의 ‘Zebra Crossing’에서는 보행자 스스로의 과실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에 비해 ‘Belisha Beacon’에서는 거의 운전자의 과실로 책정되기 때문에 보행자 보호에 아주 적극적이며, 대부분 학교 주변이나 통행이 많은 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 이것은 자연스러운 교통량 제어의 기능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것은 개인적인 관찰의 결과이며, 이 근거를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벨리샤 비컨의 그 배치에 의도된 숨겨진 기능이 있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는 바입니다. 워낙 좁은 도로 덕분에 ‘school run’(등하교 시간의 교통정체)에는 차를 버리고 걸어가는 것이 빠를 때도 사실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궁시렁 댈지언정 그럭저럭 아이들의 등하교가 가능한 이유 중의 하나가 적재적소에 적중한 벨리샤 비컨의 배치라가 아닌가 싶은겁니다. 아무리 양보정신이 투철한 영국인들이라도 아이의 등교시간 압박은 평상시의 자랑스런 양보율을 떨어뜨리는 비상시가 아닌가 싶은데요, 좁은 길에서 큰길로 나와 우회전이나 좌회전으로 움직여야 하는 차량들이 벨리샤 비컨의 도움으로, 그러니까 보행자가 건너가는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주도로로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긴 차량 행렬의 뒤에서, 저 옐로우 벌룬을 누군가가 건너주기를 기대하며 묵묵히 기다리곤 했었는데, 그 시간에 즐겨 했던 공상 중의 하나입니다. 비록, 그 공상의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만약 이것이 공상이라면, 그동안 내 눈에 수없이 목격된, 여기저기 노출되어있는 시스템적 유연성의 탓이라고 지목하겠습니다.

 

버스 기사의 친절과 공공서비스 종사자로서의 책임감

버스 운전사들은 도로 위의 상호작용에서 그 덩치만큼이나 비중이 큰 분위기 메이커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트럭이나 대형차들의 난폭 운전이라니요. 큰 차들은 작은 차들을 보호하는 든든한 형님들입니다. 이 형님들은 다른 차량에 양보를 받으면, 창문을 내리고 그의 오른손을 내밀어 엄지를 힘차게 들어줍니다. 그것은 감탄을 넘어, 마치 나의 전생을 암시하는 듯한 광경이었으며, 순식간에 동질감으로 번져, 그만 영국을 좋아하게 된 첫 번째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버스 운전사의 ‘thumbs-up’은 대중교통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공동체적 공간(communal space)’으로 여기는 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버스 기사들 스스로도 본인들이 교통 흐름을 책임지는 역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을 직업윤리(professional etiquette)의 일부라고 여긴다고 합니다.

3-2. 교통문화 속 유머 (Humour as a Social Connector in Transport)

그 배려와 양보를 가능케 하는 매개는 바로 유머(humour)가 아닐까 합니다. 도로 표지판, 대중교통 안내 방송, 버스 기사들의 멘트 등에서 영국식 유머를 틈틈이 만나게 되는데요, 영국의 문화 인류학자 케이트 폭스의 신이 (혹은 다른 무언가가) 우리에게 사교불편(dis-ease)이라는 저주를 내렸다. 대신 유머 감각이라는 해독제를 주었다.”는 발언은 매우 적절해 보입니다. 영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유머 감각이 반영된 도로 표지판과 캠페인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중 유명한 것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속도제한 30m pH 표지판 아래에 추가로 붙어 있는, “Are you sure, Mr. Bond?”

- “We apologise for the delaybut hey, at least you’re not on the M25!” (지연을 사과하지만, 그래도 M25(고속도로)보다는 낫잖아요!)”

-“If you run for this bus, congratulations, you just started your morning cardio!” (이 버스를 뛰어가서 타셨다면, 아침 운동 시작하신 겁니다!)”

- "No Entry Except Buses and Unicorns"(버스와 유니콘만 진입할 수 있다!)

3-3. 도로 위의 페어플레이 정신 (Fair Play on the Road)

페어플레이(fair play) 정신은 영국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정당당한 운전(fair driving)문화에도 반영됩니다. 경적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는 신사적인 태도가 인상적인데요, 예를 들면, 차선 합류 시 적용되는 "One in, one out"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양보를 받은 차량은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해야 하는 룰도 있지요. 에고에 점령당한 경쟁적인 운전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고 공정하게 길을 나누는 태도가 몸에 익어 있습니다. 신호체계가 없거나 애매한 상황에서도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질서를 유지하며 쾌적한 운전을 즐깁니다.

 

RAC Motoring Report (2022)(영국 운전자들의 도로 예절 및 행동 연구). https://reshare.ukdataservice.ac.uk/852504/

BBC News (2021). The Funniest Road Signs in the UK https://youtu.be/lZ_wmm6Ubik?si=q_VLCR0cmvmsL5_Z

Transport for London (TfL) Bus Driver Training Guide 영국 버스 기사의 고객 서비스 및 도로 예절

British Driving Etiquette: A Guide to Road Manners (UK Government Road Safety Campaign, 2019)

주영국대사관,보행자통지,https://overseas.mofa.go.kr/gb-ko/brd/m_25447/view.do?seq=1345127/https://www.uknara.com/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2034

조선일보기사,규정은 한국과 비슷하지만일본, 선팅 업체까지 처벌영국, 현장서 필름 제거‘’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3/2016052300149.html

영국도로교통법,2019 https://www.legislation.gov.uk/ukpga/1988/52/part/II/crossheading/general-regulation-of-construction-use-etc/2019-04-17

 

 

4. 자연스러움을 고집하는 유연성.

