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5.22 10:33

부재(不在)하는 신

조회 수 28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그림2.jpg


 

어느 가정을 덮친 폭력과 혼돈의 현장에 있어주기를, 골수암으로 자식을 떠나보내던 어미의 기도에 있어주시기를, 아니면, 오래된 상처의 주술적 반복... 스스로 끊을 수 없어 보이던 그()의 상처를 돌봐주시기를. 

동일시되었던 만큼 무섭고 간절했던 순간들이었다. 잠이 깨고 기도가 터져나오던 사건들 때문에 어깃장 놓으며 기도를 지웠던 시간을 지나 다시 무릎을 꿇었고 두 손을 모았다.  언제나처럼 신은 부재했다. 덕분에 걸음이 빨라졌다.

“...교회도 안가고 기도도 안 해. 신적인 존재에,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이전에 나 스스로 사랑하고 스스로 일어서려고 해” A의 문자를 받아 읽으며, 새삼 부재하던 내 신의 이력에 잠긴다. 선생님께서는 사전을 찾을 때, 무엇을 모르는 그 순간이 죄 없는(덜한) 순간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돌이켜보니 내게는 기도할때가 그래도 죄가 덜한 순간이었다.


신 없이 걷는다. 하지만 이 길 끝에 내 힘으로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을 안다. 아니, 오늘 내 속에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능이 변명이 되지 않도록 힘써 걷고 또 걷다보면, 무망(無望)속에 기도를 놓을 수 있을까.  잘 봐주시라, 조금만 도와주시라, 도우려했다는 것을 조금만 알아주시라는 기도를.



  • ?
    토우젠 2019.05.22 13:22
    여러 갈래의 능선이 있고 그 길을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 세상의 끝에 서서 다시 길을 내어 갈 사람들, 사람들.

  1. 踏筆不二(2)

    Date2019.11.05 By遲麟 Views196
    Read More
  2. 虛室'' essay_1. 겸허함이 찾아드는 순간

    Date2019.10.31 By허실 Views235
    Read More
  3. 도로시(道路示)

    Date2019.10.29 By敬以(경이) Views290
    Read More
  4. 踏筆不二(1)

    Date2019.10.24 By遲麟 Views256
    Read More
  5. 踏筆不二(0)

    Date2019.10.22 By遲麟 Views206
    Read More
  6. 낭독일리아스_돌론의 정탐편

    Date2019.10.17 By허실 Views214
    Read More
  7. 踏筆不二(연재예고)

    Date2019.10.13 By遲麟 Views201
    Read More
  8. 「성욕에 관한 세편의 에세이」에 대한 단상

    Date2019.10.07 By허실 Views339
    Read More
  9. Do not be surprised if they try to minimize what happened/ Abigail Van Buren on Oct 2, 2019

    Date2019.10.03 By찔레신 Views212
    Read More
  10. 진실은 그 모양에 있다

    Date2019.10.02 By遲麟 Views204
    Read More
  11. 동시 한 편 소개합니다

    Date2019.09.30 By遲麟 Views196
    Read More
  12. Dear 숙인,

    Date2019.08.06 By형선 Views394
    Read More
  13.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한 불편함

    Date2019.07.31 By燕泥子 Views266
    Read More
  14. 惟珍爱萬萬

    Date2019.07.18 By燕泥子 Views336
    Read More
  15. <藏孰> 천안시대, 晦明齋를 열며

    Date2019.07.11 By찔레신 Views411
    Read More
  16. 花燭(화촉)

    Date2019.06.20 By형선 Views533
    Read More
  17. 정체성과 수행성

    Date2019.06.05 By형선 Views312
    Read More
  18. 부재(不在)하는 신

    Date2019.05.22 By형선 Views287
    Read More
  19. 들을 수 없음

    Date2019.04.25 By형선 Views289
    Read More
  20. 다시 기억하며

    Date2019.04.10 By형선 Views22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 16 Nex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