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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VI‑SYN3A (3A는 인공 세포의 버전명인데 3A 버전에서 복제에 성공한다)


** 이 글은 장강 48회에서 자기 소개로 말한 것을 글로서 다듬고 못다 한 말을 더한 것이다.

인공 세포(JCVI‑SYN3A)의 화학적 진화를 얘기했지만, 인공이든 자연이든 단세포의 생김새는 메타 물질로 코드화돼 환경(외부 조건)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으면 동일한 몸(의 형식)을 지닌다. 동일한 종은 동일한 몸을 지녀 외부 자극에 상응하여 반응하는 패턴(응하기)도 하나로 수렴된다. 집단적 반응 양식은 몸의 형식적 동일성에서 기원한다. 달리 말하면, 통시적으로 몸의 변화가 미미하면 코드화된다. 진화 과정에서 외부 조건의 변화에 의해 유전체의 변화라는 변이가 발생하면 기성의 반응 양식과 다른 패턴이 정신적 차원에 새로이 ‘기록’(k 선생님)된다. 어느 하나의 세포가 ‘무시받은 선구자’로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동종의 세포와 동떨어져 외부 조건의 변화를 맞이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외부 자극에 의해 유전체가 달라졌음에도 적응하여 살아남는다면 몸과 반응 양식의 변화가 생김으로써 정신적 차원에 새로운 패턴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패턴이 모두 기록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데 기록은 반복(달리 말하면, ‘동의’)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심리학이 말하는 절차기억으로 옮아오면 쉬 납득이 가능해진다. 나는 이를 어느 글에서 ‘실력: 해석에서 초월로’라고 명했다. 신경계로 인해 생성된 정신의 조각인 감각질의 패턴은 반복에 의해 생성된다. 물질의 패턴‘만’을 기반으로 생성된 감각질의 패턴은 변화가 없어 종적 차원에서 차이가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언어성을 기반으로 생성된 감각질이 섞여들면 그 패턴의 양태는 천차만별이 돼 반복의 빈도가 낮아 기록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무수한 언어 수를 생각해 보면 쉬 짐작이 가능하다. 언어성이 코드화되지 못하는 사유도 여기에 있는데 코드화가 외려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포도 몸의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반응 패턴이 생성되고 이 개체가 적자로서 외부 조건에 적응해 번식을 거쳐 개체 수를 늘리게 되면 동일한 패턴이 반복됨으로써 알게 모르게 ‘동의’를 얻게 된다. 이런 변이 과정을 거쳐 세포는 다른 종으로 진화해 나간다.

