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회 시독(時讀)은 밀양의 東庵(동암)-선생님 공부하시는 작은 암자-의 차방(茶房)에서 열렸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般若心經(반야심경) 전문을 공부했는데,
그 사이에 속속에서 “부처님의 생애”를 공부했던 까닭이 있기도 하지만,
한 자 한 자가 속속 저의 깜냥만큼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또 서거정(徐居正)의 아래와 같은 시 한 수도 함께 배웠습니다.
讀李白淸平調
風流誰似謫仙才
天子呼來醉似頹
高調淸平擅今古
沈香亭北牧丹開
이백의청평조를읽다
풍류는누가귀양온신선의재능을닮겠는가
천자가불러오라해도취해쓰러질듯하여
고아한노래청평(淸平)은예나지금이나제멋대로인데
침향정(沈香亭)북쪽엔목단이피네
*
“예나지금이나 제멋대로인데, 목단이 피어난다”는 서거정의 시에서
선생님한테서 배웠던 추사의 “不計工拙”이 떠올랐습니다.
서거정은 이백의 시심(詩心)을 다시 꽃피워내고 있었습니다.
*
홀로 공부하시는 작은 암자의 일부를 열어 저희를 맞아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두서너 시간 소란하게 해드린 것 같아 송구하면서도, 짧고, 오월 어느 날 한나절의 무척 즐거운 소풍시독이었습니다. 동행동학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늦봄 볕을 쬐면서 물가에 앉아 시를 읊고, 또 무엇을 할까요.
반야심경을 공부하신 소회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