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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란 어떤 존재일까요. '좁은 문'으로 만났으나 어느새 뒷배가 되어 있는 존재들이 아닐까 해요.

<장숙>에서 오래 공부한 숙인이나 신입 숙인이나 자연스럽게, 그 호칭에 선배()’를 붙이는 이는 지린 선배가 유일할 듯합니다. 작가이기도 한 지린 선배가 자신의 공부-활동으로 고유한 세계를 열어가는 중에 <첫 북토크>를 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강아지똥>이라는 부산의 책방을 찾았어요. 연이정과 실가온이 동행하였습니다. 무궁화호를 타고 <구포역>에 도착해서 10분 정도 택시로 이동하였지요. 15년 이상 부산에서 동네 책방을 운영해 온 주인장과, 역시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책방의 활동가로 이 행사를 기획한 신아영 작가가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책방 곳곳에 강연 작가를 맞이하는 정성이 녹아 눈길을 끌었어요. 선배가 출간한 책들이 전시되었고, 테이블보 위에는 작은 화병이 놓여 있었지요. 아직 조용한 공간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가지런히 배열된 의자에 과연 어떤 이들이 착석하게 될까, 조금 일찍 도착한 덕에 장소 곳곳에 눈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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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명 정도가 참석했던 것 같아요. 신아영 작가는 사전에 질문지를 주지 않고 북토크를 하겠다고 선배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하지요. 선배의 자기소개로 시작된 북토크는 대담의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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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꽉 차면서도 말 속의 빈 마음을 아는 언어들, 그러니까 제 감상으로 선생님의 언어를 닮아있는 말들이 선배로부터 흘러 흘러, 듣는 이의 마음을 낮게 하였고 존재를 일깨우며 적시었다고 할까요. <장숙>의 공부는 어떤 언어적 실천도 담고 있는데, <장숙> 밖으로 흘러나간 공부의 말들이 정화(淨化)라는 작용으로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선배를 통해 말해지는 언어를 놓칠세라 참석자들도 저도 받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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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대담의 진행자였던 신아영 작가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시점부터 선배의 글과 세계의 덕후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선배의 책으로 여러 독서 모임을 이끌었고, 아이들과 수업을 한 이력도 있었어요. 대담의 진행자였던 그녀는, 선배의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에 터하여 있었답니다. 그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섬세한 질문을 엿보며, 한 작가의 세계에 대한 인정과 존경이 매개가 되고 마중물이 되어, 보다 큰 말들을 불러오는 게 아닐까 했어요. 참석자들은 신아영 작가와 함께 선배의 책을 읽었던 이들이 많았답니다. 그들의 질문이 진중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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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란 총체적인 응하기라고 배웠지요. 밖(外而)에서, 마당에서, 드러나는 실력. <북토크> 현장에서, 응하여 말하는 선배의 실력을 목도하며, 저는 역으로 우리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존재를 보다 깊은 층위로 더 큰 지평으로 매개하는 공부하는 정신. 몸을 끄--고 이동하였고 지금도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매개성이 아닐까요

오래 공부하면서도 정직하게 그 길을 걸어온 선배는 그렇게 뒷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동학들이 떠올랐어요. 선생님께 오래 배운 선배가 실력의 길을 내고 있고, 뒤따라 길을 내는 이들이 또한 있으니, 인류의 지성을 뒷배 삼은 동학들이여, 더욱 든든하시라 !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오지랖을 누르지 못하고 그만 신아영 씨를 아산으로 초대하였어요. 그녀가 온다면, 선배의 세계를 웅숭깊게 대접하였던 그 노동에 뒤지지 않게 정성껏 대접하고 싶습니다. 괜찮다면, 사정이 되는 주변의 동학들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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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그날 청취한 말의 일부랍니다. 제게서 편집된 문장이기도 하니, 감안하여 읽어 주세요. 


