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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유비무환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가뜩이나 줄고 줄은 환자들이 비까지 오니 전멸이다.자기자신과 자기가 하는 일을 지루하게 생각하는 것은 용기이다. 거기에서부터 무언가 시작할 수 있으니까.  오래 전에 두서 없이 조금씩 쓰거나 아마도 여기저기서 옮겨 적은 듯한 글노트가 손에 잡혀 뒤적거리다가 몇 구절 올려 본다.

-인식이란 결국 자기 눈을 통해서 보는 것이며 그러므로 문제는 자기 시각을 객관화하는 것이다.

-본질적인 나는 없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나다.

-인간 완성에 필요한 요소들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갖출 수는 없기에 고통을 받는 것이다. 값진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야비한 경험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준비한다면 극복할 수 있는 도전들.

-모든 것을 자제하기만 한다면 참된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다. 탐하는 자만이 사물의 본성에 깊이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격은, 도덕성은 자기 손으로 밥을 벌어야 비로소 시작된다. 물적 토대가 도덕과 인격의 토대이고 인간의 품격을 잃지 않게 한다삶의  이런 구체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그 구체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자기의 품격을 잃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은 육체가 조종한다. 그러나 정신에 의해 단련될수록 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 나온다.

지금 보아도  제법 기특한 말들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온다. 진정한 삶은 큰 시간의 굽이를 알면서 짧은 현실속에서 치열한 자기갱신을 포기하지 않는 자유의지의 긴장된 삶일 것이다.그러나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그 긴장이 무디어지고 평온해져 가는 것도 또한 유한한 존재가 가진 운명일 뿐 나의 죄는 아니겠지...

비 오는 한적한 월요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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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린 2020.04.21 08:00
    "그러나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그 긴장이 무디어지고 평온해져 가는 것도 또한 유한한 존재가 가진 운명일 뿐 나의 죄는 아니겠지..."(해완)


    청명한 아침입니다. 해완의 글을 읽고 제게도 아래와 같은 단상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나는 죽음에 가 닿지 못하고 죽음을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심지어 죽음은 내게 있을 수 없다는 생생한 삶만이 감지된다. 죽음은 인간에게 허여(許與)되지 않았다."
  • ?
    희명자 2020.04.22 22:05

    '글쓴이 해완'
    반가운 다섯글자를 보아요.

    '큰 시간의 굽이를 알면서' '치열한 자기갱신을 포기하지 않는' 글귀에서,
    해완이 추구한 긴장의 실천을 엿보며, 제 생활도 돌아보게 됩니다.


    비가 오는 한적한 월요일 오후엔, 해완의 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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