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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子曰: 其爲人也孝弟而好犯上者, 鮮矣. 不好犯上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 <논어>

어리석었다. 제사라는 형식을 고루한 전통이라 여겼던 것 말이다. 비록 자신의 조상들이 현자는커녕 어른에 가깝지 못하더라도 뿌리를 경원시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만 혹여라도 누군가 이 땅에 태어나 빛을 보기 전 무엇 하나라도 틀어졌다면 그(녀)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삶이 시작되기 전의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쉬 비판하며 부정할 수 없는 사유가 여기에 있는데 하물며 조상은 말해 무엇한단 말인가. 인(因)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면서도 존재의 기반이므로 근원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 자신의 삶을 저당잡지 않은 부정의 시늉은 허위의식일 뿐이다.

유교의 상례와 제례는 이에서 비롯하는데 인(因)은 혈연 관계로‘만’ 졸아들지 않는다.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기 전의 인(因)은 생후의 연(緣)과는 사뭇 다르게 선악과 시비와 공과를 떠나 ‘존재론적 감사’(k 선생님)를 밑바탕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이것은 감상에 의한 것이 아닌 존재에 개입하는 인연(因緣)의 생기(生起)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하루(아니 1초)라도 먼저 삶의 빛을 본 어른[長]의 경우는 그 거리감과 무관하게 모두 선대의 인연(因緣)과 엮여 자신의 인(因)으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이에서 연원하는데 이것은 예(禮)의 출발점이며 자신(의 기원)을 존중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록 인연의 생기가 그렇더라도 ‘자라지 않는 어른’(k 선생님)이 난무하는 세속에서 ‘공대의 정신을 회복(克己復禮)’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신의 뿌리를 거부한 자[好犯上者]들(의 자손)이 득세하는 세속에서 물질의 대물림 너머 정신의 대물림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시대의 기득권은 전통의 청산을 기반으로 그 빈자리를 물질로 축재해 온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뿌리는 정신적 뿌리 없음이 근원인데 배금주의라는 이데올로기와 역사 왜곡은 이 뿌리 없음의 실체를 감추기 위한 고군분투다. 그들로서는 그들의 뿌리에 대한 부정은 자신의 부정으로 이어지니 자연스러운 처사다.

전통의 청산이 빌미가 돼 ‘존재론적 감사’가 물화의 임계치에 되잡힌 꼴이 ‘짱구와 괴물[好作亂者]’이 그득한 작금의 세속이다. 몽양의 시대를 거치며 스러져 간 갈 곳 잃은 영혼들이 깃들 장소를 마련하지 못한 혹독한 대가를 이제사 뒤늦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인연생기란 자신의 뿌리마저 거부한 자[好犯上者]들도 후대[好作亂者]에겐 뿌리가 될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말한다. 그럼에도 공부하는 이라면 자기 개입의 무지에서 비롯하는 인간만이 절망’(k 선생님)인 세속에서 나(만이)라도 희망’(k 선생님)이 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은 할 수 있다. 그 최소 윤리의 시작은 밟고 서 있는 터에서부터 ‘공대(할 타자)를 잊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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