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일정인데,
방문하고자 하는 군산과 전주의 소풍지는 촘촘했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1시경 <숙인재>에 집결, 茶를 나누고,
김밥을 먹고, 연이정이 동대구역에서 사 온 새로운 팥빵을 먹고서,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소풍길에 올랐습니다.
아, 아직 출발 전이네요.
떠나기 전에 다방에 들려서 뜨라, 아라, 아아, 뜨아, 등등 음료 하나씩을 챙겼습니다.
자, 이제 진짜 출발.

미ㅎ씨 차에는 지린, 대ㅎ씨가,
는길 차에는 선생님 그리고 연이정, 여일이 천안에서 출발합니다 !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첫 소풍지는,
우리가 애정하는 부여의 정림사탑이에요.
정림사탑으로 가고 있는 여일과 연이정.
그 사이 우리에게 '정림사탑' 노래가 생겼어요.
아, 이 노래하면 상인인데,
♬ 白江 너머 긴 바람/ 옛 기억에 붙들려
정림탑은 슬퍼라/ 노을맞아 더 붉어
함께 걷던 그 길은/ 추억 속에 묻혀도
탑그림자 너머엔/ 그대 얼굴 오롯해 ♪♩
상인을 대신해,
지린과 미ㅇ씨가 정림사탑을 돌며,
노래를 세 번이나 불렀답니다 !
노래 어떻소?
말 없는 정림사탑,
고고(孤高)한 정림사탑.
골몰하거나 집중할 때,
대ㅎ씨만의 포즈 포착.
다시 이동,
군산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익산의 만경강도 가야하고
편백숲도 가야하고
군산 역사 박물관도 가야하고
신흥동 일본식 가옥도 가야하는데,
그래도 배운대로,
Without haste, without waste !
이동하면서,
적절히 소풍 후보지를 탈락시키기로 했어요.
는길 차가 앞서고 미ㅇ씨가 뒤따르는 행렬을 유지하며,
조심조심 편백숲에 도착했어요.
이 숲은 잘 알려지지 않아, 오롯이 우리의 발자국 소리, 대화 소리만 들리더군요.
눈이 맑아지고 몸이 이완되는 듯 했어요.
그렇더라도 15분만 올라가고 15분 동안 내려오기로 합니다. 30분 뒤에는 이동 !
전주에서 기다리고 있는 단빈과 내이를 만나야 해요.
여유롭게 이 장소에 머물 날을 기약합니다.
군산 시내로 들어와, 심리 전문 책방 <쓰담>에 들렸습니다.
이용료 오천원으로 음료가 제공되고, 시간 제한 없이 장소에 머물며 책을 볼 수 있어요.
책방을 나와 군산 거리를 잠시 산책합니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폐장시간이라 들릴 수 없었어요.
지린이 그 앞에.
조금 더 다가가요 지린.
우리를 대표해서 눈도장을 찍어 주세요.
훗날 가옥 안의 정원을 함께 누리기로 해요.
군산을 떠나기 전,
<이성당>에 들렸습니다.
간식으로 먹을 빵을 넉넉히 샀어요.
배가 고파서 차 안에서 빵을 풀었어요. 빵 맛이 고르게 좋고, 특히 고로케가 맛있어요.
('맛있다'는 표현이 투박하군요.)
광주에서 온 내이가,
구리에서 온 단빈이 숙소에 먼저 도착했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어요.
다시 만난 동학의 손을 받잡고 기쁘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펴락>이라는 숙소는 전주 예술마을에 위치해 있어요. 주인장은 그림을 그리고 詩를 쓰는 분이랍니다.
방은 총 4개이고, 방마다 화장실이 있어요.
거실에는 빼곡하게 책과 초상화가 비치되어 있어요.
거실 한 켠의 사진인데, 이곳이 숙소인가 의아하실 수도 있겠어요.
그러나, 방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숙소 만족도가 높았답니다.
장숙강에 참여한 적이 있는 김ㅅ형씨의 추천으로 알게 된 숙소이고요.
짐을 풀고, 곧 바로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역시 ㅅ형씨가 강력 추천해 준 식당이었는데, '더덕 제육볶음 정식'과 '떡갈비 정식'이 일품이었어요.
이미 알려진 식당인 것 같지만,
혹시나 전주에 머물게 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한울밥상이에요 !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봄밤이 되었군요.
노오란 대문 안으로 들어가,
조금 휴식 시간을 갖고
둘러앉았어요.
봄밤의 담소를 나눕니다.
선생님께서 전주로 이주하셨다는 95년에, 다들 어디에 있었나요?
대ㅎ씨는 7살, 는길은 초등학교 4학년, 열공 고등학생 단빈과 독서실에서 살았다는 미ㅇ씨,
교도관으로 근무 중인 지린, 연이정은 두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과제 속에 있었고,
여일은 종교적 열심으로 교회에,
중학생 내이는 옆 여학교로 공을 보내고 담 넘어 공을 주으러 갔다는.
새벽 두시까지 이어진 봄밤의 대화.
그렇다죠. 봄밤 한 조각은 천금과 같아요. 春宵一刻値千金 !
밤새 평온하셨나요.
아침이 되었습니다.
오전 8시 40분. 조카 결혼식이 있어 떠나야 하는 여일을 배웅해요.

