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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4 04:31

142회 속속(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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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베버.jpg



막스 베버 교수님.

 

교수님의 책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읽으며 뼛속까지 학자인 교수님의 학문을 향한 경건한 열정을 나타낸 다음 문장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학문에 문외한인 모든 사람들로부터는 조롱당하는 저 기이한 도취, 저 열정, “네가 태어나기까지는 수천 년이 경과할 수밖에 없었으며,” 네가 그 판독에 성공할지를 또 다른 수천 년이 침묵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은 학문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것이니 다른 일을 하십시오. (38)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는 대학교수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학문적 성취 이상으로 어느 라인을 타야 하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21세기 초반의 한국의 대학 풍경을 배경으로 하니, 오직 학문을 사랑하는 자만이 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학자, 그가 가져야 하는 단 하나!의 태도를 확신있게 제시해 주고 있어, 책을 읽고 있지만, 이 강연이 있었던 뮌헨대학 강당, 그 현장에서 교수님의 음성을 듣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또한 인용한 위의 문장은 단지 학문을 하는 이들에게만 요구되는 태도를 넘어 직업과 자신의 삶이 분리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직업을 통해 생의 통합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직업인이라면 누구나 좌표로 삼을 만한 문장이라 여겨집니다가령, 빵을 만드는 장인이라면 제빵에 문외한인 모든 사람들로부터는 조롱당하는 저 기이한 도취, 저 열정, 당신이 하나의 빵을 만들기까지 수십 년 간 매일 발효종을 키웠고, 또 앞으로도 매일 발효종을 키워 가업을 잇기를 원하는 아들 혹은 딸에게 그것을 유산으로 넘겨줄 수 없다면 제빵에 대한 열정이 없는 것이니 다른 일을 하십시오.”라는 문장으로 바꿔 제빵실 벽면 한 켠에 걸어둘 수 있겠지요.

   교수님의 이 강연이 뮌헨대 학생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면, 그 영감의 근원은 단지 학문을 향한 (예비)학자들만의 뜨거운 열정을 넘어 혹시 학문을 포함한 독일의 모든 직업 영역이 신의 부름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은 것이라는 소명의식과도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현재 독일과 한국의 직업 문화가 사뭇 다르다는 인식에 터한 것입니다. 가령 독일에는 주로 생산 분야의 각 영역마다 마이스터라는 장인이 있고 이들에 대한 사회, 경제적 대우가 지식 노동 종사자인 대학교수나 의사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반면에, 한국은 언급한 두 영역 간 격차가 심함은 물론 생산이나 산업의 각 영역에서 자신의 일에 장인 정신을 가지고 실력을 키워가며 일을 통해 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직업 문화의 토대가 안정적이지 않은 실정입니다 다음 책으로는 직업으로서의 정치근대성의 기원과 종교를 읽을 예정이니, 이 책들을 통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 참,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학문』에서 교수는 강의실에서 사실관계에 기초한 인식을 가르칠 뿐, 신념 고백자로서 용기를 보여주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안일한 태도(90)”라는 문장과, 학자의 일은 가치판단이 아니라 사실판단이라는 주장을 읽으며, 혹시 베버 교수님은 현실 정치에 대해 비판하고 참여하는 양심적인 지식인의 삶이 아닌 상아탑 안에서 학문을 위한 학문에 전념하는 삶을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뻔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독일 대학의 상황을 찾아보니 대부분의 대학교수들은 황제를 찬양하는 소위 어용교수들이었고, 이들은 강의시간에 황제를 찬양하고 자신의 주장과 견해만을 강력히 설명하면서 타인의 견해는 부정, 비판하였다. 베버는 이러한 방식을 비판하고, 엄격한 학문주의적 입장에서 모든 학설들을 공정하게 설명해주는 가치중립적 강의를 주장했다. 이를 통해 독일 민족의 꺼지지 않는 지적 심장을 대학 안에 잘 보존하고자 하였다.”(위키백과)라고 되어 있군요. 또한 대학 강의를 그만둔 후 좌파 성향의 사회주의 정당에도 가입하여 활동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신 바, 직업으로서의 학문3장인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부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겼습니다.

   이제, 직업으로서의 정치근대성의 기원과 종교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 어떤 영감 어린 문장들을 만날지 기대가 됩니다. 가만히 빵을 응시할 수 있는가?*”라는 말로 표현되는 근대 이후의 직업 윤리의 형성과 삶의 의미의 관계를 찾아나가는데 환-한 빛이 되어줄 문장들을 말입니다.


* 이 문장은 142회 속속 조별 토론에서 언급되었는데, K선생님의 책  적은 생활, 작은 철학, 낮은 공부』에 나오는 일본의 한 작은 빵집 풍경(19쪽)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일이 곧 의미 있는 삶으로 통합되는 한 지경을 이릅니다.

 

 

 


  1. 수잔의 사진(4)/ 침채, 그 옛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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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수잔의 사진(2)/ 차방, 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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