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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회 속속 발제문   

                                            <악셀 호네트의 인정 이론과 병리적 사회비판>


                                                                                                                                                                                   발제자 : 단빈

 

1.프랑크푸르트학파의 패러다임 전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3세대 대표자로 불리는 호네트는 하버마스의 조교였고, 그로부터 프랑크푸르트대학교 철학과 교수직을 물려받았습니다. 이에 하버마스는 호네트의 사상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하버마스의 사상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전통에 서 있기에 호네트의 지적 전통 역시도 프랑크푸르트학파에 사상적 배경을 두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1930년대부터 호르크하이머를 중심으로 공동연구를 추진했던 일련의 연구자들을 지칭합니다. 호르크하이머가 추진한 공동 연구란 철학 주도의 학제 간 연구로서 현존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적 사회를 모색한다는 연구 주도 이념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시대 경험이 변화함에 따라 다양한 사회비판 모델과 대안적 사회상을 제시하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겪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성훈, 339-341)

 

호르크하이머는 히틀러 치하의 망명하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겪습니다. 독점자본주의 지배의 미국, 스탈린 체제하의 전체주의적 소련, 독일에서 자행되던 나치즘의 폭력은 인류의 문명화 과정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연구 성과가 집약된 것이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공동 저작인 계몽의 변증법입니다.

계몽의 변증법은 인간의 모든 인식과 행위가 자기 보존을 위한 타자에 대한 지배와 억압행위에 다름 아닌 계몽의 역설을 폭로하고 비판하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대안 제시 없는 현대사회비판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두 번째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는 계기가 됩니다.(문성훈, 342,343)

프랑크푸르트학파 2세대를 대표하는 하버마스는 도구적 합리성 외에 의사소통적 합리성을 전제함으로써 계몽의 역설을 생활세계의 식민화과정으로 재구성합니다. 사회 진화의 초기 단계인 사회에서는 체계를 구성하는 경제적 질서나 정치적 질서는 생활세계의 규범적 질서에 의존하며 그것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습니다. 근대화 과정을 통해 체계와 생활세계의 영역은 분화되며, 나아가 체계는 자립적인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하버마스는 상호 이해에 기초한 의사소통적 질서를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영역들에 화폐나 권력과 같은 매체들이 침투하는 과정을 통해 생활세계 식민화 현상들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계몽의 역설을 생활세계의 식민화로 해석한다면, 하버마스는 도구적 합리성이 야기한 현대 사회의 병리현상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의 활성화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대 진단 방식은 생활세계 내의 문제들을 간과하고 체계 내부 기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관점에서 볼 때 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하버마스는 사회구성원들이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울분과 저항을 사회변혁의 차원과 연결시킬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세 번째 패러다임 전환을 맞게 됩니다. (문성훈,344,345)

 

프랑크푸르트학파 3세대의 대표자로 일컬어지는 호네트의 인정 이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호네트는 인정무시개념을 통해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차별받은 사람들의 사회적 불의에 대한 울분을 사회적 저항과 연결시키려 합니다. 이를 통해 호네트는 사회변혁의 추동력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토대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대안적 사회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호네트에 따르면 바로 인정이 개인의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사회적 조건이며, 반대로 무시한 개인의 자아실현을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정관계 형성을 위한 투쟁의 계기가 됩니다. 이것이 호네트의 핵심 주장입니다. (문성훈,346)

 

 


2.인정과 무시의 일상적 의미

 

저자 문성훈은 호네트의 인정 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인간의 현존성’, ‘동등성’, ‘특수성과 관련하여 인정무시의 의미를 말합니다. 호네트가 사용하는 인정과 무시는 개인이나 그가 속한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상대방을 긍정하거나 부정하는 태도로, 사람들의 현존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빈부의 차이나 능력의 차이로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니는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부정하는 것으로, 인정과 무시가 인간으로서의 동등성과 관련되어 있음을 말해줍니다.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개인이나 집단이 갖는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인정과 무시의 의미는 인간의 현존성’, ‘동등성’, 그리고 특수성과 관련된 인정과 무시로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습니다. (문성훈,347,348)

 

 


3. 자아 형성 : ‘주격 나목적격 나의 화해

 

호네트의 인정 이론은 인정과 무시의 일상적 의미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인정과 무시가 개인의 자아실현과 관계가 있는지 대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의 자아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호네트는 개인의 자기의식 형성이 상호 주관적 인정이라는 경험 속에서 형성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미드 Mead,George Herbert(1863~1931)의 사회심리학적 이론을 도입합니다. 미드는 제2의 주체(자신의 상호작용 상대자)의 존재에 의존하여 자아의식이 형성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진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타인에 대해 갖는 의미를 자신 속에 환기시키는 능력을 통해, 주체에게는 자신을 사회적 행위 대상으로 관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주체는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상대자를 통해 상징적으로 재현된 관점에서 지각하는 법을 습득하며 자신에 대한 상을 스스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기의식의 형성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호네트,2011,p.150)