단순한 원핵 세포(박테리아)의 유전체의 일부(55%)를 화학적으로 재현하고 세포질에 배양한 인공 세포가 세대를 거듭해갈수록 원 박테리아의 유전체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우선, 인공 생명체는 물질(유전체)의 배치를 일부 동일하게 화학적으로 재현했음에도 생명으로서의 동일한 초월성을 지녔기에 생명의 특이성은 정신적 차원의 개입에서 연원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인공 생명체는 외부 조건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애써 살리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인공의 환경에서 배양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생명에 대한 외경이 졸아들 수 있겠다. 다른 하나는, 인공 세포가 원 박테리아의 유전적 정보를 복원하려면 물질(양자)의 패턴 기록은 개체를 넘나드는 정신적 차원에 기록되어야 한다. 즉 생명에는 물질적 차원의 외부를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몸(유전체)의 일부 겸침(55%)을 필요로 했다는 것인데, 항상성 유지를 위해 명멸하는 양자적 패턴의 겹침이 ‘개연적 실마리’로서 정신적 차원에 얽힌 기록에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신은 몸1)이라는 주사위를 던진다’(독하)고 했다. 인공 세포의 몸이 원 박테리아의 몸과 겹침을 이뤄 그 진화(?)의 벡터가 운명처럼 정해진다. 이에 반해 인간의 몸은 언어성을 얻어 신경계의 가소성에 의해 개체마다 몸이 갈린다. 언어성에 의해 몸의 개별성이 출현하고 이로 인한 반응 양식도 갈린다. 신경계는 신생아 시기에는 신경 세포간 시냅스를 망라하고 성장하면서 외부 조건에 맞춰 불필요한 시냅스를 가지치기하며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 의해 개별성을 구성한다. 인생 초기에 무엇을 만나느냐가 중요한 사유가 여기에 있다.2) 몸피를 불려온 다세포와 다르게 단세포는 생존을 위해 작은 자극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외부 자극의 민감도는 단세포를 최대치로 시작해, 다세포로 몸피를 불림으로써 미세 자극의 수용이 비효울적인 비용으로 바뀌자 자극의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감각 기관을 만든다. 비용의 최소화다. 몸피가 커질수록 미미한 자극은 무시해도 생존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초자연(기실 초자연이라는 개념도 도착인데 우주의 시작은 점이라는 가능성의 총체였기 때문이다)에 저항하는 사유는 거대해진 몸피와 사회문화가 부여한 실내화로 인해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기원을 잊고 풍경화됐기 때문이다. 안정성의 역설로 ‘오래된 미래’(k 선생님)를 잊은 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포가 초자연 현상의 기원을 품고 있다. 물질은 페르미온이라는 양자들의 개입에 의해 일시적으로 고정(측정)돼 유지한 정신의 양태다. 의식은 양자의 패턴이 질적 도약을 이뤄낸 감각질로서 동일한 양자의 패턴이 반복되며 고정(측정)된 정신적 현상이다. 불이다. 시각은 빛이라는 고유한 파동의 반복된 유입이고, 청각은 소리 파동이라는 동일한 주파수의 반복된 유입이며, 후각과 미각은 동일한 형태를 지닌 분자의 반복 유입이다. 동일한 반복의 양자적 패턴에 의해 존재 확률(파동 방정식)이 붕괴해 고정(측정)되며 드러나는 것이 감각질이라는 정신의 조각이다.

초차연 현상이 에고와 상극을 이루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에고는 개념 호출에 의해 감각질이라는 측정을 거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질적 차원이 개입하는 방향성의 문제다. 중첩과 얽힘으로 작동하는 양자적 현상은 반복에 의해 존재 확률이 측정되는 순간 고정되며 초월성을 잃는다. 언어를 매개로 드러난 감각질은 측정의 연속이므로 측정의 부재에서 연원하는 초월적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비몽사몽간’(k 선생님)은 전술한 의미에서 특별한 위상을 차지한다. 세포막이 생명을 닫힌계도 아닌 열린계도 아닌 사이 존재를 만들었듯이 비몽사몽간은 초월도 아닌 측정(고정)도 아닌 양자적 패턴의 경계인데, 감각질을 생성한 외부 자극이나 언어성(개념 호출)을 매개하지 않고도 감각질로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초월성을 띠는 꿈은 주체가 에고(언어성)도 외부 자극(물질의 패턴)도 아니기에 기의가 아닌 기표로서 작동한다. 그렇기에 기의는 청각 기표로서 작동하거나 동일(유사)한 패턴을 지닌 기표로 치환된다.3)

에고는 언어성을 기반으로 작동하기에 이미지(기표)의 얽힘으로서 작동하는 초월적 사고를 할 수 없으며, 초월적 현상은 시간성이 부재한 채 얽힘으로 작동하기에 언어성(기의)이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애초부터 작동 방식이 상이해 만날 일도 드문 셈이며, 만나더라도 에고는 인과율을 위배할 수 없다. 필경 그 예측은 개입할 수 없거나 사후적 개입이 되기에 미래를 예측했다고 우기더라도 현상을 바꿀 수 없어 별무소용이다. 에고(좌뇌)의 개입은 언제나 사후적이고 초월성(우뇌)의 개입은 항용 인과를 알 수 없다. 초월성은 ‘패턴지와 조감(藻鑑)’(k 선생님)이라는 직감의 형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상식과 다르게 말 자체는 사후성을 띠거나 작위적이며 그 적실함을 검증할 수 없다. ‘모른다-모른다-모른다’(k 선생님), 구조적으로 모를 수밖에 없다. ‘모든 해석은 실패한다’(k 선생님). 정신의 개입은 초월과 해석 뿐이다. 하나 마나 한 소리지만 이 글의 관심사인 세포의 작동 방식은 초월성을 띤다. 의식화(표상)라는 측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세포는 에고라는 자기 개입이자 사후적 관여가 부재하기에 코드화가 가능한 것이다.

