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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簣爲山(23)-고전소설해설] 崔陟傳(2)

 

 

한문은 시제가 없고, 품사도 정해져 있지 않고, 주어나 서술어 등 문장성분의 생략이 많다.

따라서 맥락에 따라 넉넉하게 해석하는 것이 좋다.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어나가면서 해석하는 것이 요령이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


俄見上舍出來, 遽藏其詩於袖中, 卒業而退.

아견상사출래, 거장기시어수중, 졸업이퇴.

갑자기 정상사가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그 시를 소매 속에 감추고, 수업이 끝나 물러났다. 

: 여기서는 갑자기, 보통 잠시, 아까,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出來 : 안에서 밖으로 나오다.

: 급히 거, 갑자기, 의미도 있다.

卒業 : 수업을 마치다.

門外有一靑衣, 尾陟而來曰: “願有所白.”

문외유일청의, 미척이래왈: “원유소백

문밖에 한 하인이 있다가 척을 뒤따라와서 말하기를 원컨데, 아뢸 바가(말씀이) 있습니다, 라고 하니 

靑衣 : 의복의 색으로 계급을 표시한다. 보통 청색은 하인계급을 나타내며 옷이나 모자 등, 일부로 사람을 대표해서 말한다. 

: 여기서는 동사로, 뒤따르다

: 아뢸 백, 우리가 흔히 쓰는 주인백의 은 이 뜻이다.

陟旣見詩心動之, 及聞靑衣之言, 甚怪之,

척기견시심동지, 급문청의지언, 심괴지,

척은 이미 시를 보고 마음이 동하여, 하인의 말을 들을 때, 그것이 심히 괴이하여,

心動 : 마음이 동하다, 움직이다.

: 여기서는 아무 뜻이 없는 虛辭.

: +동사, ~할 때, 及聞, 들을 때

()首呼來, 引至其家, 詳聞之.

암수호래, 인지기가, 상문지.

고개를 끄덕여 불러와 그 집으로 데리고 가 그것에 대해 소상히 물으니

: 로 쓰여 있으나, 頷(턱 함, 끄덕일 암)이 잘못 쓰인 듯하다(끄덕이다는 동사로 쓰일 때는 암으로 읽지만, 넉넉하게 참고해두는 것이 좋다).

: ~ 까지

: 자세히 알다. 자세히 밝히다.

對曰: “兒是李娘子女奴春生也. 娘子使兒請郞君和詩而來.”

대왈: “아시이랑자여종춘생야. 낭자사아청랑군화시이래.”

답하여 말하길: 저는 이 낭자의 여종 춘생입니다. 낭자가 저를 시켜 랑군에게 시의 화답을 청하라고 해서 왔습니다.

: 저는, 겸칭 

使 : 시키다.

和詩 : 시의 답으로 운에 맞추어 화답하다.

: 그래서

陟訝曰: “爾非鄭家兒耶? 何以曰李娘子也?”

척아왈: “이비정가아야? 하이왈이낭자야?”

척이 놀라서 말하길 : 너는 정상사의 집 아이가 아니냐? 어찌 이 낭자라고 말하느냐?

: 의심하다, 놀라다.

: 의문, 반문, 추측, 감탄을 나타내는 어기조사

對曰: “主家本在京城崇禮門外靑坡里,

대왈: “주가본재경성숭례문외청파리,

대답하여 말하길 : “우리 주인댁은 본래 서울 숭례문 밖 청파리에 있었으며,

主父李景新, 早歿, 寡母沈氏, 獨與處子居.

주부이경신, 조몰, 과모심씨, 독여처자거.

주인 어른 이경신께서는 일찍 돌아가시고, 홀로 과부인 심씨가 처자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處子名玉英氏, 投詩者是也.

처자명옥영씨, 투시자시야.

처자의 이름은 옥영씨라, 시를 던진 자가 이분입니다.

上年避亂, 自江華乘船, 來泊于羅州會津, 及秋自會津于南原.”

상년피난, 자강화승선, 내박우나주회진, 급추자회진우남원.”

지난해 난리를 피해 강화에서 승선, 와서 나주 회진에 머물다가, 가을에 이르러 회진에서 남원에 왔습니다.

上年 : 지난 해, 上上年 : 지지난해

: ~에서부터

: 머물다

及秋 : +명사 ~에 이르러, 가을에 이르러

AB : A에서 B

 

*

한문 판본에서 이후의 이야기가 생략된 듯하다.

한문 원문은 없으나, 인터넷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최척은 춘생에게 옥영이 어찌 한문을 알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춘생은 최척에게 이르길, 낭자에게 득영이라는 19세에 일찍 죽은 언니가 있어, 그가 문장이 능해 그 곁에서 배웠다고 하였다. 최척은 옥영의 마음에 화답하는 글을 보낸다. 이에 옥영은 최척에게 만약 어진 남편을 구하고자 한다면 낭군 외에 달리 누가 있겠습니까? 저는 용렬한 사람의 아내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군자의 첩이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라며 중매를 통해 혼사가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편지를 다시 보낸다. 그러자, 최척은 아버지를 찾아 정식으로 청혼해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

 

(최척이 아버지께 말했다.)

