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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안의 여성 대학진학율과 혼인율의 통계를 통해 본 여성의 변화

 

연니자

 

세상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있다. 모든 여성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한 채 살아왔다. 여성의 이야기는 자주 은폐되었고,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배우고 싶은 여성은 많았으나, 배움의 자리는 주어지지 않고, 필연성의 노동으로, 가정의 살림 밑천으로, 오빠나 남동생의 공부를 지원하는 역할로 내몰렸다. 배운 여성이 등장한 시기를 근대 학교인 이화학당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삼아 가늠해보면, 이제 겨우 130년을 넘겼다.* 야학이나, 검정고시 반은 그렇게, 배움에서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새로운 배움터였다. 결핍이 가져온 열망 덕분인지, 이후 일반계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2008년까지는 남학생이 높다가 2009년 남학생(81.5%), 여학생(82.3%)으로 처음으로 역전된 후, 2012년 이후부터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57%p 앞선다. 진학률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자 중 여학생 비율도, 1980년에는 27.4%이었는데, 199039.3%, 200045.7%, 201047.1%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여, 201849.8%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서울지역으로 세분화해보면 서울 소재 대학은 여학생 비율이 56.6%로 월등히 높은 편인데, 이는 여대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비교하면, 여학생 비율은 40년 동안, 두 배 가량 양적으로 성장했고, 비율로만 말하자면, 양성평등을 넘어선 듯 보인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하면, 질적으로는 몹시 초라하다.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00대 기업의 임원진에서 여성 비율은 2.7%에 불과하며, 336개 기업에는 여성 임원이 전혀 없다고 한다. 중앙 정부 전체 공무원 중 거의 50%가 여성이나 장·차관을 제외한 국장급 이상 고위직에선 4.9%만이 여성이다.*** 여성들은 대학생도 될 수 있고, 공무원도 될 수 있고, 대기업에 취업할 수는 있지만, 유리천장에 막혀 고위직은 되지 못했다.

1980년대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한 배운 여성들은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1980년대부터 혼인율을 살펴보았다. 통계를 보면 총 혼인건수는 1980년부터 1995년까지 40만 건에 가깝게 유지하다, 199643만 건으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하락하기 시작하여, 작년 2021년 총 혼인 건수는 1996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2천 건, 조혼인율은 3.8%로 나타난다.**** 40년 동안, 전반기 20년의 그녀들은 많은 수가 결혼을 했고, 엄마가 되었다. 후반기 20년의 그녀들의 많은 수는  결혼하지도 않고, 아이도 낳지도 않는다(21년 현재 합계 출산율은 0.81명이라는 사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통계적으로, 공부하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여성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배운 여성들의 변화를 근대 여성 지식인을 통해 엿볼 수 있을까. 장영은은 <배운 여자의 탄생과 존재 증명의 글쓰기>에서 근대 여성지식인들이 글을 쓰는 행위, 더 구체적으로는 자기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글로 남기는 행위, 그 자체를 페미니즘의 출발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근대 여성지식인의 서사를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말하지 않고 글을 발표하지 않으면 여성지식인은 공적영역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역설적이게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녀들의 생애를 스캔들로 소비하면서 여성의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함부로 말하는 현실 또한 여성지식인들의 자기서사를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근대 여성지식인들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기 위해 자기 자신에 대해 직접 이야기해야 했다. p.72

 

근대 여성지식인들은 모두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자기 인식을 공유했다. 근대 여성지식인들이 남긴 자기서사의 공통점은 자신이 여성임을 직접적으로나 우회적으로 자인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안에서 스스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신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여성지식인들의 자서전에는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자녀들의 이야기가 자신의 생애를 구성하는 데 반드시 포함된다. 남성지식인들에게 자서전이란 개인이 이룬 공적인 성취의 기록이고, 따라서 자서전에서 다루는 개인적 소회는 사적인 생활이 아니라 공적인 사건의 이면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러나 여성 지식인의 자서전에는 자녀의 입학이나 진로 문제 등이 자기서사에 구체적으로 재현되는데, 이는 곧 여성들에게 가정이라는 사적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생애의 중요한 사건으로 자리 잡기 때문이다. p.83

