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74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난 82회 속속에서 제출했던 의제 “왜 우리는 자화상화 하지 못하는가?”와 마찬가지로, 이번 발제/별강 또한, 

『조선, 1894년 여름』을 통해서 바라본 조선과 조선인의 모습들 중 세 가지만을 골라, 

다시 읽어보며, 이 읽기를 통해서 조금 바뀐 시각으로, 한국/한국인의 일상단면을 살펴보는 글을 짧게 덧붙이는 형식으로 

글을 작성해보았다.


1. 노래


*

조선인들은 모이길 좋아한다. (199) 

일을 하면서 담배를 피울 때를 제외하면, 조선인들은 일상적으로 노래를 부른다. 이 얼마나 행복한 민족인가! (부르다레 47)


*

모이면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울려 춤을 추었다. 회사의 회식자리,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부터 농촌의 농한기의 어울림, 시위나 집회의 장소, 결혼식과 장례식(곡) 등, 어디에서나 모이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거리마다 노래방이 넘쳐나던 시절을 지나왔다. 설득과 대화를 통해 차이를 분명하게 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문화가 아니라, 노래 부르며 “마치 초기화(initialization)하는 것처럼 정서의 늪으로 되돌아가곤”(k님)했다. 그것이 연대의 방식이었으며, 분노와 정한을 한껏 표출하고, 그러나 구별하여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하고, 되돌아가는 방식이었다.


2. 여성의 성(姓)


조선의 여성들은 짐 싣는 동물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다. 남자들은 이른바 노예를 갖기 위해 여자와 결혼한다. 여성들은 이름도 없다.(87)

조선의 왕비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이유는 조선의 다른 여인들처럼 왕비도 원래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110) 

조선의 여자들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남자들의 노리개였다가, 나중에는 노예 상태가 된다.(204)


*

자신이 낳은 아이가 다른 성(姓)을 갖게 된다는 충격은, 그나마 조선의 여인들이 성과 이름을 부여받은 이후에 생길 수 있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조선인의 풍습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이 앞에서 언급한 대로 조상숭배다.”(240) 조상숭배와 결혼제도는 1894년 이후로도 이 공동체를 유지하는 근간이었을 것이고, 결혼제도는 여성이 출가(出嫁)를 하는 것으로 구조화되었으나, 성(姓)과 이름을 갖게 된 이후에도 여성들에게, 출가 이후에도 이전 집안의 성씨를 유지하게 하는 것으로, 출가한 집안이 숭배하는 성(姓)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같이 살고 있으나 일종의 이교도와 마찬가지로, 그 집안 조상숭배의 자격을 갖지 못했다. 여성은 홀로 다른 성(姓)을 가진 자로써 조상숭배의 각종 노역을 담당하고, 내내 조상을 숭배할 수 있는 아이를 낳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것은 여성에게 깊은 고통을 주었다. 


3. 귀신(鬼神)과 신(神)


*

조선에는 십자가를 세우기 위해 무너뜨려야 할 이방신들이 없었다.(83) 

조선인들은 어디서나 귀신을 본다. 이들은 길한 날과 불길한 날을 믿으며, 적당한 장소와 부적당한 장소가 있다고 믿는다. 대기는 귀신으로 가득 차 있으며, 폭풍우는 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귀신이 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온갖 제물을 바치고 주문을 외우며 끊임없이 귀신에게 뭔가를 묻는다. (228)


*

우리는『예수의 생애』를 읽고 공부했다. 인간의 신성(神性)은 변방에서만이 가능했으나, 이를 변방의 정서로부터 끌어올려 진보한 인류보편의 개념으로 차원을 달리하게 만들 수 있었던 힘은, 당시 로마제국의 지력을 습득한 변방의 사람으로부터 가능했다. 한 공동체의 정신이 도약하는 틀은 대략 이러한 방식으로 가능했다. 조선인들은 어디에서나 귀신을 보았다. 산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지력을 습득한 조선의 선비들은, 의식적으로는 차별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차별을 알아차리고, 그 섬뜩하고 아찔한 번역의 허방을 겪어내지 못했다. 



  • ?
    지린 2020.08.14 18:27
    프린트는 제가 해서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 한문 서간문/한시(18) (1-20) 찔레신 2021.07.08 645
71 <Georg Simmel, 1958~1918> (1-7) 1 file 찔레신 2021.05.06 385
70 <유한계급론> (1-10) 1 찔레신 2021.04.21 441
69 <사치와 자본주의> (1-7) 1 찔레신 2021.03.30 478
68 한문 서간문/한시(17) (1-17) 찔레신 2021.03.26 617
67 Emily Dickinson 찔레신 2021.02.28 337
66 茶山의 글 (1-15) 찔레신 2020.11.10 467
65 茶山의 앞과 뒤 찔레신 2020.11.08 319
64 고전한문강독(350~357 ) (莊子/墨子/荀子) 찔레신 2020.10.26 346
63 한문서간문/한시(16) (1-20) 찔레신 2020.10.07 548
62 고전한문강독(343~349) (莊子) 찔레신 2020.09.23 228
61 고전한문강독(336-343)(莊子) 찔레신 2020.09.07 258
60 고전한문강독(329~335) 찔레신 2020.08.24 249
59 (현대) 한국인이란 누구인가? (83회 속속 별강) 敬以(경이) 2020.08.19 411
58 (현대) 한국인이란 누구인가?(83회 속속 별강의제) 肖澹 2020.08.15 346
57 '(현대) 한국인이란 누구인가?' 속속83회 별강 희명자 2020.08.15 255
» '(현대) 한국인이란 누구인가?' (83회 속속 발제/별강) 1 지린 2020.08.14 274
55 고전한문강독(320~328) 찔레신 2020.08.06 226
54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에밀 부르다레) (1-16) 찔레신 2020.07.29 345
53 고전한문강독(310~319) 찔레신 2020.07.21 21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