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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

글을 쓴다는 것은 k의 말처럼, 부끄러운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다분히 모험이기도 하다. 분열병적 자아를 부끄럽게 벗어나기도 어렵지만, 세속 장삼이사들의 시선에 맨몸뚱이로 나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느 장삼이사의 심기를 건드리고 내적 중개되어 희생양이 되거나, 호모 사케르(아감벤)의 처지가 되어 나뒹굴지 모르는 게 글의 운명이기 십상이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알거냥한 표현들이 누군가에게는 주홍글씨처럼 느껴져 상처를 덧내거나, 유난히 도덕적 감시가 심한 유교사회에서 그 운명이 자못 애처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말들과 글은 오해의 묘판일 수 있다. ‘말하는 순간이나 글을 내놓는 순간’, 나의 것이라기보다는 나라는 화자는 사라지고 말 혹은 글이라는 타자로 또 다른 타자에게 물리적으로 접촉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1.

일독 후 남는 것; 모방적 경쟁 그리고 성서에 대한 다른 해석.

 

2.

모방적 경쟁은 이미 살아오면서 많이 보고, 겪고, 휩쓸려 본 경험 같아서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게 있었고, 성서의 희생양에 대한 지라르의 해석은 그럴싸하면서도 이해 못할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휴머니즘적 해석이 오히려 성서에 대한 생각을 한층 각별하게 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외눈박이의 시선에서 겹의 눈을 가지게 되는 변화랄까. 그리고 내게는 지라르의 해석이 성서에 대한 접근을 좀 더 편하게 해주는 측면이 있다. 홉스의 말처럼, 자연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라면, 인류사적 차원에서 성서는 폭력과 희생양에 대한 인간적 개입의 역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과거 한때 신을 모르고 예수를 품었던 적이 있었고, 지금은 그 무거웠던 신에 대한 관념이 생활신의 품격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한 차원에서 신의 문제가 좀 편해지지 않나 싶은 것이다.

 

3.

생활신에 대한 생각은 그리 깊은 것이 아니나, 최근 몇 달 장숙 속속을 통해 만나게 된 일본인들의 신 이해를 몇 문장 접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니 더 두고 볼 일이겠다. 생활을 단속한다는 면에서 나름 유익한 신 이해일 것 같은데, 구원 같은 묵직한 개념과는 어찌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신-이해 같기도 하고, 그러니 말이다.

 

4.

모방적 경쟁에 대해 말할라치면, 이것저것 인생의 굴곡에서 떠오르는 것이 없지 않으나, 다만 그 인생의 실족 같은 경험들에서 지금 여기까지 살아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수면의 회오리처럼 모방적 경쟁은 여전히 인간사 인생사를 휘감고 돌고 있고, 지질한 인생들은 그 회오리의 원한에 묻혀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은데, 대충은 맞지 않나 싶다. 그래서 현명한 성찰 하나는 모방적 경쟁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 조심! 하면서 살아보자는 것인데…….

 

5.

사랑한다고 사랑해지는 것도 아니고, 좋아한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 듯, 조심한다고 조심해질까 십기도 하다.

 

6.

외적 중개와 내적 중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외적 중개라면, 예수와 이소룡 그리고 잠시 경도되었던 사상 하나 정도, 였을까! 다음으로 2003년도 이후 내 인생은 주로 은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에 의해서 안내되었던 것 같다. 나머지 삶의 시간들은 대부분 내적 중개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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