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와 사투리

by 독하 posted Oct 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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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너를 공부하며 확장된 '언어가 지닌 무늬'에 대한 공부는 표준어1)와 사투리가 갖는 위상까지 확장될 수밖에 없다. 표준어는 국가 단위의 실내화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언어적 매개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표준어는 삶의 제반 환경에서 지형, 대기, 역사, 계급 등 몸을 둘러싼 지역적(시공간적) 특색의 습합으로 재구성된 몸이라는 끌개의 변화를 깨끗이 씻어내고 정제된 언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매체학(Media)을 '신체-매체학(Somatic-Media)'으로 재정의 하려는 시도는 '몸과 매체의 원환적 되먹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기호로서 언어(시청각 감각질)가 발화(운동 감각질)되는 순간 언어는 기호로서 머물지 않는다. 발화가 실제 이루어지든 생략되든 신경학적 관점에서 살피면 이미 몸을 거친 것으로 '감각'되기 때문이다. 몸이라는 울림통을 거친 언표는 기호를 넘어 패턴으로서 감각질 덩어리를 이룬 채 재유입된다. 말할 것도 없이, 몸이라는 울림통의 생김새에 따라 소리가 지닌 패턴도 갈린다. 


표준어는 전국을 하나의 균일한 ‘원격 통제 가능한 실내’로 만들기 위해 강제(top-down)되는 언어적 매개다. 그러나 사투리는 지형, 대기, 역사, 계급 등 몸을 둘러싼 지역적(시공간적) 특색과 맞물려 있다(bottom-up). 이는 지역 방언이라는 말 속에 잘 녹아있다. 몸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마찰하며 조율된 발성의 높낮이와 굴곡을 매끄럽게 고르고 일원화하는 표준화 작업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을 앞세워 '마찰 없는 관념적 통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원초적 폭력 행위다. 이 폭력적 행위가 실내화와 맞물려 관념론적 인간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이끈다. '신체-매체학(Somatic-Media)'적 입장에서 살피면 표준어는 인간을 매체적 환경과 괴리시키는 선봉장인 셈이다. 표준어는 각기 다른 매체적 환경에서 타자와의 마찰로 그려진 '인간의 무늬(k 선생님)'를 수용하지 못한다. 


'촌스럽다'는 표현은 정당하다. 촌에 살면 촌스럽고, 도시에 살면 세련되다. 이 말의 차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진중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실내화에 의해 몸과 자연 사이의 완충 지대로 개입하는 문화적 차양막의 두께가 서로 다름을 살펴야 한다. 사투리는 국가적 통치를 위해 살균되거나 세척될 수 없는 몸의 ‘생체 음향학적 아카이브’다. 사투리는 표준어가 거세해 버린 지형의 굴곡, 대기의 습도, 억센 바람과 파도, 그리고 육체 노동의 마찰과 문화적 습속이 성대와 혀끝, 입술에 물리적으로 잔류하여 형성된 조음적 응전의 결과물이다. 바다의 거친 풍랑과 해풍을 뚫고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후두를 바짝 죄고 혀끝을 치경과 연구개에 단단히 밀착시켰다 튕겨내는 해안가 사투리의 가파른 파열음과 음조/성조(Pitch), 혹은 험준한 산간 지형의 소음 속에서 음소의 손실을 막기 위해 음높이의 경사를 급격하게 꺾어 올리는 사투리의 울림은 규범 언어학이 말하는 미개함이나 '교정되어야 할 방언적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발딛고 선 물리적 환경과 맞닥뜨린 신체가 살아남기 위해 치러낸 치열한 마찰의 역사다.


사투리가 점차 삶의 표면에서 자취를 감추고 전국이 매끈한 표준어의 울림으로 일원화되어 가는 현상은, 단순히 언어적 다양성의 상실이나 아쉬운 문화적 소멸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서 있는 시공간적 물리성(지형, 대기, 흙, 풍랑)이 완벽히 세척되고, 국가 전체가 단 하나의 매끄러운 ‘실내화’(k 선생님)로 재편되는 문명사적 완성을 드러내는 서늘한 지표다. 차양막이 극도로 두꺼워진 이 완벽한 실내 속에서 신체는 더 이상 매체적 환경의 억센 마찰에 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조음 기관은 성대를 바짝 죄거나 혀끝을 튕겨내던 생체학적 긴장을 포기한 채 마찰 없는 모음과 관념의 연착륙 속으로 안주한다. 결국 사투리의 소멸은 '몸과 매체의 원환적 되먹임(Somatic-Media)'으로서 '감각-운동'의 피드백이 단절된 채, 자연과 타자로부터 완벽히 격리된 ‘신체적 마찰 없는 관념론적 인간’이자 '응하기(k 선생님)를 잃은 인간'이 완성되어감을 선언하는 서글픈 방증이다. 몸에 새겨진 마찰의 역사인 사투리가 지워진 자리에는, 아무런 무늬도 남지 않은 매끈하고 살균된 관념의 피부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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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표준어도 물론 서울(한양)이라는 매체적 환경에서 생성된 말이다. 표준어의 특색은 실내화의 첨단을 달리는 수도의 언어라는 공통적 특성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표준어의 폭력성은 서울의 말로 사투리를 대체하려는 자기 내재화의 폭력만을 말하지 않는다. 또한, 표준화가 지닌 이점으로서 '소통 가능성'을 무시하려는 글도 아니다. 그러나 표준화는 언어적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실내화와 맞물려 돌아간다. 소통 가능성이 잠식한 매체적 환경과의 괴리는 언어의 사용이 '전체를 수용하는 관념론'으로 수직 상승하거나, '도덕을 가장한 일차원적 욕망'으로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문학은 번역하지 말아야 한다'(k 선생님)는 말처럼 사투리도 표준화 속에 사라져가는 것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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