 

장영은의 글을 통해, 근대 여성 지식인들이 공부를 통해 주체적인 자기인식에 도달하여, 사회구조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녀들의 이야기는 여성의 삶이, 가정의 영역을 벗어나 공적영역을 가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근대 여성들의 소설에서 가장 못된 악역은 이기적으로 억압적인 남성이 아니라 나쁜 엄마라는 사실과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위대하고 훌륭한 여자가 되리라는 근대 여성작가 박화성의 결의와 선언이 자녀들을 잘 키운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은, 글쓰기로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하려했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라는 가정 영역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근대 여성의 고뇌를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근대 여성의 고뇌를 앞서 살펴본 통계에 따르면, 현대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부하여, 주체적으로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된 현대 여성들은, 결혼과 육아에서 불리하게 되어 있는 사회제도와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부르짖지만, 일하는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만을 살펴보아도, 일과 가정, 모두에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의 생활을 알 수 있다.

 

이 글은 40년 동안의 여성 대학진학율과 혼인율의 통계를 통해 나타난 여성의 변화를 알리고 그에 따른 다양한 여성의 존재를 알리고자 했다. 어머니라는 정체성은 여성을 규정짓는 단 하나의 이야기였었다. 이제 새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그려나가는 여성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전 세대의 삶과 비교할 때,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나이지리아 태생 소설가 치마만다 은고치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The Danger of single story>라는 테드 강연에서 단일한 이야기는 고정관념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름다운 자연과 빈곤과 에이즈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인이라는 고정관념에 맞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여성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공적으로 회자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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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배운 여자의 탄생과 존재 증명의 글쓰기 - 근대 여성 지식인의 자기서사와 그 정치적 가능성>,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민음사. 2018. p.71.

** YTN기사, 여학생 대학 진학률 높은 이유는?, 2021. 7https://www.ytn.co.kr/_ln/0103_202107221401515271

*** 문재인 정부 Facebook. 2017.10.1

**** 지난 해 혼인건수 20만 건, 역대 최저 혼인율 기록, 한경기사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3172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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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길 2022.09.20 12:16

    “우리가 알기에 가장 강렬한, 다른 경험을 모두 잊게 할 정도로 강렬한 느낌인 신체적 고통의 경험은 가장 사적이며 그래서 누구에게도 전달할 수 없는 경험이다.”(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이진우 옮김, 한길사, 1996, 123)


    삶이란 이해받을 수 없는 경험, 누구에게도 전달할 수 없는 경험들이 생겨나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자칫 고립되기 쉬운 고통스러운 경험들로 인해 현실성을 잃고 속으로 옭아 들기도 하고요. 이런 일시적 자기보호의 기제가 자기생존 밖에 모르는 증상의 체계로 고착되지 않도록, 경험을 돌보며 때론 거슬러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 있을까요. '경험'이 아닌 ‘실천’으로 살기를 바라며, 근대 여성 지식인들이 '글쓰기'를 통해 일구어낸 공적 장소도 그러한 실천으로 읽었습니다.
    한편, 글쓰기의 수행성(performativity)은 (알고 싶지 않은)자신을 알고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며, 보다 큰 나,를 요청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적 약자이기도 했던 한 여성이 글을 쓸 때 숙연하고 영웅적인 아우라를 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살며시 지난 3월에 입학한 숙인 이ㅁㅇ씨가 떠올랐습니다. 지리산 봄 소풍에서, 쓰는 삶으로 진입하게 된 계기를 듣게 된 적이 있는데, 글이라는 표현적 계기를 얻으며 승화된 정서와 이야기들에서 그러한 감흥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새로운 삶을 선택하고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저도 '공부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함께 북돋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야기도 끊임없이 재서술(redescription)하며 그 변주와 합주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훗날, 어긋내며 어리눅은 우리의 이야기가, 필연적인 삶의 폭력(성)에도 결코 시들 수 없는 어떤 여성들에게, 작은 희망의 소식으로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적은 생활...> 서평, 중앙일보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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