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억하며

by 형선 posted Apr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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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우리 부부 다툰 얘기를 했나 보다. 출산한 동생 문안을 다녀오는데 친정아버지 하시는 말씀.  ‘사람은 서로 잘못하며 살아... 그러니 잘못을 너무 따지지 말아라.’


잘못을 지적해 상한 마음을 풀려는 방식은 대게 어긋났다. 내용을 떠나 지적이라는 말의 형식을 소화하지 못한 탓이다. ‘지적에 취약하니 숙고되지 못한 말을 빌미 삼고 챙겨들어야 할 말도 앞다투어 회피한다. 아팠던 일에 대한 보상이 되받아치는 일로 되지 않던데, 서로의 깜냥 없음을 경쟁하듯 드러내는 세속의 가정. 밀착된 만큼 애써 돌()봐야 하는 대화의 에서 자주 넘어진다.

 

운전하다 말고 사람은 잘못하고 살아라는 말에 숙연해졌다. 승복(承服)의 말로도 들려 아빠의 옆얼굴이 쓸쓸하다. 그의 딸인 내가 잘못이 없을 리 없는데. 내 잘못을 가지고 멀어진 사람들이 있는데, 잊는다. 사람을 잃고 배운 것이 가벼울 수 없지만 자기를 위해 그 무엇도 잊을 수 있는 가벼움도 내 것이었다.


아빠의 낮은 목소리가, 제 잘못은 없는 듯 대상을 지목해 잘못배설하고 있는 나를 감쌌다

엉거주춤 의례를 하듯, 잊었던 과오를 다시 기억해 불쾌한 과거로 한 발을 뻗는다또 잊겠지만, 또다시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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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지라르의 표현을 좇아 말하자면, '개종(改宗)이라는 이름의 자기 성찰과 변혁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태도가 된다. 희생양 의식을 '자기 안의 죄와 오염을 투사를 통해 안이하게 청산하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쉽게 말해 죄인인 자가 스스로 켕겨서 엉뚱한 사람을 박해하는 짓이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가 말하는 개종은 켕겨서 남을 박해하는 짓을 돌려세우고 스로의 진상과 대면하는 일이다."  (<집중과 영혼>,8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