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웃는 일도, 먼저 우는 일도
가지 않은 봄을, 오지 않은 봄을
차마, 입에 담는 일
뒤집으면 하늘, 다시 뒤집으면 손바닥
밑도 끝도 없는 천국과 지옥
우리는 청국장을 먹고 나와
울지 않았네
웃지 않은 머위잎을 보았네
두 다리를 모으고 비스듬히 앉아
서로의 이름을 땅위에 내려 놓았네
우리가 가기로 한 그 자리에
이미 다녀간 발자국이 물들어 있었네
길이 길다워 문을 만들고
빗방울은 구름을 모아 뜨겁게 뜨겁게
하늘 위로 올라 한 방울의 세계를 네 머리에
떨어뜨려 주었네
소리가 들렸네
반영하는 목소리가 연둣빛의 보조개를 띄우고
아장아장 어디가는 거냐며
그림자를 품으며 품으며 따라가고
나는 너의 얼굴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자고 투명하게
문을 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