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덕후 독하
"보고 싶은 당신,
떠나오던 날 내게 돌아올 날을 물었죠, 나도 알 수 없는 그 날을.
오늘 밤 이곳 巴山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오. 가을 못물도 따라 불어나겠죠.
언제일까요, 촛불심지 잘라가며 당신과 함께 밤 지새워 이야기하면서
巴山에 밤비 내리는 오늘을 그때라 할 그 때가요.
某年 某月
멀리 巴蜀 땅에서 당신의 隱"
李商隱의 "夜雨寄北" 私譯에 讀霞 對하기를
"보고 싶은 상인,
"보고 싶은 상인,
미륵사지 떠나오던 날, 急雨에 고망 없이 내달리던 당신을 좇아 하염없이 이름을 불렀죠.
오늘 밤 이곳 동백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요. 涵養池 못물도 따라 불어나겠죠.
언제일까요, 당신의 연주 밤 지새워 음미하던 그 날을 담소하며,
동백에 밤비 내리는 오늘을 옛날이라 할 그 때가요."
언제일까요, 당신의 연주 밤 지새워 음미하던 그 날을 담소하며,
동백에 밤비 내리는 오늘을 옛날이라 할 그 때가요."
---
내가 접한 이름 중 가장 아름다운 이름, 讀霞.
내가 접한 이름 중 가장 아름다운 이름, 讀霞.
그가 내게 처음 한 대거리가 위의 글이다.
그는 누구인가, 아니 어떤 사람인가?
나에게는 李箱으로 비치기도 하고 Bartleby로 비치기도 한다. 하나 어쨌든 확실한 것은 그가 k선생의 덕후라는 사실이다. 선생의 모든 책을 그는 두 권씩 갖고 있다. 절판된 것도 그렇다. 읽고 또 읽다 보면 책이 헤질 수 있으니 미리 한 권을 더 장만해 둔다고 했다.
讀霞.
노을을 읽는 이.
노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고 하니 노을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그 너머의 무엇까지 읽겠다는 것인가?
(몇 달 후, 그와 나는 동백에서 "그 때"를 "그때"로 만들었다.)
동학의 위태로운 공부길을 잡아채고 멀리서 동백까지 찾아와 안부를 묻는 상인을 보며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의 뜻을 몸으로 새깁니다. 방학이 길어진 이참에 답례의 시기를 재보겠습니다. 하루바삐 쾌차하셔서 공부 장소에서 몸 섞으며 대화할 날을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