寡母自京城, 來寓鄭家者,

과모자경성, 래우정가자,

홀로된 어미가 경성에서, 와서 정상사의 집에 의지하여 머물고 있습니다.

: 임시로 머물다. 의지하여 살다.

有一處子, 年貌俱妙,

유일처자, 년모구묘,

딸이 하나 있는데, 나이가 어리고, 용모도 빼어납니다.

: 묘할 묘는 나이와 용모, 두 개를 다 받는다. 妙年, 20살 안팎의 어린 나이,

: 함께 구, 모두

誠爲不肖, 求於上舍, 必不爲疾足者之先得.”

성위불초, 구어상사, 필불위질족자지선득.”

참으로 불초한 저를 위하여 반드시 발이 빠른 자가 먼저 얻지 않도록 상사에게 청해주세요.

: 참으로, 진실로

: 위하여

不肖 : 자기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

: 구하다, 청하다.

疾足 : 빨리 걷는 걸음, 빠른 걸음

疾足者先得 : 날랜 사람이 목적물을 먼저 차지한다. 어떤 일을 먼저 성취하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

不爲 : ~하지 않도록

父曰: “彼以華族, 千里浮萍, 其志必欲求富,

부왈: “피이화족, 천리부평, 기지필욕구부,

아버지가 말하길 : 저들은 화족(귀족)으로써 천리를 떠돌더라도 그 뜻은 반드시 부자 집에 혼처를 구하고자 할 것이다.

: ~으로써, 신분, 계급

華族 : 귀족, 지체가 높은 사람이나, 나라에 공훈이 있는 사람의 집안과 자손들

浮萍 : 떠돌다.

吾家素貧, 彼必不肯.”

오가소빈, 피필부긍.”

우리 집은 본래(평소) 가난하니, 저들이 반드시 즐겨하지 않을 것이다(요구를 듣지 않을 것이다).

: 본래, 본디, 평소

不肯 : 즐기어하지 아니함. 요구 따위를 즐기어 듣지 아니함.

陟反復申告曰: “第往言之. 其成與否, 天也.”

척반복신고왈: “제왕언지. 기성여부, 천야.”

척이 반복해서 거듭 하소연하며 말하기를 만일 가서 그 말을 (하기만)하면 그 성공 여부는 하늘에 있습니다.

反復 : 반복하다.

: 거듭

: 하소연

: 만일, 가령, 종종 그러나 의 뜻으로도 쓰인다.

明日, 父往問之, 鄭曰: “吾有表妹, 自京潛亂, 窮來歸我.

명일 부왕문지, 정왈: “오유표매, 자경잠난, 궁래귀아.

내일 아버지가 가서 청혼하니, 정상사가 말하길 : 나에게 외사촌 누이가 있어 서울에서 난리를 피해 마침내 나에게 의탁하고 있는데,

表妹 : 고종, 이종, 외종 사촌 여동생

: 몰래, 피하여, 난리를 피해

: 마침내

: 의탁하다.

其女姿行, 秀出閨闈, 我方求婚, 欲作門楣.

기여자행, 수출규위, 아방구혼, 욕작문미.

그 딸의 자태와 행동이 규방을 넘을 정도로 빼어나니, 내가 바야흐로 혼처를 구해, 집안을 일으키고자 하네.

姿 : 자태

: 행동

: 일으키다

門楣 : 창문 위 가로 댄 나무로 집안, 가문, 문벌의 뜻도 있다.

固知令子才俊, 不負東床之望,

고지영자재준, 불빈동상지망,

참으로 당신의 아들이 재주가 뛰어난 것을 알고, 사위의 소망을 버리지 않겠지만,

: 참으로, 진실로

令子 : 당신의 아들이

才俊 : 재주가 뛰어남

東床 : 남의 새 사위를 높여 부르는 말

而所患者, 寒儉耳.

이소환자, 한검이

그러나 근심되는 것은 신분이 한미하고 살림이 넉넉지 못한 것뿐일세

而 : 그러나, 여기서는 역접

患者 : 걱정, 근심되는 것

寒儉 : 신분이 寒微(가난하고 지체가 변변치 못함)하고 살림이 넉넉하지 못함.

吾當與妹商義, 更通.”

오당여매상의, 갱통.”

내가 마땅히 사촌누이와 함께 상의해보겠네, 다시 통보함세

: 마땅히

商議 : 서로 의논함

: 다시 갱

: 공식적인 형식의 알림




최척전(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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