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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세명인(9): 양극단의 사잇길을 찾아서

 

 

극단주의 시대

 

극단주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독일의 대안당과 프랑스의 국민전선이 급부상했으며,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했고, 이탈리아에서도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이 집권했다. 최근 극단주의의 특징은 주로 우파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극단주의는 좌파나 우파 혹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이념과도 결합할 수 있는 이즘(ism)’의 하나이며, 이때 이즘은 이데올로기나 태도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념 스펙트럼이 좌-우 혹은 진보-보수로 나뉘어 대립했다. 반권위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도 신좌파나 신우파로 분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차원 구도에 극단-온건이라는 새로운 축이 추가되어 현대 정치를 특징짓고 있다.

 

(중략)

 

극단주의는 민주적 방식으론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없는 집단과 결합한다. 독재정권에 대항해 진보 진영이 극단주의 방식으로 저항한 것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극단주의를 선택하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반동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민주주의 질서 안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 권력질서가 재편되는 데 대한 반작용이다. 새로운 사고가 보편화됨에 따라 지배집단이 위기의식을 느껴 극단적 방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중략)

 

한국에서 극단주의는 변화에 저항해 전통적 보수와 결합했다. 2030세대의 사회적 행동이 남녀로 갈라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30%가량이 2030 여성이라고 한다. 반대로 탄핵 반대 집회에는 상대적으로 노년층이 많은 가운데 청년층에서는 남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여성 인권이 향상되고 세대 갈등이 심화되면서 가부장적 권위주의 의식을 가진 남성과 기성세대가 위기의식을 느꼈고, 그 위기의식이 극단적 방식으로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안간힘으로 표출된 것이다.

 

반동적 혹은 보수적 극단주의는 변화의 시기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의 하나다. 문제는 이 극단주의가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변화의 시기가 정치 경제적 위기와 맞물릴 때 나타난다. 극단주의 세력이 대중성을 얻어 권력을 장악하면 나치즘이나 파시즘 같은 극단적 권위주의 사회로 회귀하려 한다. 민주주의와 사회 진보가 심각한 후퇴를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뉴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가짜 뉴스와 확증 편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극단을 거부하는 급진과 온건 민주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비판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다.

 

<경향신문 2025.02.09 정동칼럼,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의제)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재블릿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전제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4가지 신호, 헌법·선거제 등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시민단체 등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민주주의를 허무는 극단주의 세력의 특징적 행동으로 볼 수 있으며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더욱 힘을 얻고 있는 극단주의에 맞서 다른 연대를 하거나 사잇길을 뚫어나가야 할 책무가 학인에게 요구됩니다. 갈등을 중재하며 사잇길을 모색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논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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