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암〉을 떠납니다.
아산시 용화동의 작은 아파트에서 2기 장숙이 시작되었습니다.
다시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신 선생님, 선생님을 도와 숙장과 회계로서 정신의 집을 지은 숙비와 단빈, 〈공부〉라는 존재의 방식을 깊이 받아들인 몇 숙인들, 대구와 세종, 서울, 구리, 용인 등 각지에서 약속에 충실히 이곳을 찾은 신입 숙인들이 2년간 머물렀습니다.
이 장소에서 자기 구제의 공부길, 근본 실용성의 공부가 분명해졌고,
수ㅇ씨, 영ㄴ씨, 연이정, 독하, 상인, 수ㅈ씨, 민ㅇ씨, 아무가 숙인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사는 일종의 ‘죽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잘한 것에 대하여도, 못한 것에 대하여도 죽는 일이라고요. 어떤 것에 대하여 죽고, 무엇을 묻고 가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사가 실감되면서 자꾸만 〈금시암〉 곳곳에 시선이 머뭅니다.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허적(虛寂) 한 존재성으로 우리의 공부를 지탱해 준 사물들이 겸허히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장숙〉이 4번째 이사를 합니다. 12월 29일, 월요일에 아산시 용화동을 떠나 〈천안아산역〉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합니다.
안내드렸듯이 28일(일)에는 입주 청소가 있습니다. 특별히 이날은 〈금시암〉에서 마지막 날이기에, 식사와 조촐한 송년 차담도 있을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