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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하는 인간(homo interpretans):
행지(行知)와 해석학의 실용적 전환

이번 서촌강연에서는 ‘인간의 해석’에 관해서 얘기합니다. 인간은 가끔 똑똑한 존재(homo sapience)일 수도 있고 종종 어리석은 존재(homo insipience)일 수도 있지만, 그 현우(賢愚)와 명암(明暗)의 흐릿하고 광막한 시공간 속을 살아가는 그(녀)는 무엇보다도 해석하는 존재(homo interpretans)입니다. ‘해석(학)의 존재론화’(가다머)라는 말은 ‘소심한 근대의 인식론’(니체)을 넘어서려는 시대의 구호이기 이전에 정신을 지니고 말을 하는 인간의 근본적 조건입니다. 인간은 해석을 피할 수 없으며, 이로써 해석은 실질적으로 만사(萬事)가 됩니다. 인류가 짐승을 넘어서서 문명문화적 광휘를 이룬 것이나 스스로 파멸의 길을 초래하는 어리석음에 빠진 것이나 집단적 사악이나 예외적 개인의 미덕이나, 모든 것은 해석의 한 끗이 어긋나고 갈라지는 중에 생깁니다.

나는 해석학을 인식론적ㆍ철학적ㆍ학술적 술어로 전유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학문적 해석학의 역사가 없지 않지만, 인간만사의 명암과 예둔(銳鈍)과 오차를 결정하는 해석활동은 우리 삶의 전 영역에 이미/늘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게 ‘해석학의 실용적 전환’이라는 말의 취지입니다. 실용, 이라는 것은 내가 말해온 바 ‘공부도 사람의 일’이라거나 인간의 개입이 인식의 차원을 넘어 존재론적으로 침윤(浸潤)하고 있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합니다. ‘사실은 없으며 모든 것은 해석이다’(니체), 이해의 선구조(Vorstruktur des Verstehens)(하이데거), 영향사(Wirkungsgeschichte)(가다머), 실천적 관여(practical involvements)(듀이), 인정(Anerkennung)(악셀 호네트), 그리고 언어의 화용론적 이해(비트겐쉬타인)에 따른 여러 사상적 변침과 변용은 인간의 이해와 해석이 곧 우리의 존재와 삶에 깊이 무젖어 있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지(知)는 행(行)과 뗄 수 없고, 지행(知行)이 아니라 행지(行知)가 외려 사태의 진상을 잘 압축합니다. 나는 이번 강의를 통해 이런 행지의 해석학이 인식이나 이해의 차원에서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 성숙과 수행(修行)의 영역에서도 창의적으로 전환되어 이용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해석이 만사’라는 주장의 윤리적 가능성을 실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미 다른 글에서 ‘애매한 텍스트와 해석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인간에 관한 한 그 모든 텍스트는 불완전하고 애매하며 따라서 그 모든 해석은 문제적일 뿐입니다. 스스로 밝아지고 남에게 적으나마 도움이 되려는 학인이라면, 마땅히, 매사의 해석에 조심조심해야만 합니다.

장소/ 서울 서촌, <문화공간 길담>

일시/ 2024/11/30(토), 오후 3시~6시 30분

정원/ 선착순 25명

신청, 문의/ 숙비, 010-2436-8760 (chodamy/daum.net)/

단빈, 010-7150-5441 (mhk97@naver.com)

회비/ 2~4만 (장소의 임대료 후원금입니다. 개인 사정에 따라 스스로 정해 입금해 주어요.)

*다음번 강의는 2025년 1월 4일(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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