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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4 10:18

踏筆不二(16) 耿耿

조회 수 244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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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林葛川書名薰

獻歲發春想惟新橲益茂遙賀萬萬生添齒以來眩暈增劇無稍平時節亦衰境常理奈何只以離索相遠無便奉話常爲耿耿耳今者縣城主在喪適因下人往聊達鄙情 정월입니다봄이시작되었습니다새기쁨이넘치고무성하기를생각하며멀리서그많음을축하합니다저는나이한살을더먹은이래로어지럼증이더해극에달해조금도평시절이아닙니다역시노경의이치가항상그러하니어쩌겠습니까다만무리를떠나서멀리혼자있게된이래인편이없어말씀을받들지못하였으니항상경경(耿耿)하였는데요즘지방관이상을당해마침그로인한하인이가게되어애오라지(聊부족하지만그런대로)비루한마음닿습니다.


*

위 글은 지난 55회 시독에서 배운 서간문입니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인편이 없어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운 이”에게 편지조차 보낼 수 없었던 차에, 마침 원님(縣城主)이 상을 당하여(在喪) 생기게 된 “하인 가는 길”에, 쪽지처럼 짧게 써서, 새봄을 맞는 그이의 안녕을 축원하면서 자신의 근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

선생님은 이 편지글이 “잘 쓴 글”이라고 하셨습니다. 아직 실력이 짧아 한문편지글의 수위가늠을 할 수는 없지만, 이 편지글은 그윽합니다. 


*

한문을 배우면서, 실력이 있는 선비일수록 “글을 어렵게 썼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실력 있는 주체들은 쉽거나 상투적인 글자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편지에는 경경(耿耿)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쉽고 외롭고 그립다”는 말이라고 알려주셨는데, 귀 옆에 불이 자꾸만 깜빡깜빡하여서, 잠 못 이루는 상황을 알려주는 재미있으면서도 애처로운 글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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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명자 2020.06.25 12:13
    그윽한 글에는 ‘고사’를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어휘도 있었습니다. 본문의 離索이라는 어휘도 그러한 것인데, 이것은 離群索居의 줄임말이었습니다. 고사와 그에 따른 어휘는 책을 많이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고사를 들려주셨고, 그 내용을 옮겨 봅니다. (참고 http://blog.daum.net/kdb9602/16873753)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아들을 잃고 상심하여 너무 많이 울어서 그만 시력을 잃고 말았다.
    때마침 조문을 왔던 증자(曾子)가 곡으로 하며 자하에게 말을 하였다.
       “내가 들으니 벗이 시력을 잃으면 그를 위해 곡(哭)을 해야 한다고 하였네”
    자하도 이 말에 더욱 서러워하여 곡을 하며 말했다.
       “하늘이여 저에게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증자가 자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이 사람아, 자네가 어째서 죄가 없다고 그러나? 자네는 서하(西河)의 백성들로 하여금 스승님을 의심하게 하였고*, 부모의 상(喪)을 당해서는 잘 처리하지도 못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아들이 죽었다고 시력을 잃을 정도로 슬퍼하고 있으면서, 어찌 잘못이 없다고 그러나?”
    자하가 짚고 있던 지팡이를 던지며 말했다.
       “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내가 벗들을 떠나 혼자서 산 것이 너무 오래 되었기에 이리 되었네. [吾離群索居, 亦己久矣]

    *자하는 공자와 그 모습이 많이 닮아서, 공자를 그리워한 사람들이 자하를 공자인 듯 대했다고 하고 이에 대한 자하의 처신을 비판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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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명자 2020.06.25 12:34

    耿耿(경경)이란 글자에서 귀(耳)를 보니, 자기소개 시간에 耳順(귀가 순하다)이라는 말을 소개해주신 것도 떠오르고, 賢人은 見과 관련되었지만 聖人은 耳와 관련되었던 것도 상기되어요. 마음의 변화와 함께 귀도 변하나 봐요.


    "'듣다가 죽는다'. 잘 듣는 자, 곧 세속을 고치는 성(聖)이다. 들어도 들어도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 곧 세속을 이기는 활(活)이다. 듣는대로 말없이 하는 자, 곧 그가 보리(菩)다." (선생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