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알면서 모른 체 하기에 대한 단상

by 실가온 posted Dec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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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날 큰 오빠가 작은오빠, 언니, 내게 용돈을  부쳐주었다. 

오랫동안 맏이 노릇을 못한 부채감이었겠지만 귀여운 군밤장수 모자를 사진을 보내고는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라는 메세지도 함께였다. 

가끔 일을 만들어 식구들을 긴장시키곤 했던 오빠에게 쓴소리 담당을 하던 언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 순간 오빠가 이 세계에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지워지고 있는 그를 붙잡고 싶어 뭔가를 해야만 했는데 그 날 아이들과 함께 읽은 문장을 보냈다.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악셀 호네트에 따르면 인간의 자아실현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통해 가능하며, 긍정적 자기 관계는

타자의 긍정적 평가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타자로부터의 긍정적 반응이 좌절될 경우 인간은 심리적 상처를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이 불가능한 상태에 처하게 된다. 언제나 훼손될 수 있는 인간의 삶은 보호장치를 필요로 하는데

호네트는 윤리가 이러한 보호장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만이 절망'인 시대를 살면서 가끔 절망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은 유기체는 아니나 스스로 약동하며 

'나'를 '너'를 살려 간신히 '우리'를 보존한다. 긍정의 부정, 부정의 긍정. '알면서 모른 체'하면서 '나(너)'는 '너(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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