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기, 힐끗 보기 3

by 상인 posted Sep 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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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덕후 독하

"보고 싶은 당신,

떠나오던 날 내게 돌아올 날을 물었죠, 나도 알 수 없는 그 날을.
오늘 밤 이곳 巴山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오. 가을 못물도 따라 불어나겠죠.
언제일까요, 촛불심지 잘라가며 당신과 함께 밤 지새워 이야기하면서 
巴山에 밤비 내리는 오늘을 그때라 할 그 때가요.
                                           某年 某月 
                                                멀리 巴蜀 땅에서 당신의 隱"
李商隱의 "夜雨寄北" 私譯에 讀霞 對하기를
"보고 싶은 상인,
미륵사지 떠나오던 날, 急雨에 고망 없이 내달리던 당신을 좇아 하염없이 이름을 불렀죠.
오늘 밤 이곳 동백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요. 涵養池 못물도 따라 불어나겠죠.
언제일까요, 당신의 연주 밤 지새워 음미하던 그 날을 담소하며,
동백에 밤비 내리는 오늘을 옛날이라 할 그 때가요."
---
내가 접한 이름 중 가장 아름다운 이름, 讀霞.
그가 내게 처음 한 대거리가 위의 글이다. 
그는 누구인가, 아니 어떤 사람인가?
나에게는 李箱으로 비치기도 하고 Bartleby로 비치기도 한다. 하나 어쨌든 확실한 것은 그가 K의 덕후라는 사실이다. K의 모든 책을 그는 두 권씩 갖고 있다. 절판된 것도 그렇다. 읽고 또 읽다 보면 책이 헤질 수 있으니 미리 한 권을 더 장만해 둔다고 했다.

讀霞.
노을을 읽는 이. 
노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고 하니 노을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그 너머의 무엇까지 읽겠다는 것인가?

 (몇 달 후, 그와 나는 동백에서 "그 때"를 "그때"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