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사의 구조와 과학
학제성∙개방성∙역사성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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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부분)을 내면서
이 책은 1993년에 출간된 나의 두 번째 저작 <서양철학사의 구조와 과학>의 개작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평하자면, 개작이라기 보다는 수정보완에 가깝고, 그것도 5-6장이 빠진 부분적인 작업에 지나지 않습니다.
비록 미숙한 초기 작품이긴 하지만, 내 나름의 애착이 있었기에 그간 틈틈이 개정판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 초에 이르러 마지막 한 장(章)을 남긴 상태에서 개작의 마무리에 접어들 무렵, 그간 꾸준히 복류(伏流) 하고 있었던 이 작업에 대한 회의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돌연 작업을, 그리고 개정판의 출간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회의’에 대해서는 여기서 상술할 수 없습니다만, 다만 초판 이후의 10년 세월이 떠밀어낸 그 ‘관심의 거리’가 그 회의의 뿌리였다는 사실만을 (조심스럽게) 밝혀둡니다.
따라서 저로서는 “쓴 것을 밟아버리고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에서 이 개정원고에 대한 관심을 꺼버리고 있었는데, 그간 의의로 여러 독자들로부터 구입을 문의하는 연락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참에, 그간의 제 생각을 바꾸게 되었고, 이 개정판을 간소하게 묶어 배포할 계획까지 세우게 되었습니다.
해서, 여러모로 부끄러운, 그리고 미완의 글모임이지만, 제 생각이 거쳐온 이력의 한 대목이 될 것으로 여겨 묶어 냅니다.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더러 유익하게 쓰일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2001년 늦가을, 비오고, 진노랑 나비 한 마리 날아가고, 붉은 바람이 거센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