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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3 11:42

踏筆不二(9)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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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jpg


*

지난 3월 2일 時讀에서 이상적(李尙迪)(1803~1865)의 詩를 배웠습니다. 이상적은 12차례나 중국을 왕복했던 譯官이었으며, 추사 金正喜의 門人이었습니다. 역관이었으니, 외국어에도 능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시는 철종 12년(1861년)에 쓴 시입니다. 의 공적비에 얽힌 세태를 한탄하는 詩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去思橫斂刻碑錢

編戶流亡孰使然

片石無言當路立

新官何似舊官賢


『(恩誦堂集)』券8


떠난사람을사모하는비를새기려고돈을함부로긁어모은다네

호적에편입되었던집들이흘러다니는유민되었네누가그렇게만들었나

편석은말없이길을막고서있네

신관은어찌그리도구관을닮아현명한지


지난 장숙행 때 들렀던 [屛山書院] 입구에는 새로운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비석이었습니다. 저는 그 비석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어쩌면 제게는 [거석을 세우는 꿈]이 있었던 같았습니다. 그 꿈의 시원은 장길산이나 임꺽정의 이야기를 읽은 탓인데, 그런 이야기의 결말쯤에 가서는, 그 유민들을 이끌었던 리더들 중 하나인 힘 센 장수가, 그들이 마침내 세운 마을의 입구에 큰 돌을 하나 세우는 장면입니다. 

그 돌은 흰 돌이었습니다. 장수는 돌을 세워놓았습니다.


*

이상적의 시를 공부하면서 저의 이러한 [원형적인 꿈]은 임꺽정 무리의 꿈일 뿐만 아니라 그만그만한 구관사또들이 유민을 만들어내면서 이땅 여기저기에 흩뿌려놓은 꿈이였기도 하였다는 것을 짐작하고는, 쉽게, 빠르게 [비석의 꿈]을 버렸습니다. 다만, 돌은 제 책상 위에 있는 둥글고 작은 [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