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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9 09:13

踏筆不二(8) 蓮姬

조회 수 19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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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00219_091845149.jpg


* 아래는 시독에서 배운, 金鑢(김려, 1766~1821)가 쓴 시 “蓮姬”입니다. 정조 때 과거응시 자격을 잃고, 32세 함경도 부령(富嶺)으로 유배를 갔고, 거기서 만난 연희를, 다시 경상도 진주 땅으로 유배지를 옮기고 나서 그리워하며, 지은 시라고 합니다.


蓮姬


問汝何所思

所思北海湄

高秋露白芙蓉落

蓮姬園裏楓樹赤

千條萬條燭天紅

錦步障開光玲瓏

蓮姬待月楓樹下

月照蓮姬撫孤桐

是時我從寒江渚

坐着葉堆相與語

語罷却携蓮姬手

紅樹園中共來去


연희


너에게묻건대그리워하는바가어떠하냐

그리워하는바는북쪽바닷가

깊은가을이슬하얗고연꽃이지는데

연희는정원으로들어서네단풍나무빨갛고

천가지만가지붉을켠듯하늘붉고

비단발걸음으로장막을여니빛은영롱하네

연희는달을기다리며단풍나무아래에있고

달빛받으며연희는홀로오동나무를어루만지네

이때나는추운강변을따라가서

쌓인나뭇잎에앉아서로말을나누고

이야기끝나면다시연희손을잡고

붉은나무정원을함께왔다갔다하네


*순수한 역사는 주어진 두 가지 사실들 위에 세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 두 가지 요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첫째는 주어진 어떤 세기에 그리고 어떤 나라에서 인간 정신의 일반적 상태이고, 둘째는 일반적 원인들과 결합하여 역사의 흐름을 결정하는 개별적 사건들이다. 우연한 사건들을 가지고 역사를 설명하는 것은 순전히 철학적 원리들을 가지고 역사를 설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이다. 이 두 가지 설명은 서로 뒷받침해주고 서로 보충하여 완전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에르네스트르낭 지음 최명관 옮김 <예수의 생애>, 31


*“연희”를 복습하면서, 그리고 르낭의 <예수의 생애>를 읽으면서, 18세기 중후반부터 19세기 조선을 살았던, 유배당한 젊은 선비의 한 편의 연시를 통하여 당대 “정신의 일반적인 상태”와 “개별적인 사건”을 돌아보았습니다. 르낭의 말처럼 이 두 가지가 “서로 뒷받침해주고” “서로 보충하"면서, 역사가 과연 활기를 띠고 풍요로워졌습니다. 활기를 띠는 주체는 "시를 쓴 김려"인데, 과연 과거응시 자격을 박탈당하고 유배갈만 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 ?
    遲麟 2020.02.19 09:42

    한마디 덧붙이자면 김려는, 유배가서도 마땅하게 "임금"을 그리워하며 시를 써야하는 선비가 더이상 아니라, 임금 아닌 다른 한 사람 "연희"를 그리워하며 시를 써버린, "시인"인 것입니다.

  • ?
    토우젠 2020.02.19 11:53
    <예수의 생애>를 읽으며 독서에 나태함도 한몫했지만 예수에 대한 일반적 평가를 개별적으로 받아들이고, 개별적으로 주워들은 말들을 일반화하고 있었던 오해도 이 책을 끌어안지 못하게 했던듯 싶습니다. 토의 자리에서 저는 이 책을 소설처럼 ‘즐겨야 겠다’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는데 예수쟁이에 대한 전라도식의 꼬인 비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 예수는 예수로 지금 전해질 수 없다는 생각, 현재의 예수는 제자들과 그 인연과 2천년의 인드라망이 만들어온 것 아니겠는가, 그런 예수를 읽으며 내가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이것이...
    그러니 역사가 세워지는 최초의 발판과 특정한 시점의 개입에 의해 역사란 꿈틀거리는 거대한 생물이구나, 선배님께서 인용해주신 구절을 읽으니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연희’는 참 아름다운 시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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