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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變身)하기 위해 장숙(藏孰)에서 장숙(藏熟)하기


수잔(邃潺)


 

오디션을 지원하기 위해 검사역의 역할을 창조하고 대본을 외운 뒤 카메라로 촬영을 하며 준비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대사의 양이 길어서 외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끝에 마감일이 찾아왔고 제출하기 위해 촬영했던 영상들을 점검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말투와 억양, 외형적인 모습들 중, 어느 것 하나 검사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충격에 빠져 낙심한 상태에서 저를 1차 합격시켜준 곳에 정중히 사과의 메일을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가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고민 끝에 배우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타인으로 변신할 수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 이후에 변신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념무상이 대체로 공염불에 빠지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또 다른 공상으로 미끄러질 때, 생각하기와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 사이의 사잇길을 뚫어 내기란 실로 어렵다. (내 지론을 서둘러 반복하면, 생각의 바깥은 역시 생활양식의 충실성을 통해서 드러날 뿐이다.)(k선생님, <공부론>, 샘터, 2010, 36-37쪽)는 선생님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인물을 글과 생각으로 창조한 뒤 그것만으로 한 인간의 삶을 표현하려 했던 오만함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반성 이후에 몸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생활양식과 버릇을 유심히 관찰(觀察)해야 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촬영된 저의 모습을 보면서 검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생활양식의 충실성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괴테는 "말에서 떨어진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내 팔로 나를 잡아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관념의 시대를 비판했다고, 장숙행 시간에 선생님은 말씀해 주셨습니다이 말씀은 개인을 과거의 버릇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예를 들어주신 말씀이지만 인물을 맡을 때에도 적용이 되는 말씀이라 생각되었습니다저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현재를 둘러싸고 있는 생활양식들을 관찰하여 발견하고 이러한 형식들을 넘어서려고 행위 함으로써, 비로소 생활양식을 바꿀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나는 '몸이 좋은 사람'을 위한 구체적인 테크닉으로서 '연극적 실천'이나 특히 '현복지(현명한 복종과 현명한 지배)'를 주문하며, 공동체의 여건 속에서 이를 더불어 실천한 바 있다.”(k선생님, <자본과 영혼>, 글항아리, 2019, 226쪽) 앞에서는 역할을 준비하기 위한 변신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내가 내 몸을 바꿀 수 있는가?’라고 하는 질문 앞에 마주한 저를 보게 됩니다'몸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어떠한 형식을 만들어 버릇을 바꾸고 있는가 되묻게 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연극배우 프레데릭 마티아스 알렉산더는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수련법을 통해 인체의 기본 동작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목과 머리 등의 관계를 연구하였습니다. 그의 핵심적인 개념 가운데 네 가지 개념을 잠시 소개해봅니다. 첫째 감각적 자각(sensory awareness, 몸 마음 감각을 통한 자각), 둘째 자제심(inhibition, 오래된 비건설적인 습관들 멈추기), 셋째 디렉션(direction, 새롭고 건설적인 움직임을 위한 과정 안내), 마지막으로 건설적인 의식 통제(Con-stuctive Consicous Contro, 완전한 자기 사용)(빌 커닝턴, <배우를 위한 알렉산더 테크닉>, 무지개다리너머, 2017, 20쪽)을 말합니다. 이러한 핵심적인 개념을 통해 알렉산더는 몸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어쩌면 과거의 습관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는데, 내 몸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습관들의 지분(k선생님)을 끊을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藏孰>에서 오래도록 장숙(藏熟)하며 늘 조심하고보다 나은 생활양식 속에서 몸을 끄--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는, 이동하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 염원(念願)을 담아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봅니다.



변신(變身)하기 위해 장숙(藏孰)에서 장숙(藏熟)하며, 주어진 길 위에서 연극적 실천을 함으로써 과() 할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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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잔 2021.09.03 01:08
    시일을 넘겨 별강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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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가온 2021.09.20 11:34
    추석을 앞 둔 날, 특히 전날에는 유난히 하늘이 높아져 하늘 아래 사는 것들이 죄다 순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생각의 바깥’, 추석의 명령에 엎드려 ‘생각하기와 생각하지 않기의 사잇길’로 잠시 들어설 수 있어서 일까요. 말씀하신 ‘균형의 추구’란 구절을 들여다 봅니다. 
    생활을 갈고 닦으며 세상속에서 ‘추가 된 자들의 덕이 여무는 때입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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