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95.jpg
<사진은 는길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명예의 전당: 새로운 천사

이번 식사는 두 번째 맞는 potluck 이자 금시암에서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 자리가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빈 자리로 인해 그리움이 드리운 자리기도 하였고, 마침 금시암을 찾아준 빈이 있어 반가움이 샘솟는 자리기도 하였습니다.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학들 속에 뒤를 돌아보는 동학이 있어 눈길이 갑니다. 동학의 모습에 틈을 타 벤야민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언급한 파울 클레의 <새로운 천사>가 떠올랐는데 이것은 아마도 <속속>에서 근현대사 인물들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일 겝니다. 벤야민은 퓌스텔 드 쿨랑주라는 역사가의 말을 인용해 ‘만일 그가 지나간 어떤 시대를 추체험하고자 한다면 이후 역사의 진행에 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머리에서 떨쳐버려야 할 거라고 제안’합니다. 역사적 유물론은 ‘감정이입’을 파기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역사주의적 역사가가 감정이입하는 대상이 역사 속의 승리자이자 그들의 후예로 기울기 때문입니다. 벤야민은 이런 전승에서 비켜서 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며 잊혀진 정신의 가능성을 살피는 것을 역사적 유물론자의 과제로 봅니다. 

앞선 맥락으로서 장숙 ‘명예의 전당’에 두 인물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번 속속에서는 몽양 여운형 선생에 이어 두 번째 인물로 민세 안재홍 선생이 올랐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 땅의 역사 속 인물을 공부하면서 공부길에 끼친 영향이 다대합니다. 불운한 역사 속에서 이 나라가 거치지 못한 ‘심층 근대화’(k 선생님)의 의미를 개념으로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서 이를 벗어나기 위한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마련해 주신 속속 공부를 계기로 친일 잔존 세력과 그들의 후예라는 역사의 승리자가 서술한 역사를 거슬러 솔질하며 그들의 역사(교과서)에서 기록되지 못했던 정신의 숨결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승리자의 정당화 기제로 말미암아 전통의 청산이라는 빌미로 목욕물과 함께 쓸려간 동뜬 정신의 맥들이 침묵 속에 소생을 위한 후예의 손(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두 인물의 공부는 이 땅의 불운한 역사 속에 잊혀진 정신의 맥을 잇기 위한 길이자 심층 근대화를 위한 길로서 여기게 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강학과 제향 사이의 피드백식 증폭효과와 잊혀진 공부로서 경사법이라는 ‘인연으로서의 공부’를 장숙이라는 공부 자리에서 현재적으로 전유하기 위한 제도이자 매개가 ‘명예의 전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장숙의 공부는 이 땅의 역사를 넘어 세계적 정신을 향합니다. 이는 공부하는 자로서 마땅한 일이지만 이 땅에 살며 일상 속에 뿌리박힌 상처를 체감하고 있는 자로서 현재 자신이 처한 맹점의 자리를 굽어보기 위해서라도 이 땅의 불운한 역사를 거슬러 살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조심스런 솔질 속에 승리자에 의해 씌여진 문화(야만)의 기록에서 소외되고 사그라진 잊혀진 정신의 가능성을 살피고 그 불씨를 되살려 정신의 맥을 잇는 것이 빚진 자로서의 의무라는 생각이 스밉니다. 역사의 승리자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서 배금주의라는 폭풍이 거세 천사의 날개를 접을 수 없이 떠밀고 있는 세속이지만 ‘자본과의 창의적 불화’를 위한 산책길은 역사 속에 잊혀져간 정신의 가능성을 점점이 되살려 그 가능성을 창의적으로 잇는 ‘법고창신’의 지혜가 요구되어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 品粗茶 食淡饭(11), 192회 속속 file 독하 2025.10.27 175
3 品粗茶 食淡饭(12), 193회 속속 5 file 독하 2025.11.10 240
2 品粗茶 食淡饭(13), 194회 속속 7 file 독하 2025.12.01 189
» 品粗茶 食淡饭(14), 195회 속속 updatefile 독하 2025.12.15 33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