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엘리엇이 열어놓은 장소로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는 일은
인간이라는 소우주를 만나는 특별한 행운의 시작입니다.
조지엘리엇의 초상화에 그려진 두 눈을 보았습니다.
그녀의 눈동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간절히 마주치기를 꿈꾸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문장들을 따라 '쉬지 않고 서두르 지 않'으며 노저어가는 일이
마주할 수 있는 가능한 일임을 알았고
세헤라자데의 지혜가 천일밤의 이야기로 삶을 이어간 것처럼
조심하며 그 말들이 풀어놓은 길을 따라 오래 산책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습니다.
아씨의 혀는 풀밭의 풀잎 같아서
한가하게 만지작거리다가는 손을 베이지.
예리하게 자르는 것이 그녀의 천직.
정신의 칼날로 좁쌀을 쪼개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쌓아 두지.
ㅡ6장, 88쪽
신뢰할 수 있는 정신은 따뜻하고 겸손하며 깊이가 있으나 결코 무딘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것입니다.
그 예리함은 누구에게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연유한것인지 오히려 명백해지겠지요.
그토록 사소한 이유들을 우리는 이제 눈치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캐드월레이더 부인의 중매작업에 그녀 자신의 수선스러움보다는
주변사람들의 '생각과 말의 소용돌이'가 개입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엘리엇은 인간들의 에고를 잘 알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우리가 알았지만 거기 멈추어 깊이 사유하지 않았던,
단순했던 그러나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았던 인간의 내면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손에 잡히지 않았던 그것은 드디어 환해지고 명쾌해집니다.
세헤라자데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기를 기다리듯
천산족이 느리게 읽어가는 조지엘리엇의 작품으로
우리는 이제서야 기쁨을 누리며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