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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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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랜 친구, 지린의 책을 읽었다.

주인공은 중학생 남자아이 박수근인데 작가는 박수근의 뜻을 씨앗 하나가 바닷가 언덕에 이르러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하늘과 우주를 향해 천년의 시간을 품고 자라나는 한 그루 후박나무와 같은 이름이라고 설명한다. 이름이 품은 깊이만큼이나 이야기는 영혼에까지 가 닿을만큼 아름답다.

수근,상태, 향아, 한나, 네 명의 친구들은 백일장 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연습하며 써가는 중에 각자의 세상을 밖으로 내 놓는 성장통을 겪는다. "글쓰기"라는 행위는 수근을 비롯한 그들 모두에게 자신도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을 뿌리내리게 하는 매개다. 원고지 쓰는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장난스러웠던 연습도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되어 소외되었던 마음의 기억들을 연결시킨다. 수근의 "붉어지는 얼굴"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닌 타자와의 대면에서 소통을 경험하는 순간 드러나게 되는 일종의 부끄러움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은 오히려 나를 드러냄으로써만,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 가게 된 수근은 할머니가 파는 시금치를 사면서 할머니의 ""을 이해한다. 그 말은 특별할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고 수근이 닫아놓았던 방문을 열고 다가가 듣게 된 말이다. 그러나 모든 소통이 원만하게 열리지는 않는다. 이유없고 느닷없는 폭력에 대한 복수심에 수근의 붉어졌던 얼굴은 스스로의 힘(실력)으로 평안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 안팎에 있던 모든 어둠도 깜짝 놀란 듯 물러"나게 되는 순간 수근은 성장통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자신의 방을 정리하는 일은 끝이 없는 청소지만 "스스로 끝내 주어야" 끝이 나는 것처럼 글쓰기 또한 계속되는 일상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 단단히 지켜주는 수근의 이름처럼 "씨앗"이고 "뿌리"이며 ""이다. 수근과 친구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끌어내는 용기를 보여준 것이다.

"괜찮아,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있어." 향아가 한나의 글에 위로하는 장면은 오히려 "슬프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현재를 이해하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들의 위로가 수근에게 전해지듯 모든 "붉어지는 얼굴"들에게 글쓰기와 다름없는 그들 각자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따스함이 가 닿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더불어 신현이 작가의 낮은 자리의 이야기가 "하늘과 우주를 향해 천년의 시간을 품고 자라나는 한그루 후박나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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