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겨울 장숙행 후기後記 (10-11/계속)

by 장숙藏孰 posted Mar 0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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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몽양길 66 

몽양 여운형 생가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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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ㅇ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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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복습 교재를 통해 공부하는 시간에 "좋은 발효실에서 생각이 오래 지속되어야 생각이 아닌 사상이 된다."라는 복습 문장을 읽으며 나는 좋은 발효실이 내 머릿속을 의미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서 '좋은 발효실'이란 '대화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해야 함을 알려주셨다. 더하여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말이 남이 듣고 어떤 말을 해주었을 때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처럼 누구를 만나 대화해 보면 반드시 새로운 앵글이 생긴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해 주신 '국수와 고명론'이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머릿속에 떠오른다.
선생님께서 좋은 동학은 오히려 비판보다 상대방의 말에 자꾸 새로운 고명을 얹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국수가 잘 못 끓여졌을 때 이 국수를 새로 끓이라고 하는 친구도 필요하지만 국수가 안 좋아도 고명을 치고 쳐 새로이 만드는 친구, 아내, 남편과 같은 모습을 좋은 동학이라 보신다고 하셨다. 비판은 머리가 조금만 좋아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세상에 비판보다 쉬운 건 없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국수와 고명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완성하지 못한 국수를 대신 완성해 주고 엉성한 내 국수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던 동학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나는 주로 엉터리 국수를 내어놓는 입장이었는데, 그런 나에게 열심히 마음 담아 응해준 동학의 말을 통해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단어의 쓰임을 배우고, 몰랐던 개념을 알게 되는 등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공부란 "응하기의 진검승부!"라고 하셨다.
사람들에게 응하는 나의 모습을 잘 살펴나가며 꾸준히 공부하여 언젠가 선생님과 동학들과 함께 하는 대화의 자리에서 맛있는 국수가 만들어지는 데 나도 내 한몫을 할 수 있다면 참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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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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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정, 여기 와봤어요?
- 저는 처음이요. 여일은요?
- 저는 혼자 와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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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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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지평면 여양2로 1445-62 〈수향더한옥


아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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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생활양식을 꾸미는 경우도 있지만, 함께 있는 사람이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럴 때는 그냥 상대방을 인정을 해야 된다. 다만 내 자신의 마음의 경계를 바꾸어서 내 배우자 내 아이들 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계속) 넉넉한 단절을 갖고 자기를 보호하고 그 속(자유의 공간)에서 누림(나만이 갖는 독특한 마음의 효과)을 얻는 식으로 운신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독신자적인 맥락이 조금씩 있어 혼자 있는 게 매우 중요한 여건이다. 혼자임을 스스로 확인하고 그 가운데 무엇을 즐기고 누리고 나름의 자긍심을 얻는다. ‘나는 왜 공부하는 사람인가하는 것을 소소한 동작, 행위, 버릇, 관계를 통해서 스스로 증명을 해야 된다. 책만 본다는 사실만 가지고는 그 사람을 학인이라 할 수 없다.

,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주변 사람에 대한 우월감이 생기기도 한다. 다만 여기에 시달리거나, 집착하는 것(지적허영심)은 문제가 되겠지만. 지나치지 않아야 하는 것을 공과 중의 이야기를 원용해 봄이 좋다. 공이 인간의 삶 속에 들어올 수 없듯이, 완벽하게 우월감을 없애는 것은 극단주의에 빠진 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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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창 밖 태극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