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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20:31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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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부모님께서 작은 산이지만  목장터가 있는 산과 논을 자식들에게 증여 해주신다고  좀 서두르셨다.  우연히 장숙의 인류학 공부인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을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이제 나이 들어가시고 어차피 자식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기에 물론 다른 식의 환원도 있겠지만 우리 수준에선 그게 상식이기에  그리고 땅이 있어 노령연금을 못 받으시니 그것조차 좀 억울하신 모양이셨다.  산은 삼 남매 공동명의로  농장터는 오빠, 동생과 나는 각각 차이는 있지만 논을 증여받았다. 아직은 취득세만 내고  증여는 진행 중이다.삼 남매가 아버지를 모시고 법무사사무실로 면사무소로 절차가 만만치 않았다. 세금이 부담스러워 안 받을까도 고민했지만 그건 여러가지로 쉽지 않았고 나도 꿈이 땅을 가진 농부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힘으로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하는 꿈을 꾸긴 하였지만. 가끔은 인간이 어떤 가공물이 아닌 자연의 일부분인 땅을 소유한다는 것에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작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선 더욱이 소유는 너무나 명확한 삶의 기반이다. 그러나 가공물인 것들과 자연인 땅은 좀 다르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 옛날  인간들은 땅을 소유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자연은 소유가 아닌 잠시 사용하는 빌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농업의 시작과 더불어 잉여 농산물이 생기면서 어쩌면 소유라는 개념이 생겼을 것이다.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농업의 시작이 오히려 인류를 더 많은 일을 하게 하고 잉여에 따른  위계가 생겼을 것이라고. 인류는 어쩌면 더 불행해진것이라고.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는것 같다. 공산주의 이상인 공동 소유, 공동 생산의 꿈이 결국 인간의 소유 욕망 앞에서 무너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자본주의의 무한한 소유에 대한 욕망의 인정은 결국 또 다른 파멸을 향해 가고 있고 언제나 극단의 길을 가는 인류에게 두 길 사이의 샛길은 없는 것인지 항상 의문이 든다. 물론 언제나 소수는 다른 길을 내려하였고 자본주의도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절충과 해결책을 제시해왔지만 이 거대한 흐름을 막진 못하고있다. 아무리 무소유를 외쳐도  공수래 공수거를  이야기해도 이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다. 나조차 집을 소유하고 있고 작은 경차지만 차도 소유하게 되었고 이제는 하물며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 자의든 타의든.  내 것이라는 그 사실, 그건 분명 서류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떤 만족감과 안정을 주는 것일 것이다. 인간도 생존을 위해 살아가기에 그건 어쩔 수 없는 욕망이라 인정을 할 수도 있으나 사실 들여다 보면 소유로 살아가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유에 진심이다. 가만 들여다보면 결국 그건 화폐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나 조차 세금내고 나니 몇 평인가 보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 땅에서 나올 쌀을 상상하지 않고 . 결국 모든 것은 화폐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뼛속 깊이 들어와 있는 이 자본주의라는 화폐와 상품의 가치가 전부인 이 세계가 거부하기도 어려우면서도 진저리쳐졌다. 인류학을 공부하며 우리같은 문명을 거치지 않고 남아있는 인류의 원형들의 여러 모습을 보고있다. 우리가 그들처럼 같은 방식으로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그들을 통해 다른 상상력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무늬를 공부하며 그리는 우리들은 땅과 집과 차와 그 많은 소유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인간이 무엇을 갖는다는 게 대체 무엇이고 가능하기는 한 걸까? 자꾸 의문만 생긴다. 아니 소유란 말 대신 다른말은 없을까? 다른말을 찾고 싶어진다. 소유所有 - 가지고 있음이다. 有는 있다, 존재하다, 가지다,소지하다.... 등등이다. 그냥 있음이 제일 좋은것 같다. 있는것. 잠시 같이 있는것. 온전히 있음으로만 만날 수 있다면 그 모든 것과.... 라는 어려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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