고집하는데 유연하다는 모순적인 시스템. 맥락에 어울리게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그들의 시스템은 유도하고 설계된 인공의 것입니다. 그것은 그 땅의 사람들을 배려하게 하고 유머를 퍼트리고 공정함을 추구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또 역으로도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점점 강화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아내는 것은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닭이냐 달걀이냐의 비유가 저의 최선일 겁니다. 어떤 커다랗고 어디에나 있는 틀 안에 너무도 유연한 각각의 조화로운 주체들. 이렇게 저는 영국의 길 위에서 모순의 아름다움을 배운 듯 합니다.

"영국인은 상습적인 도박꾼이고 월급 전액을 털어 맥주를 마시고 음담패설을 일삼으며 세상에서 가장 욕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영국 문명의 관대함은 가장 뛰어난 특성이다."(Orwell, qtd. in Moss p,225).

조지 오웰의 말이라고 합니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모순적인 영국인을 적적하게 설맹 해 낸 말이 아닐까 합니다. 제국주의의 향수를 그리워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공정과 배려를 몸에 새겨냈지만, 여전히 옛것을 갈망하며 멋지게 꾸민 빅토리아 시대의 하우스에서 인도산 홍차로 티타임을 즐기는 것을 행복이라 말하는 사람들. 개인의 경계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며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이 환한 미소로 ‘Sorry’,‘Thanks’를 숨 쉬듯 말하지만, 대신에 예의 이상은 아닌 참 친절한 사람들.

 

영국 체류 내내 영국이 영국인이 궁금했지만,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는, 그런 이상한 궁금증의 상태에 있었던 듯 합니다. 미약한 제가 감히 도달할 수 있는 지점도 아니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누구나 사연이 있고 사고가 있고 우연이 있을 뿐인가 싶습니다. 다만, 운이 좋게도 시한부 이방인의 자격으로 그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그들조차 모르는/알 필요도 없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안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을 겁니다. 해석이 불가능한 그들의 모순투성이 역사와 그 기질에서, 저는 다만 제 안의 다른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할 뿐입니다.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영국의 법규나 기사들 사이를 발길 닿는 대로 흘러 다니다 찾아낸 유연성이라는 단어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요즘 장숙의 화두가 되는 개념이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아마 생각한 대로 본 것이고 품은 대로 길이 열린 것일 텝니다.

귀국 이후 영국 생활에 대해 주변에서도 많이들 묻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할 말이 너무 많지만, 막상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사진과 사건들이 있지만, 그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듣는 사람이 궁금해하는 분야별로 뽑아서 말하는 것 말고는 영국 생활에 대해 긴 이야기를 할 기회도 실력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단편적인 생각들을 정리하고 하나로 꿰어볼 기회를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202538

숙인, 임미애.

 

 

 

 

 

 

*참고사항

스윈던 매직 라운드어바웃: 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33907

“You know how England likes to call some of its intersections circuses, and it doesn't make any sense? Well, here's one roundabout that actually deserves the title, even if it doesn't get it.

Your first thought upon seeing Swindon's Magic Roundabout might be, "Man, the Brits are really off their rockers lately." But this thing, which is actually seven roundabouts in one, has been working for 60 years.

In a regular roundabout, traffic moves in one direction. In Swindon’s circles, cars move both ways. Also, drivers can move from point A to point B without having to drive all the way around the circle.

But they do have the option to use different routes to get to the same exit in order to avoid traffic.

It may look chaotic, but it's actually pretty efficient because it means less fighting for space.

You just point your vehicle toward where you want to go, yield to cars already in the midst of the magic, then exit on the other side.

Many Americans may hate roundabouts, but they can actually cut serious crashes by 30%. Swindon says its roundabouts have only seen one fatal crash in the past five years.

So, to celebrate a town anniversary, they paraded over 60 vintage cars through this feat of traffic engineering. Is this madness? Nope, it's Swindon.”

(영국이 그들의 교차로 일부를 서커스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지? 그리고 그게 참 말이 안 된다는 거 말이야? 글쎄, 여기 실제로 그 타이틀을 받아 마땅한 교차로가 하나 있어. 비록 그 이름을 부여받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스윈던의 마술 교차로를 보면서 네게 처음 드는 생각은 아마도 이봐, 영국인들 요즘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일 거야. 하지만 이건, 사실상 일곱 개의 교차로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고, 60년 동안 잘 작동해 왔어.

일반적인 회전교차로에서는 교통(흐름)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 스윈던에서의 원형 (교차로)에서는 자동차들이 양방향으로 움직이지. 또한, 운전자들은 원을 끝까지 한 바퀴 돌지 않고도 지점 A에서 지점 B로 이동할 수 있어. 하지만 그들은 같은 출구로 가기 위해 다른 경로를 선택하여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거야.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꽤 효율적이게 왜냐하면 공간을 두고 덜 경쟁하게 되거든.

단지 네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차를 조향하고, 이미 교차로 안에 있는 차들에 양보해, 그리고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면 돼. 많은 미국인이 회전교차로를 싫어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것들은 심각한 충돌 사고의 30%를 줄일 수 있어. 스윈던 당국에 따르면, 그곳의 회전교차로는 지난 5년 동안 단 한 건의 치명적인 사고만 발생했다고 말해. 그래서, 도시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그들은 60대 이상의 빈티지 자동차를 이 교통 공학의 위대한 업적을 지나가게 하는 퍼레이드를 벌였어. 이게 미친 짓일까? 아니, 그냥 스윈던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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