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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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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

그 때 유대교의 지도자들은 예수와 그 일파의 소문이 퍼지고, 이에 따라 민중의 삶이 교란되는 것을 두려워해서 전전긍긍하였다. 그를 추종하는 이들이 늘고, 심지어 그를 메시아로 신앙하는 이들마저 생기자,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당 대사제(大司祭)인 가야파의 고민은 더했다. 당시 유대민족의 최고 의결기구인 산헤드린 공회의 회장이자 유대인들의 실질적인 지도자였던 가야파는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이용할 요량이었다.  


가야파)

, , 이 젊은 놈의 기세가 만만치 않군. 이대로 두었다가는 조만간 무지렁이들 속에서 재앙의 불씨를 퍼뜨리겠는걸. 철없는 인간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유다의 왕, 이라고까지 떠들고 있다니, 이제 더 이상 방임할 수가 없어.., .”


잘따르노)

가야파 대사제님, 그래도 신중하셔야 합니다. 백성들 사이에서 예수의 인기가 날로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니, 조금 더 두고보면서 정세를 파악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가야파)

아닐세, 아니야. 이 갈릴리 촌놈의 성가(聲價)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이제는 방관할 때가 아니야. 나사로가 부활했다는 둥의 뜬소문으로 우리 교당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자네도 알지 않나? 게다가 얼마 전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예전(禮奠)을 뒤엎고 소란을 피운 일을 기억해 보게. 이제 시간의 흐름은 우리 편이 아니야. 판이 기울기 전에 판세를 뒤엎어야 해.”


잘따르노)

하기사 예수와 그 무리들이 황당한 소망과 언설로 우리 공동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은 로마인들에게 또 무슨 빌미를 줄 지도 모르는 일이긴 합니다요. 빌라도 총독은 깐깐한 사람이니까요.”


가야파)

바로 그 얘기야. 종기가 깊어지면 필경 팔과 다리를 도려내야 하는 법이지. 우리 민족 전체의 안전과 화평을 위해서도 예수를 없애는 게 나아. 옛 말에 한 사람이 전체를 위해서 죽는 게 낫다고 하지 않던가. 혹여라도 이 무리들로 인해서 로마인들이 재차 치안유지법을 강화시키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될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거야.”


#2

N)

산헤드린의 재판에서는 이미 정해진 수순을 좇아 예수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제사장들과 공회의 지도자들이 예수를 죽이고자 하였지만 그를 정죄(定罪)할 증거를 얻지 못해서 애를 먹고 있었다. 이에 미리 정해놓은 증인을 내세워서 예수의 말을 왜곡시키고자 했다.

 

증인1)

우리들이 이 예수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말하기를 사람들의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내가 허물어버리고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고 하였소.”


카야파)

아니, 그런 흉음한 발설을 하였단 말인가? 이 성전은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 장구한 세월 동안 건설되었거늘 그런 참람한 말을 퍼뜨려서 우리 백성들을 미혹시키다니 대체 무슨 망언이며 망동인가? 젊은 친구, 예수여, 이 증인의 고발에 무슨 할 말이 있는가? 무슨 뜻으로 그런 따위 혹세무민의 언설을 퍼뜨렸는가? 스스로 말을 해서 변명을 해보라!”

 

N)

코러스. ‘말이 없었다가 흐른다

 

N)

예수는 먼 곳을 망연히 처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예수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자, 대제사장 카야파는 다시 긴 소매를 떨치며 일어나서 분한 표정을 짓고 재차 물었다.

 

카야파)

너를 고소하는 말에 대해서 무슨 항변이 있으냐? 어찌 아무 말이 없느냐? 네가 스스로 찬송받으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하였느냐?”

 

N)

예수는 다시 아무 말이 없었고, ‘말이 없었다’(코러스)가 흐른다

 

N)

이 때에 늘 세상의 인심이 그러하듯이 제자들과 그를 따르던 이들도 혼비백산, 사방으로 흩어졌다. 다만 그간 예수 공동체의 맏형 노릇을 하던 베드로, 그리고 예수가 가장 사랑하던 제자인 요한만이 먼발치에서 산헤드린의 경호원과 하속들에게 끌려가던 예수를 가만히, 불안스레 좇았다. 재판은 새벽을 다투어 이어졌고, 날씨는 추웠다. 심약한 요한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제법 담력과 소신이 있다고 자신하던 베드로는 재판정의 마당을 어슬렁거리면서 초조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재판정의 하속과 여종들이 모닥불을 피우며 떠들고 있던 자리로 흘러들어 곁불을 쬐게 되었다.

