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현상'과 한국적 교양의 실패
어쩌면 지금도 다양한 갈래와 모양으로 계속되고 있을 ‘윤석열 현상’은 결국 ‘자기표현’의 일종으로 보아야 합니다. 뾰루지처럼 혹은 암(癌)처럼, 우리의 생활과 사고가, 우리의 문화와 교양이 한껏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요. 가령 낙동강의 처절한 오염을 사대강 사업으로 몰밀어 ‘이명박’ 한 사람 호출하는 것으로써 뒷갈망하려는 짓과 같은 행태를 반복하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윤 씨는 연산이나 사도세자처럼 유별난 인물이긴 해도, 사태의 전모나 알속을 여실히 드러내자면 ‘풍경의 중심’에 과하게 꽂히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분석과 비판의 자리가 정치비평이 아니라 철학ㆍ인문학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자신을 알려는 철학, 그리고 사람의 무늬(人紋)를 보살피는 인문학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여럿의 비평처럼, 윤석열 현상의 보람(?)은 한국사회를 주무르고 있는 권력 엘리트의 민낯을 백주에 전시하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폭로하고 있는 것은 한국적 교양의 실종이며, 유사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이 압축성장의 나라가 드리우고 있는 깊은 그늘입니다 그것은 왕조 이래 진정한 개벽/혁명의 길도 없었고, 식민지의 굴욕에 이은 참혹한 내전에다가, 자생적이며 통합적 근대화의 길도 겪지 못한 데에 그 원인의 일부가 있습니다. 게다가, 역사와 인간을 공부하는 학인으로서 더욱 아쉬운 사실은 여러 국가적 불운과 긴 독재의 망령, 그리고 졸부자본주의적 천박을 비평적으로 견제하면서 정신적 내면을 지켜낼 수 있는 인문주의적 교양의 길마저 제대로 형성되거나 두텁게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현상을 계기로 삼아 인문학적 교양의 상태와 그 수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신문화적 지형도를 그려보고자 합니다. 윤석열이라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무엇을 어떻게 반향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왜 이처럼 후안무치한 일들과 말들이 이 사회의 상층부를 종횡하고 있으며, 국민의 30% 이상이 여전히 그와 그의 패거리를 지지하고 있는 이 기괴한 현실은 어떻게 해명되고 비판될 수 있고 또 어떻게 적으나마 대안적 실천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좁은 세상은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의 자득을 이루고 있을까요?
일시_ 5월 24일(토) 오후 3시
회비_ 3~5만원 선택(학생/취준생 1만원)
장소_ <인사라운지> 인사동 9길 31, 2층 (종각역 3-1번 출구 도보 3분)
신청 및 문의_ 는길 010-9427-2625 단빈 010-7150-5441 유재 010-8454-6563
※차(茶)와 간식이 제공됩니다.
※다음 강연일은 6월 28일(토) 입니다. 주제는 추후 공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