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夫禮之初 始諸飲食
第2章 : 大道既隱
02-01 「今大道既隱,
02-02 天下為家。
02-03 各親其親,各子其子,貨力為已。
02-04 大人世及以為禮, 城郭溝池以為固。
02-05 禮義以為紀, 以正君臣,以篤父子,以睦兄弟,以和夫婦,以設制度,以立田里,以賢勇知,以功為己。故謀用是作,而兵由此起。
02-06 禹、湯、文、武、成王、周公,由此其選也。
02-07 此六君子者,未有不謹於禮者也。以著其義,以考其信,著有過, 刑仁講讓,示民有常。
02-08 如有不由此者,在埶者去,眾以為殃。
02-09 是謂小康。」.
第3章 : 禮之急也
03-01 言偃復問曰:「如此乎禮之急也?」 孔子曰:「夫禮,先王以承天之道,以治人之情,故失之者死,得之者生。
《詩》曰:『相鼠有體,人而無禮。人而無禮,胡不遄死?』
…
第4章 : 夫禮之初
04-01 「夫禮之初,始諸飲食,其燔黍捭豚,汙尊而抔飲,蕢桴而土鼓,猶若可以致其敬
04-02 及其死也,升屋而號,告曰:『皋某復!』
04-03 然後飯腥而苴孰,
04-04 故天望而地藏也。體魄則降,知氣在上。
04-05 故死者北首,
04-06 生者南鄉。
04-07 皆從其初。 - 『禮記』 禮運, 孔子家語-
이번 <속속> 강의 중에 선생님께서 공자의 말인 '예(禮)는 음식에서 비롯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장숙>의 식탁에 가지런히 반듯하게 놓인 수저 속에도 예라는 형식이 드러납니다(사진은 선생님의 자리에서 담은 식탁의 모습인데 아쉽게도 주요리인 스파게티를 담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문구를 찾다가 공자가어(孔子家語) 예기(禮記) 예운(禮運)에서 인용한 글을 만났습니다. 사잣밥[飯腥]과 견전(遣奠)을 위한 음식[苴孰]에서 예의 기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자의 몸[體魄]은 (땅으로) '내리고' 정신[知氣]은 (하늘로) '오른다'는 표현이 물질과 정신의 상이한 차원을 선취한 것처럼 다가옵니다. 앞뒤 맥락을 살피려 앞의 장을 읽다 보니 공자가 품고 있던 당대의 문제 의식이 드러납니다. 공자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식탁을 구실로 소개하며 요약해 봅니다. 만남을 주선한 4장도 함께 적습니다.
공자는 소강(小康)의 시대 여섯 군자(禹, 湯, 文, 武, 成王, 周公)는 예로써 대를 이었으나(大人世及以為禮) 지금은 대도가 사라지고(今大道既隱) 혈연으로 대를 잇는다(天下為家 各親其親 各子其子 貨力為已)고 한탄합니다. 나아가, '예를 잃는 자는 죽고 얻는 자는 산다(失之者死 得之者生)'고 까지 말합니다. 공자가 '예로써 잇는 대'를 말한 것은 인간성을 살피면 온당하고 적합한데 이로써 공자가 다다른 정신적 깊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신은 물질의 법칙과는 '다르게 개입'하는 형식에 의해 창발되고, 개체가 도달한 정신의 깊이는 유전자로 전달될 수 없으며, 약동하는 아이의 생기는 말로써'만' 우회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대가 도달한 정신적 깊이는 몸이라는 형식이 먼저 겹쳐야 조금이나마 엿볼 가능성이 열립니다. 공자가 '예로써 잇는 대'를 말한 것에는 인간성의 조건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예(훈육)를 통해 형식(겉과 끝)을 앞서 배우고 익힘으로써 인간성이라는 정신적 깊이가 전수될 수 있는 발판(물리적 조건)이 마련되기 때문입니다.
위 문장에 오독이 있어 댓글로 정정합니다. 인용한 2장은 대동 사회와 대비하여 소강 사회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내 울타리가 없던 대동 사회에서 가족 규모의 소강 사회로 공동체 규모가 졸아들면서 예(禮)가 규율로서 출현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앞뒤 맥락상 ‘大人世及以為禮’라는 문장은 ‘대인은 세습으로 예를 삼았다’로 보는 것이 적절하겠으며, 大道는 요순(堯舜) 임금이 다스린 무위지치(無爲之治)의 시대로서 ‘천하위가(天下為家)’와 대비되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시대를 일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