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공부론
도서관에 책이 많은 것처럼 지난 십여 년간 내가 공부길을 중심으로 꾸려온 생활세계에는 주부들, 엄마들이 많았습니다. 실제 내가 이끌어온 몇몇 공부모임에서도 여성들의 관심과 열정과 기지(機智)가 늘 돋보였습니다. 길게 이런 활동을 거치면서 차츰 실감하게 된 것은 전국 방방곡곡에 이런저런 형식의 모임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이 마치 유행처럼, 혹은 시대의 소명처럼 책을 읽고 함께 대화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배려하고 주변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부와 엄마들이, 여자들이 공부방으로 몰려드는 사이, ‘남자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은 새삼스럽게 우리 사회를 규제, 구성하고 있는 정신문화적 지형을 밝혀주기도 합니다.
대학의 바깥에서 인문학 대안학교ㆍ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중에 공부하는 주부ㆍ엄마들의 세계, 그 고민과 희망, 그 한계와 전망을 조금씩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자신부터 주부ㆍ엄마들에 대한 소견이나 기대가 차츰 바뀌게 되었고, 게다가 이들이 인문학적 실천과 생활양식의 주체로서 자기계발과 연대와 사회변화를 향한 리좀적(rhizomatic) 활동의 가능성에 눈떠가는 것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혁명이 변명이 되었던 자리에서 다시 영글어가는 생활정치의 작은 가능성들을 일깨워내는 ‘자득의 공부길’이 새삼 시대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임을 공감하게 됩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여자들의 공부길에 관한 저간의 역사와 경험, 고민과 성취, 그 조건과 가능성, 그리고 내 스스로 창안하고 보급하려고 했던 구체적인 방법론 등에 관해서 말합니다. 이른바 ‘조각난 지혜의 숲 속에서 찾아가는 자기구제의 공부길’, 말입니다. 이로써 각지에서 각양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구제하고 이웃과 사회를 밝히려는 엄마들, 주부들, 여성들, 동무들, 그리고 학민(學民)들에게 그들의 실천이 효력을 얻으며 공부자리의 최종심급인 ‘근본적 경험(누림)’이 생기고 자라는 기회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일시_ 2025년 6월 28일(토) 오후 3시
장소_ <인사라운지>, 인사동 9길 31, 2층/ 종각역 3-1출구 도보 3분
회비_ 3~5만원(학생/취준생 1만원) 농협 351-1199-1021-33 인문학연구회 장숙 *茶와 간식이 제공됩니다.
신청_ 010-9427-2625(는길) 010-7150-5441(단빈) 010-8454-6563(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