"신현이 작가의 책은 바로가 아니라 나중에 불쑥 불쑥 생각나는 동화예요. 바로 해석이 되기 보다 장면을 통한 질문이 말을 거는, 오래 품고 싶은 이야기." (신아영 작가)


"<나는 언니가 좋아요>는 어린이의 세계(어린이의 자아)가 회복되고 회복되어 그런 내면의 자아가 자라나, 다른 영역으로 갈 수 있었던 작품." (신현이 작가)

 

"동화에서 사물에 마음을 준다거나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과의 다양한 관계가 보인다." (신아영 작가)


"<아름다운 것이 자꾸 생각나>의 홍자 선생님은 결국 목걸이를 벗게 되는데, 홍자 선생님의 성장으로 읽혔다. 작가는 성장을 어떻게 보는지?" (신아영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나방의 죽음>이란 단편이 있는데, 작가의 집중과 사유와 글쓰기는 이 죽음이 온 우주를 감싸게 한다. 이 작은 죽음을 온 세상을 흔들 수 있는 것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성장이 아니겠는가. 여리고 작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들로 세상을 말해 볼 수 있는 성숙. 말해줘야만 간신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하여." (신현이 작가)


"모호하고 단순하지 않고 영적 혹은 주술적인 영역을 작품 세계 속에서 어떻게 가꾸게 되었는지?" (신아영 작가)

"주술적인 세계가 어린아이에게 남아 있는 게 아닌가 한다. 합리의 기반으로서의 인류의 주술성이 아이에게 현실적으로 공존하고 있다고 보고, 이것을 동화에서는 허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신현이 작가)


"<아름다운 것이 자꾸 생각나>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어.’ 혹은 사랑을 얻기 위에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수도 있어.’ 세상이 모두 너를 사랑해, 엄마는 너만 사랑해라는 말만 있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다른 포문을 열고 싶었음." (신현이 작가)


"작품을 쓰면서, ‘정직했어라고 스스로 인정한 이 글들은 나 자신이며 내 생활." (신현이 작가)


"<저절로 알게 되는 파랑>의 제목처럼, 최근 저절로 알게 된 것이 있는지?" (참석자)

"‘좁은 문이라는 것. 타인이란 정말 좁은 문이구나, 그러니 남과 사귀며 살기 위해서는 정말 숙이고 헤아리고 살피면서, 좁은 문을 지나가는 것처럼." (신현이 작가)


"우리가 회복해야 할 어린이의 마음이란, 예수가 말한 어린아이가 아닐까. 성숙 이후의 어린아이.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크고 웅대한지를 볼 수 있게 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 인간이 얼마나 크고 모든 만물을 헤아릴 수 있는지." (신현이 작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할머니’는 어떤 존재인지?" (참석자)

"여성 현자의 모습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동심을 획득하거나 동심을 헤아릴 수 있는 존재로." (신현이 작가)

 

"사람의 괴로움을 없애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에 관심.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려 주는 것. 그런 섬세함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데, 그 섬세함은 어렵게 배워지는 것 같다." (신현이 작가)

 

"동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참석자)

"가급적 메시지를 삭제한 상태로, 얼굴을 숨긴 상태로 글을 내보내려고. 메시지는 독자 각자에게서 생기는 거죠. 되게 다양한 메시지는 밖에서 생겨야. 저는 문장을 찾을 뿐." (신현이 작가)

 

"아무런 사심 없이 아이들이 부모,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신현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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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대학 시절 친구와 그녀의 딸, 선배의 넷째 언니, 그리고 연이정과 실가온과 는길은 북토크를 마치고 지린 선배와 식사를 하고 차담을 나누었어요. 그리고 지린선배와 3人은 경산으로 가서 선생님을 찾아 뵙고 그날의 일을 보고하였습니다. 오가는 길목에서 선생님을 뵌 일은 이 모든 여정의 의미와 깊이를 더하며 보다 잘 살아내고 싶은 의욕을 지피게 하였습니다.)



*신현이 작가의 첫 북토크를 진행한 신아영 작가는 나의 작고 부드러운 세계(책과 이음, 2023)와 『대천마을을 공부하다』(호밀밭, 2022)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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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如一 2024.12.11 22:34
    궁금했던 지린 선배님의 북토크 현장이 생생하게 전해지네요. 짧은 시간의 현장을 세밀하고 풍성하게
    담아온 는길의 알뜰살뜰한 솜씨에 놀랍니다.
    바깥에서 처음 열린 북토크를 잘 마친 선배님께 기쁨과 함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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