 

나 자신이란 상대의 관점에서 인지된 상호작용의 상대자이지 실제로 활동하는 행위표현의 주체가 아닙니다. 따라서 미드는 목적격 나’(me)주격 나’ (I)를 구분합니다. ‘목적격 나는 타인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상이며,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자아상으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가치를 따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주격 나는 나의 모든 현재적 행위의 규정되지 않은 원천입니다. ‘주격 나개념은 인지될 수는 없지만, 행위상의 문제에 대한 창조적인 반응을 책임지는 개성의 심급을 뜻합니다. (호네트,2011,p.151) 목적격 나가 구체적인 타인의 시각이 아니라 일반화된 타인의 시각을 통해 형성된 것이 듯이 주격 나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개인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상호교류의 상대자에 대해 반발하는 내적 충동의 원천으로 이해됩니다. 이런 점에서 주격 나는 타인에 대해 각양각색으로 반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원천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성훈, 353)

 

주체는 항상 자신 속에서, 상호 주관적으로 인정된 사회적 환경의 규범과는 일치할 수 없는 요구의 충동을 감지하게 됩니다. 미드는 이러한 주격 나목적격 나사이의 마찰을 개인과 사회의 도덕적 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갈등 형태로 보았습니다. 목적격 나는 자신의 공동체를 대신하여 규범을 구체화합니다. 또한 주체는 항상 주격 나의 충동성과 창조성에 사회적인 표현을 제공하기 위하여 이러한 규범을 스스로 확장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드는 실천적인 자기관계 속으로 내면화된 전체의 의지와 개성화 요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끌어들입니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주체와 자신의 사회적 환경 사이의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체들은 투쟁을 통해 자신에게 상호 주관적으로 보장된 권리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이를 통해 개인적 자주성의 정도를 고양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호네트,165,170)

 

미드는 의존과 대립의 관계에 있는 주격 나와 목적격 나가 서로 화해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개인의 진정한 자아상이 형성된다고 봅니다. 개인의 자아형성 과정에 대한 미드의 이론에서 핵심 요소는 바로 사회에 저항하면서도 어떻게 목적격 나와 주격 나의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미드에 따르면 이것이 가능한 것은 사회에 저항하는 당사자가 미래 사회의 인정을 선취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문성훈, 354,355)

 

 


4.자아실현의 사회적 조건과 세 가지 인정 유형

 

호네트는 개인의 자아형성에 대한 미드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적 인정이 성공적 자아실현의 조건임을 주장합니다. 개인은 사회적 인정을 경험하면서 사회와의 마찰을 피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되며 적극적으로 자신을 실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인정이란 결국 개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 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행복한 삶에 도달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이 됩니다.

호네트는 인정 경험과 긍정적 자기의식과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인정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이에 상응하여 긍정적 자기의식 역시 유형화 합니다. (문성훈,357,358)

 

첫째, 인간은 타인과 관계에서 사랑이라는 인정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이라는 긍정적 자기의식을 형성합니다.(문성훈,358) 헤겔에게 사랑은 첫 번째 상호인정관계입니다. 사랑의 실현 속에서 주체들은 서로를 구체적 욕구본능 속에서 확증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서로를 요구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인정은 정서적 일치와 격려라는 성격을 갖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랑이라는 인정관계는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특정한 가치존중의 감정을 보이는 구체적 타인의 신체적 존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헤겔의 직관을 확증해주는 중심적 통찰을 마련해준 사람은 영국의 심리분석가 도널드 위니캇(Donald W. Winnicott)입니다. 위니캇은 대상관계이론에 따라 사랑을 특수한 상호인정관계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어머니와 젖먹이가 공생적 단일체의 상태에서 독자적 존재로 차별화해가는 과정에서 핵심적 의미를 갖는 것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어머니의 지속적 보살핌에 대한 아이의 신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위니캇의 주장입니다. 이러한 테제가 제공하고 있는 정보는, 주체가 자신에게 독립적 존재로 체험된 개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한 그에게 자신 역시 정서적인 호의, 즉 사랑을 느낄 때 도달할 수 있는 자기관계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호네트,204)

 

어머니의 사랑이 지속적이고 또한 신뢰할 만한 것일 때, 아이는 사랑의 상호 주관적 확실성 아래서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사회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열려진 심리적 경로를 따라 아이는 차츰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갑니다. 위니캇은 아이가 서서히 자신의 고유한 개인적 인생을 발견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 혼자 있을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을 신뢰성 있는 어머니의 지속적 존재에 대한 경험에 기인하는 것으로 봅니다. 오직 개인의 심리적 현실에서 좋은 대상이 존재하는 한에서만 아이는 내버려진다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내적 충동에 관계할 수 있으며, 또한 개방적이고 창조적 방식으로 이 충동을 따르려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드가 주격 나로 이름 붙인 자아의 부분으로 관심을 옮긴 것은 사랑하는 상대가 비록 내가 관심을 쏟지 않을 때라도 나에 대한 사랑을 유지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합니다. (호네트, 205)

