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10.02 08:15

吾問(4) 거울놀이

조회 수 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여성은 지금까지 수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실제의 두 배로 확대반사하는 유쾌한 마력을 소유한 거울 노릇을 해왔습니다

 (...)문명사회에서 거울의 용도가 무엇이건 간에 거울은 모든 격렬하고 영웅적인 행위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여성의 열등함을 아주 힘주어 강조합니다. 만일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거울은 남성을 확대 시키기를 그만둘 테니까요. 그것은 여성이 남성에게 아주 빈번하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일면 도움이 됩니다. (...) 


 

빵을 부숴뜨리고 커피를 저으며 이따금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거울속의 환영은 활력을 충전시키고 신경조직을 자극하기 때문에 최고의 중요성을 가진 것입니다.  그것을 빼앗아 보십시오그러면 남성들은 코카인을 빼앗긴 마약 중독자처럼 죽을 것입니다. 버지니아울프  [자기만의 방] ,   이미애 옮김,  도서출판 예문,   1996,   57쪽>


  누군가의 거울로 사는 것에 익숙한 여성인 저는 어떤 선택조차 불안해 하곤 합니다.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주술을 거는 듯한 반복적인 말들로 확인(승인)을 받아야 마음이 놓이는 건 마치 거울의 잔상(殘像)같아 보입니다.   가능하면 홀로 책임져야 하는 선택들은 뒤로 미루고 연합을 이루는 선택을 할때  또한 그렇습니다.    연합에 있어 친밀함은 도움이 되는 재능입니다.   물론 이것은 남성의 힘이 더 잘 작용하는 사회가 쥐어준 모습일것입니다경험되어진 약함은 당연히약할것이라 믿어 버림으로 스스로를 마비시키고 있는지 모릅니다그렇게 홀로 책임져야 하는 선택을 거부하는 장소에 배치하고 머무르며 순수함(innocent)-악의 없는 무지(無知)함을 부표(浮標)삼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 없다는 것 또한 이미 거세 당해버린 욕망의 부재를 궁금해하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거울삼아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들은 남성-여성에게만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보입니다혼자 살수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거울삼는 것이 과연 피할수 있는 일일까 하는 생각도듭니다특히 몸()없이 말과 말만이 존재하는 대화의 자리에서는 조금더 선명해집니다부모-자녀, 어른-아이, 선배-후배, 언니()-동생 어떤 관계에서도 무엇이 있어야 한다생각이 시작 되는 순간 거울은 등장합니다

 

  대화의 상대를 탐색하고 저자신이 상대보다 뭔가를 더 알고 있다고 느낄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했던 탐색의 대화들도 생각이 납니다.  배우려는 의지가 있지도 않은데 가르치려는 의욕만 강했던 어떤 대화들도 생각납니다돕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대화에는 상대가 사라지고 저 자신만 남게되는 어떤 대화들도 생각이 납니다.  어긋남은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그 어긋남에도 늘 눈먼나가 있습니다.

알고 있다거나 모르는 너에게를 지우기에는 몸에 가득히 베인 말들이 언제나 이미 툭 튀어나와 있습니다낯선 외국어의 시()시간은 툭 튀어나올 말들을 가라앉힐 좋은 매체가 되어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버지니아울프.pn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8 < 86회 별강> 타자, 그 낯섦의 구원 해완 2020.09.25 143
287 <107회 별강 > 1 해완 2021.07.22 207
286 <82회 별강> 여자의 말을 배운다는 것 燕泥子 2020.08.01 186
285 <83회 별강> 능력주의 신화는 아직도 진행 중? 冠赫 2020.08.14 190
284 <84회 별강> 2년 6개월 공부의 성과와 위기 1 懷玉 2020.09.03 479
283 <89회 속속 별강> ‘約已, 장숙(藏孰) 가다’ 약이 2020.11.12 272
282 <90회 속속 별강> 말(言)을 배운다 侑奏 2020.11.27 179
281 <91회 별강>집중에 들어서다-낭독하는 삶 효신 2020.12.11 163
280 <藏孰> 천안시대, 晦明齋를 열며 2 file 찔레신 2019.07.11 335
279 <동무론>, 전설의 책 ! 3 file 찔레신 2022.10.04 325
278 <장숙>, 2023년 (1-3) file 찔레신 2022.12.26 255
277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청라의 독후감 1 찔레신 2023.01.03 297
276 <적은 생활...> 서평,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 찔레신 2022.12.12 177
275 <조선, 1894 여름> 의제 지린 2020.07.30 55
274 <틈셋학교>를 연기합니다, file 희명자 2020.02.21 293
273 '글쓰기'라는 고민 해완 2022.01.05 396
272 '밟고-끌고'의 공부길,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 lector 찔레신 2023.02.05 119
271 '실력 있음"이 죄가 될 때 1 해완 2020.06.24 163
270 (155회 속속 硏講) 가장자리에서 지린 2023.06.10 193
269 (身詞) #1. 글쓰기의 어려움 4 榛榗 2019.11.05 32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