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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어울림으로, 비평으로, 숲으로
* 부사(副使)라는 것은, 그 스스로를 오히려 숨기는 편이면서도 기꺼이 이웃을 도와 그 전체의 행로를 바꾸는 변침(變針)의 노동을 하는 번득임입니다. 달이 손가락의 끝에 멈춰 있지 않고 천강(千江)의 각 인연을 좇아 잠시 번득이듯이, 부사적 삶으로서의 동무도 차라리 그 그림자(증상)의 반면에 잠시 번득이는 빛으로만 움직입니다.
인문적 연대의 미래형식으로서의 동무는 그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없지는 않은 것, 차라리 없음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바로 그것이 부사(적)입니다. 그것은 스로를 낮추거나 비우면서, 차라리 그 공제(控除)의 수행으로 인해 타인들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는 인문(人紋)의 한 급진성인 것이지요. 타인이 조타(操舵)의 유일한 전망이지만 오히려 그를 빈 것으로 봄으로써 내 스스로 학인이 되고, 나를 돌아볼 뿐 내게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늘 절망이지만 그 나의 가능성을 온전히 공대함으로써 다시 학인이 되는 삶으로서의 동무는, 무엇보다도 내가 너에게 힘들게 건너가는 노동의 총체입니다.
무상의 노동이 섞여들면서 얻은 삶의 물매가 세속의 체계를 스스로 어긋내는 그곳은 ‘장소’가 됩니다. 상처와 불화의 기억을 되새기면 그 곳은 진지(陣地)가 됩니다. 비평으로 집을 지으면 그곳은 곧 ‘숲’이 됩니다. 이 비평의 숲은 감히 존재의 비평을 꿈꾸는 곳으로, 다르게 사유하거나 이드거니 관계를 맺거나 일관된 생활양식을 조형하거나 어렵게 배운 희망을 향해 걸어가는 삶과 삶의 총체성들이 발원하는 장소, 그러므로 어긋나며 어울리고 또는 어리눅어가는 장소입니다. 도토리에서 그늘에 이르기까지 숲의 선물이 곧 그 숲의 존재이듯이. 이론을 잘 죽이면서 삶으로 낮아진 선물인 그 비평은 곧 인문(人紋)이 품은 최고의 선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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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무와 연인』(한겨례출판, 2008)과 『동무론』(한겨레출판, 2008)에 이은 작품으로 『동무론 3부작』의 마지막 완결본입니다. 동무라는 어긋냄과 어울림의 길, 지는 싸움과 하아얀 의욕의 길을 통해 비평의 숲을 이루어가(려)는 각지의 부사적 존재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