 

둘째, 인간은 권리부여라는 사회적 인정을 경험하면서 자존심이라는 긍정적 자기의식을 형성합니다. 즉 한 사회의 정상적 구성원들이 향유하는 제도적 권리가 자기 자신에도 부여될 때 해당 개인은 이를 통해 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회로부터 존중되고 있다고 느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심리적 동반 현상으로 자신에 대한 존중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성훈, 360)

 

권리 인정이라는 상호성 형식은 사랑이라는 상호성 형식과 달리 일련의 역사발전과정에 따라 비로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 형태의 권리관계에서 권리 인정 형태는 사회구성원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규정하는 사회적 평가와 융합되어 있습니다. 권리 인정은 역할의 담지자인 각 개인에게 부여한 가치평가에 따라 등급화 됩니다. 역사적 발전 과정 속에서 이러한 연관이 해체되기 시작한 것은 권리관계가 탈인습적 도덕의 요구에 종속되면서부터입니다. 이때부터 각 주체에게 이념적으로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권리 인격체로의 인정이 사회적 가치부여 정도와 무관해짐으로써 두 가지 상이한 존중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호네트, 217)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1818-1892)19세기 말 존중개념에서 한 가지 구별을 시도했습니다. ‘권리 인정은 모든 인간 주체를 무차별적으로 목적 자체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칸트의 공식이 보여주듯이 개인의 의지 자유에 대한 보편적 존중과 관련된 것으로 한 인간을 그의 능력이나 특성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인격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비해 사회적 존중은 개인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개인의 능력에 대한 인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 한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경험되고 있느냐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한 인간을 권리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은 어떠한 등급도 허락하지 않지만, 그의 속성과 능력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내재적으로는 이 속성과 능력의 경중을 규정할 수 있는 척도를 전제합니다.(호네트, 218)

 

인간을 본질적으로 한 인격체로 특징짓는 능력을 확정하는 일은, 합리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주관적 조건에 대한 기본 가정에 의존합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권리 인격체로 존중할 때 여기서 인정하는 서로의 능력이 가변적일 수 있습니다. 근대 사회와 관련된 개인의 권리 요구가 차츰 확장되는 것은 도덕적 판단능력을 갖춘 인격체들의 일반적 속성의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정투쟁의 압력 아래서는 항상 합리적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새로운 전제들이 덧붙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권리 요구가 사회적 지위에서 분리됨으로써 오늘날 모든 권리질서의 전제이자 원칙적으로 어떠한 예외나 특권도 인정하지 않는 보편적 평등 원칙이 등장했습니다. 경제력의 차이와 관계없이 사회의 각 구성원들에게는 국민적 관심사를 동등하게 지각할 수 있게 해주는 제반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호네트, 223,225)

 

개인적 권리를 소유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요구들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개인적 권리는 개별 주체에게 정당한 활동의 기회를 마련해줍니다. 이를 통해 각 주체는 자신이 타인의 인정을 향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권리는 권리의 소유자에게 상호행위 상대자들의 배려 속에서 행동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기 대문에 공공의 성격을 띠며, 또한 권리 소유자에게 자기존중 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주체는 권리 인정을 경험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다른 모든 공동체 구성원과 함께 담론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인격체로 간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능동적으로 관계할 수 있는 가능성에 우리는 자기존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호네트,232,233)

 

셋째, 개인은 자신이 공동체 구성으로부터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때 사회적 연대를 경험하며, 자부심, 혹은 자긍심에 해당하는 긍정적 자기의식을 형성합니다. 인간 주체들은 중단 없는 자기관계에 도달할 수 있기 위해 정서적 사랑과 권리 인정에 대한 경험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부여를 필요로 합니다. (호네트,234)

사회적 가치의 위계질서가 어떤 생활방식과 신념방식을 열등하고 결함 있는 것으로 평가절하 하는 속성을 지닌다면, 이 가치질서는 이와 관련된 개인에게서 그들 자신의 고유한 능력에 사회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빼앗게 됩니다. 사회적 가치 부정에 대한 경험은 개인적 자기가치부여의 상실을 동반하게 됩니다. (호네트,255)

 

