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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세명인(12) : 책임감이 상실된 복종은 현명한 복종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명령에 따랐을 뿐, 책임감과 죄책감이 사라질 때>

 

명령에 따랐을 뿐에서 캐스퍼 교수는 명령과 공감 능력 간 상관관계를 밝히는 실험 후 참가자와 나눈 대화를 언급했다. 참가자는 밀그램의 복종 실험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실험에 참여하기 전에는 피해자역할을 하는 참가자에게 어떤 충격도 가하지 않고, 명령에 불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험에서 그는 모든 명령에 복종했다. 실험이 끝난 후 그는 캐스퍼 교수에게 내가 타인에게 충격을 가하는 명령을 따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정말 심란하다명령을 따르는 것은 쉬웠고, 불복종을 선택하는 것은 커다란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밀그램과 캐스퍼 교수의 실험은 거부할 수 있는 단순한 명령에도, 심지어 그 명령이 잘못된 것임을 아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쉽게 복종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미국의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브라우닝도 자신의 저서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 같은 맥락의 주장을 담았다. 브라우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101 예비경찰대대에 소속됐던 125명에 관해 분석했다. 당시 지휘관이었던 빌헬름 트랩 소령은 101 예비 경찰대대에 유대인 중 남자는 수용소로 끌고 가고 여성 및 어린아이들은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며 총살에 가담하지 않는 자는 집행에서 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125명 중 단 한 명이 거부했다. 트랩은 이후 거부한 이를 보호했고, 이것을 본 12명만이 추가로 총살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손들었다. 즉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90%에 가까운 사람이 명령 이행을 택했다. 당시 101 예비경찰대대가 직간접적으로 학살한 이는 83000여 명에 달한다.

 

캐스퍼 교수는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해 주체성이 감소할 때의 뇌 회로를 살폈다. 명령을 따를 때 주체성이 많이 감소한 사람일수록 내측 전전두 피질의 활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한 자기 행동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보고한 사람일수록 내측 전전두 피질의 활동이 비교적 많은 것으로 관찰됐다.

명령을 받을 땐 공감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성도 떨어졌다. 공감 관련 뇌 부위의 활동이 적어지는 명령 이행 상황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이 전기 충격을 가할 때 이를 덜 고통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우리가 죄책감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도 명령에 복종하는 순간 활성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어떻게 복종이라는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권력이 비인도적으로 명령을 내릴 때, 비록 소수지만 명령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날 뇌 과학은 이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때문에 캐스퍼 교수는 저항하는 사람들에 주목한다. 그는 영국 최대 공영 방송사 BBC2024123, ‘올해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중 하나로 꼽은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의 사진을 기억했다. 2024123, 국회 본청에 투입된 계엄군의 총을 손으로 막는 장면이었다. 캐스퍼 교수는 사진이 벨기에 미디어에 보도됐다저항을 보여주는 강력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의 뇌 작동과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위 글은 과학동아(2025/03/471), 김태희 기자가 쓴 기사 중 일부분을 발췌한 것입니다.)

 

 

 

의제) 2024123일에 발생한 계엄 및 내란 사태로 명령 복종과 불복종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인간의 복종 심리를 탐구하기 위해 실시된 밀그램 실험을 비롯하여 여러 연구들은, 부당한 명령일지라도 권위자의 지시에 쉽게 따르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부당한 명령 앞에서 주체적이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학인이 지향해야 할 윤리적 태도는 무엇인지, 주체성을 상실한 단순한 명령 복종이 아니라, 비록 다른 성격이긴 하나 현명한 복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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