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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머리에 □
사랑의 대체는 초기증상과 어떤 후유증의 범벅이지요. 이 증상의 특색은 오직 반복이라는 형식일 뿐인데, 이 형식 속에서 사랑은 온갖 세상을 거느리며 아름답게 불순해집니다.
환상의 물매라고 한 것도, 사랑은 무엇보다 그 열정의 기울기에 따른 사소한 차이들의 나르시시즘이기 때문이지요. 현실의 물매가 환상을 낳고 그 환상의 물매는 사랑을 번성케 하는 법, 현실과 환상이 겹치는 만큼 당신은 어제처럼 내일도 사랑할 것입니다.
그 옛날, 내가 공부를 몰랐을 때, 소설을 5~6편, 시時를 2,000여 편 쓰고 버린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오로지 그 증상의 마지막 반복으로만 기억될 것입니다.
2004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