신분적 모형에 따라 조직화된 사회적 가치부여를 통해 개인이 도달하게 되는 실천적 자기관계방식은 자신을 개성화된 주체로 느끼지 못하며, 단지 집단 전체를 가치부여 수혜자로 느낄 뿐입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인정 경험을 통해 각 개인이 도달하게 되는 실천적 자기관계는 집단적 자부심이나 집단적 명예감입니다. 그러나 가치부여라는 인정방식이 개성화되어가면서 주체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실천적 자기관계도 변화합니다. ‘자부심이라는 일상적 표현을 통해 이야기되는 실천적 자기관계를, ‘자기믿음자기존중이라는 개념에 이어 자기가치부여라고 지칭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대사회라는 조건 아래서 사회적 연대는 개성화된 주체들 사이의 대등한 가치부여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관계의 전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등한 가치부여란 서로를 타인의 능력과 속성을 공동의 행위 수행에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게 하는 가치관에 비추어 상호적으로 관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식의 관계를 연대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이 관계가 타인의 개인적 특수성에 대한 수동적 관용만이 아니라 정서적 관심 역시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호네트,248,249)

 

개인들이 인격체로 형성되는 것은 오직 동의하고 격려하는 타자의 관점에서 특정한 속성과 능력이 긍정적으로 부여된 존재인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것을 습득하게 될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러한 속성의 범위와 긍정적 자기관계의 정도는 개별자가 자기 자신을 주체로서 인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인정 현태를 통해서 증대됩니다. 즉 사랑의 경험 속에서는 자기믿음의 가능성이, 권리 인정의 경험 속에서는 자기존중의 가능성이, 나아가 사회적 연대의 경험 속에서는 자기가치부여의 기회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호네트,317)

 



5.사회비판과 병리적 사회

 

인간은 성공적 자기관계에 도달하기 위하여 자신의 능력과 행동에 대한 상호주관적 인정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유형의 인정과 긍정적 자기의식의 관계를 전제한다면 사회적 인정이 개인의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행복한 삶의 가능조건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인정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성적 능력과 개성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 인간의 어떤 성장 단계에서 이러한 인정에 대한 무시는 심리적 균열을 만들어놓게 됩니다. 수치나 분노 같은 부정적 반응은 이 균열 속에서 나타나게 되며 무시에 대한 경험은 바로 인정투쟁의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호네트,258)

 

호네트는 개인의 정상적 삶을 전제하고 이를 왜곡시키는 사회적 조건, 내지 사회적 현상을 병리적으로 규정합니다. 현존하는 사회가 구성원들의 삶을 왜곡하고 병들게 만든다면 이는 병리적 사회로 비판되고, 구성원의 삶을 정상화시키고 건강하게 만든다면 이는 건강한 사회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삶의 가능조건인 사회적 인정이 보장된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 무시로 고통당하는 사회를 병리적 사회로 볼 수 있습니다. (문성훈,365)

 

 


6.인정투쟁과 도덕적 진보

 

현실사회에서는 비록 사회적 인정을 향유하고 있더라도 새로운 자아정체성 요구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인정질서와 대립할 수밖에 없고, 또한 기존의 인정질서에서 배제된 사람들 역시 자아실현의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실사회에 저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인정질서와 갈등하는 개인이 증가하면서 또한 이들의 갈등 경험이 일반화되고 집단화될 때 현실사회는 사회적 인정의 대상과 내용을 확장하려는 인정투쟁에 직면하게 됩니다. (문성훈,365)

 

사회적 수치나 무시당한 감정에 내포된 인지적 잠재력이 정치적 도덕적 신념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무엇보다도 관련자들의 정치적, 문화적 외부 조건이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직 사회운동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할 때에만 무시에 대한 경험은 정치적 저항 행위를 동기화하는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호네트,263) 사회 공동체에 대한 우리의 표상을 규범적으로 풍부하게 하는 도덕적 이론이나 이념은 확장된 인정관계에 대한 전망을 통하여 개인적 훼손감을 야기하는 사회적 요인을 밝힐 수 있는 해석 관점을 열어놓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이념이 한 집단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때, 무시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집단적 인정투쟁을 위한 도덕적 동기가 발생합니다.(호네트,302) 정치적 투쟁에 참여함으로써 각 개인은 모욕을 느낄 만큼 무시당했던 자신의 속성 자체를 공개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상실된 자기존중을 어느 정도 되찾게 됩니다. 또한 이에 따라 강화된 인정 경험은 정치적 공동체 내에서 연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연대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는 모든 사회적 투쟁과 갈등의 형태를 원칙적으로 인정투쟁이라는 동일한 유형에 따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네트,303)

 

인정투쟁은 새로운 인정 질서를 형성함으로써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동등한 존재로서 서로 공존하고 화해할 뿐만 아니라, 각자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건강한 사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정당합니다. 우리가 한 사회의 도덕적 진보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정투쟁을 통해 사회적 인정의 대상과 내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문성훈,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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