 

여종)

아니, 이 사람, 당신도 나사렛의 예수와 함께 다니지 않았소? 감히 어떻게 여기 대제사장님의 안뜰에서 이처럼 뻔뻔스레 바장거리고 있단 말이요?”

 

베드로)

뭔 말이여~이 여자가 뜬금없이 근거없는 소리를 하셈. 나는 그 나사렛 청년과는 아무 관계도 없슈~”

 

여종2)

나도 이 사람이 예수 무리와 섞여 돌아다니는 것을 몇 차례 보았어요. 하느님의 나라를 떠들며 다니던 사람들이 이제는 제 선생을 버리자고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네. 아니, 당신이 쓰는 말투가 영락없는 갈릴리 방언이지 않소!”

 

베드로)

뭔 소린 겨...갈릴리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나 혼자라는 말인겨? 뭔 달밤에 원숭이 하품하는 소리를 하는 겨? 별 우스운 소릴 다 들어보넴.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어린 청년을 좇아 다닌담?”

 

N)

그때 마침 재판정에서 심부름을 마치고 나오던 다른 여종 하나가 이 소란을 듣고는 다가오더니 잽싸게 베드로의 허를 찌르는 말을 내뱉고는 조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종종 걸음으로 사라졌다.

 

여종3)

이 양반아, 지난 번 카파르나움 집회에서 내가 바로 당신 곁에 있었는걸! 거짓말도 유분수지, 당신이 그 갈릴리 예수의 무리 속에서 마치 부두목이라도 된 듯이 떵떵거리면서 돌아다닌 일을 누가 모른담?”

 

베드로)

아니...아니...아니...!

 

N)

새벽 닭이 길게 운다

 

#3

N) 카야파가 주도한 산헤드린의 재판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예수는 다시 로마 총독 빌라도의 관저로 끌려갔다. 재판의 실질적인 처결을 위해서는, 당시 유대지역의 로마 총독이었던 빌라도의 인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때는 마침 유월절(the Passover) 기간 중이므로 정결례를 위해 유대인들은 관저의 마당 밖에 운집하여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고자 농성하였다. 이에 로마 총독인 빌라도가 관저 밖으로 나와서 유대인들의 요구에 응해서 예수를 심문하였다.

 

빌라도)

예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N)

예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시 빌라도가 예수를 심문하면서 말하였다

 

빌라도)

어찌 아무 말도 없느냐? 네 동포들이 얼마나 많은 죄상으로 너를 고발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지 않느냐?”

 

N)

예수가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자, 오히려 빌라도는 이를 이상하게 여겨 그 마음 속에 경외로운 의문마저 품게 되었다. 그는 가능하면 이 사건에 휘말려 들지 않고자 하였는데, 그의 아내가 간밤에 예수에 관한 꿈을 꾼 것도 그의 심사를 흔들어 놓았다. 당시의 풍습에 따르면 유월절같은 명절이 되면 백성들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죄수 중의 한 사람을 방면하곤 하였다. 빌라도는 은근히 이 기회를 이용하고자 하였다. 당시에 민란을 꾸미고 또 민란 중에 살인하다가 체포된 바라바라는 자가 있었다.

 

빌라도)

내가 이 둘 중에서 누구를 놓아주기를 원하느냐? 유대인의 왕이라는 예수냐 아니면 이미 구금되어 있는 민란의 괴수 바라바냐?”

 

군중)

총독이시여, 바라바를 놓아주소서! 바라바를 놓아주어서 우리 민족의 명절인 유월절의 뜻을 살피게 하소서!”

 

빌라도)

그러면 너희들은 유대인의 왕이라고 하는 이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느냐?”

 

군중)

그를 붙들어 십자가에 못박게 하소서!”

 

빌라도)

어째서 이런 요구를 하느냐? 이 젊은이가 무슨 악한 일을 저질렀느냐?”

 

군중)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소서, 못박으소서, 못박으소서...!”

 

N)

군중들이 더욱 강팍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를 못박으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빌라도는 이 유대인 군중에 영합하여 소요를 예방하고 자신의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고자 하였다. 그리해서 바라바를 방면하고 예수를 십자가 형에 처할 수 있도록 군인들에게 넘겨주었다. 군인들이 예수를 끌고 나가서 자색옷을 억지로 입히고 가시관을 씌웠다. 그리고는 우스개로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했다. 군인들이 갈대로 그의 머리를 때리면서 침을 뱉고 재미삼아 꿇어 절하였지만, 예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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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신 2020.02.09 13:25

    **70회 속속의 조별토의 중 한 조는 이 대본을 '원용'해서 간단한 라디오극을 구성(5~10분)합니다. 여기 제시한 대본을 '바탕'으로 삼아 자유롭게 재구성(첨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