인간이 언어성(사회성)을 얻은 덕에 코드화를 넘어 정신적 차원에 새로운 양자적 패턴을 기록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렸지만 동시에 억압(문명의 불만, 이중 구속, 초월을 우회한 해석이라는 에고)이(가) 뒤따르게 되었다. 에고는 자신의 기원을 잊(잃)은 채 초월성에 저항한다. 비용의 최소화를 향하는 에고는 자연스럽다. 심리학자들이 ‘진실 기본 값 이론’(데이비드 불러, 티모시 레빈)을 말하고 생물학자가 ‘믿음의 엔진’(루이스 월퍼트)을 말하는 배경에는 외부의 물리적 패턴을 잡아채며 양자적 패턴을 연결하는 초월적 메커니즘이 말의 출현이라는 사후성(해석)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세포 또한 이 이론들에 충실하다. ‘공대할 타자’를 말했지만 오롯이 안정성의 역설로 공대할 타자가 부재한 ‘에고만이 증상으로서 저항한다’. 몸피가 작은 세포나, 남성에 비겨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여성이나, 양육자의 수발로서 에고가 재공중(在工中)에 있는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을 수밖에 없어 초월성에 근접한다.4) 그들 주변에는 생존을 위한 공대할 타자가 그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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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을 다른 말로 하면 ‘기질’이다. 몸은 쉬 바뀌지 않는데 억겁의 역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매체 정치를 동반하면 코드화(계통 발생적 형식)도 메타화(개체 발생적 형식)로 역치를 넘어설 수 있다. '호흡에 의념을 둔다'는 것이 그런 것인데 과학적 용어로 풀면 자율 신경계에 언어성으로 패턴을 묶어 메타화하는 것이다.

2) 코드화로 몸의 형식을 전하는 계통 발생적 진화와 다르게 말이 개입하는 신경계는 개체 발생적으로 구성된다. 언어성이 스며든 개체 발생적 진화는 체세포적 변화이기에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 이로써 동뜬 정신이 일궈낸 인간의 정신적 산물은 형식의 겹침이라는 비용을 거치지 않고서는 그 타자성에 다가갈 수 없다. 앞서 세포가 55%의 형식의 겹침으로 원 박테리아의 유전체를 복원해 냈듯이 형식의 일부 겸침을 위한 성좌로서 고전이라는 타자의 말과 전통으로서의 형식을 내재화하려는 간단없는 행지가 필요하다. 인간의 정신이 이뤄낸 똥든 정신의 대를 잇기 위해서는 선별된 문화로서 고전과 전통을 매개해야 한다.

3) 강의 중에 선생님께서는 꿈에서도 정교한 언어로 강의가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선생님의 언어가 에고의 개입(측정)이 부재하는 ‘알면서 모른 체하기로서 말하기’이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언어성도 이질적 차원이 개입하는 방향성의 문제(‘하는 말’인 해석이냐 ‘나는 말’인 초월이냐)인데 언어는 기의인 한편 청각 감각질로서 기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4) 물론, 저항 없는 타자성의 내재화가 부른 폐혜는 각종 사이비 종교 단체가 드러낸다. 에고가 자리잡지 않은 유아 시기에도 저항 없는 타자성의 내재화를 보이는데 주양육자의 가치관이나 사회문화적 가치관이 저락하면 그 폐혜는 사회적 병폐로서 드러난다. '자본과의 창의적 불화'(k 선생님)를 위해서는 자본의 언어가 잠식한 사회문화적 언어성을 정화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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