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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회 속속의 詩시간에 발표되는 우리한시는,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詩書畵가 뛰어나서 삼절(三絶)이라고 불렸다던 신위(申緯,1769~1845)의 시 <西京次鄭知常韻>입니다. 詩人은 영조45년에 태어나서 헌종 11년에 돌아가셨는데, (참고로, 85회 속속의 영시 시인인 바이런과 동시대의 사람입니다), 1812(순조12)년 서장관(書狀官)으로 청나라에 다녀온 이력이 있는 분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서경(평양)에서 고려의 시인 정지상(鄭知常, ?~1135)의 시를 차운하여 쓴 것입니다. 신위가 태어나는 해로부터 634년 전쯤에 서경이 고향이었던 고려의 뛰어난 시인, 정지상은 정적(政敵)으로부터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런데도 두 시인의 시를 가만히 읽어보면, 시의 화자들이 여전히 낮고 그윽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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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同江
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비개인긴강둑에풀빛더하고
님보내는남포에슬픈노래생겨나네
대동강물은언제마르겠는가
이별눈물해마다푸른물결에더하는데
西京次鄭知常韻
申緯
急管催觴離思多
不成沈醉不成歌
天生江水西流去
不爲情人東倒波
급한피리소리잔비우기를재촉하니이별의쓸쓸함더하고
깊이취하지도못하고노래를부를수도없는데
어쩔수없이강물은서쪽으로흘러가
그대위해동쪽으로거슬러흐르지는못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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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운(次韻)된 글자는 多,歌,波로 세 자입니다.
세 마디의 같은 “소리”를 붙잡고 서로의 마음이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