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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知(7) '거짓과 싸운다'


"신화는 박해자에게는 죄가 없고 희생물한테 죄가 있다고 표현함으로써, 진실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신화는 항상 속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신화 자신도 속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 지라르,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김진식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4, 15.)  


거짓과 싸운다.’ 라는 지난해 藏孰의 공부 지침이 있다. ‘규율의 제 1()자기 이해이듯이, 이 지침은 거짓에 대한 무딘 감각을 일깨우고, ‘거짓'에 속한 말과 생활을 알수 있도록 돕는다.

이 지침과 연결해서, 새롭게 보이는 말의 자리가 있었다. 어떤 말이나 일,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전하게 되는 때가 그렇다. 사진기가 아닌 눈()은 사실 그대로를 보지 않고 귀도 마찬가지다. 식견, 선입견, 경험, 환상 등이 개입하여 선택한 것을 보고 듣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는 편집()자이다. 어떤 편집에 의해서 대상은 옹색해지기도 풍성해지기도 한다. 개별적인 인식의 조건이 있는 것 같고 그 편차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을 한다는 것은 최종적으로 언어게임’(비트겐슈타인)에 속하는 행위이다. 어떤 말이나 일,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말도, ‘언어 게임의 규칙과 조응하고 대화 상대자의 영향을 받으며 변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인식의 한계가 있고 ‘언어게임'에 영향을 받는 대화의 장()이라고 하여도, 어떤 정보가 굴절되고 왜곡되어 전달될 때 개인이 개입하고 있는 지점, 그래서 책임져야 하는 지점을 문제시 하려는 것이 이 글이 취지이다. 전하는 말의 자리를 살피고자 한다.

인용문에서 르네 지라르는 희생양에게 죄가 없다는 복음서의 진술과 다르게, 신화희생양에게 죄가 있다고 거짓 진술을 한다고 했다. 이 거짓은,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희생양폭력을 용인하고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어떤 사태의 근거가 거짓일 수 있고, ‘거짓도 힘을 행사하며, 자신도 모르게 거짓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짓이 활보하는 이 이상한 일을  지라르는 신화 자신도 속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형식을 개인에게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떤 정보가 굴절되고 왜곡되는 현상은 흔하고 흔한 일이다. 앞서 말한 것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실천 영역에 국한해서 개인이 개입하고 있는 지점을 얘기한다면, 지라르의 말을 자신의 의도에 자신도 속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말하는 이의 의도(意圖)’에 의해 정보가 편집 재구성되는 때이다. 에고의 한 분파(?)의도는 한참 죽음을 연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스스로를 속이고 나와 어떤 정보를 더 조명하고 어떤 정보는 커튼을 치며 또 어떤 정보는 말하지 않는 식으로 개입한다. 선생님 글을 인용하면, '그 모든 만남의 기회를 제 깜냥의 소굴로 만든다.'

다행히, 치우치고 편집하는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다. 꺼림칙하고 불쾌한 자리이기는 하다. 자신의 숨은 욕망과 의도에 대하여 죽는 것, 아니 조심하는 것. 그래서 밖으로는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것. 이미 발화된 말이라면 서둘러 멈추고, 우회하거나 차라리 배회하는 것이 가능한 실천일 수도 있겠다.

르네 지라르의 인용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복음서처럼 집단 폭력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 그것은 곧 신화가 그 폭력에다가 부여한 긍정적인 의미를 거부하는 일이자, 도덕적으로 유죄인 순전히 인간적인 두려움으로 집단 폭력을 바라보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자체가 거짓을 무화 시키고 무책임한 연쇄(폭력)를 끊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을 전하고, ''이 옮겨지는 자리에서 세심한 주의(執中)가 필요하다 '말'을 타고 번져나가는 것이 있다. 공자님의 가르침을 덧붙이면, 시중(時中)을 쫓아 어떤 사태만큼은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볼 수 있어야 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에 관해서도 그렇다. 숨은 의도라 의심되는 것을 응시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그것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알릴 수 있다. 스스로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 혼돈과 두려움에 노출될 수도 있다. 불편한 자리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빈 곳을 견디고 '사회적 관계를 지우며' 홀로 서는(單獨者) 순간에, 주체도 생성된다.

거짓을 도무지 소화할 수 없는 몸, 진실한 말이 신뢰하고, 찾아오는, 그런 말을 감당해내는 몸(들)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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