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회 별강 < 마음은 바뀐다>

by 지린 posted Feb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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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숙행에서 저는, “공부의 효능은 ~~을 알았다!, 는 방식의 지식의 총량의 증가가 아니라, 자기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며, 마음이 바뀐다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에 새 길을 내는 것은 개념이라는 도구만으로 가능하다고도 배웠습니다. 그래서 새 개념을 접하고, 들으면서 제 마음이 바뀌었던 세 가지의 경험을 별강으로 말해보고자 합니다.


슬픈 열대577쪽에는, “나는 가장 단순한 표현으로 환원되어 있는 사회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바로 남비콰라족의 사회가 내가 그 사회에서 오직 인간만이 발견할 수 있었을 정도로 단순화된 상태에 있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곳에 이르러 레비스트로스는, “일부다처혼은 권력의 기술적인 조건들 중 하나이다. 개인적인 만족이 문제되는 한 그것은 오직 하나의 부차적인 의미만을 지닐 뿐이고, 전혀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도 있다혹은, “족장들이 존재한다는 모든 인간집단에는 자기의 동료들과는 달리 중요성 그 자체를 사랑하며, 그것을 책임지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며, 그의 동료들이 회피하는 공적 생활의 부담 그 자체에서 충분한 보상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에 이어서 인간들은 모두가 비슷한 것은 아니다라고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한 분명한 자신의 가설(의견)을 내놓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며 읽기를 멈추었습니다. 일부다처혼과 어떤 족장(어떤 인간)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의견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일부다처혼과 족장에 대한 상식의 편리하고 굳어진 제 습관적인 마음(의견)의 길이 균열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원시적인 상태의 끝까지 가서”(603), 인간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까닭으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가 중요했습니다.


*

장숙행 숙소에 모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이나 아침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짬짬이 틈이 날 때마다 미생물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위와 장에 있는 미생물(박테리아)의 총 무게는 2kg(100조개)이다.” “사람은 지나가는 생물이고 주인은 박테리아(미생물)이다.” “매우 건강한 사람의 똥을 집어넣는 치료법이 있다.” “내가 눈 똥의 반절은 미생물이다.” “무균쥐들은 균(미생물)이 없어서 약한데, 산모의 똥을 먹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미생물 이야기는 이틀 동안 미생물처럼 제게 스며들어왔습니다. 저는 자로 시작되는, 미생물, 미토콘드리아, 미네랄이라는 말을 혼란스럽게 뒤섞어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생물을 통해 몸과 건강을 이야기하면, 마음에 불안이나 걱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신기하고 이상했습니다. (e cousa muita occulta.) 몸과 건강을 위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점 불안이나 걱정이 생기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말하는가는 마치 좋은 미생물처럼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숙행 동행 동무들 중에는 한옥학도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한옥을 만나면 한옥학도들을 불러서 한옥구조를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여전히 한옥학도가 못 되어서, 지나가면서 듣거나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부전공으로라도 한옥을 공부할 마음을 못 내고 있었습니다. 한옥학도들이 또 단청을 입힌 화려한 처마 아래에 모여서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한옥은 처마 아래 외벽으로 이어지는 부위의 장식과 규모를 보면, 그 건축이 얼마만한 권위를 드러내고 있는가를 알게 됩니다. 건축물의 구조와, 그곳에 사는 이의 사유 구조가 어느 정도 닮게 되어 있다면, 저 웅장한 지붕과 처마 아래에서 살았던 이들은 정신과 관념을 무척 중요하게 여겼을 거라 짐작해보았습니다. 저는 선생님과 한옥학도들 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선생님은 처마 아래 장식 부위의 구조와 각각의 세부를 가리키면서 이름(개념)을 말해주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그 개념을 들으면서, 무명의 분절 없음이 벗겨지며, 처마 아래 단청 두른 곳이 밝아지고 동시에 제 마음이 밝아지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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