여보. 여일. 원조 여보 내이.
여일을 보내고 원두를 갈아요.
오전에는 낭독-공부를 했습니다.
<생활공부와 현명한 관념론의 길>을 지참했어요.
특별히, '신뢰'가 의제가 되었고, 이에 박진하는 대화가 이어졌어요.
'생산적 권위'는 신뢰의 가장 낮은 차원이라는데, 과연 신뢰란 무엇인가요.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토의하였습니다.
비현실적 이념으로 저 아늑한 곳에 있는 <신뢰>이지만,
더듬더듬 그곳을 향하고, 향하여 있습니다.
이제 숙소를 나설 시간이에요.
오늘 일정은 전주 한옥 마을을 둘러보고, 소ㅎ씨를 만나 차담을 나누고, 천안으로 출발합니다.
전주 한옥 마을의 안내는 선생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을 뒤따라서, 부지런히 한옥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에, 몸풀기를 하고 있어요.
한옥의 '소로'가 무엇인지,
알려주시는 선생님.

동학 박물관에 왔습니다.
미ㅇ씨는, 어제 밤에 세종으로 돌아갔다가,
오전에 다시 합류했어요.
베스트 드라이버이자 차안 밴드 단장이자,
장숙의 화원소장인 미ㅇ씨에게
길목마다, 더 잘 보이는 것은?
일단 나무와 꽃과 집인 것 같아요.
얼추 맞쥬?

사진이 흐릿해요.
누구인지 알아보시겠어요?
소풍 날, <숙인재>에 가장 먼저 도착한 연이정.
동학들이 오기 전에 장소를 돌보고 있었던 연이정.
미술관에도 들렸어요.
선생님께서 전주에 계실 때, 모임을 하셨다는 2층 집도 방문하였는데, 그 사진이 없군요.
그곳은 전시관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걸어서 한옥마을 한바퀴.

지에스이십오를 지나고.

전동 성당이 보입니다.
우리 잠시 앉아요.
성당도 근사하지만,
뒤 편의 은행나무도. 500년은 살았을 은행나무.
남부 시장도 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옥마을을 떠나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있어요.
바로, 선생님께서 추천하시는
강암 송성용 선생 서예 전시관이랍니다.
2층으로 된 전시관을 관람했어요.
선생님께서는 강암 선생 생전에
직접 만나신 적이 있다고 해요.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필체라고요.
이제 다음 행선지는 찻집인데,
그 전에
주차한 곳을 찾아가야 해요.
선생님께서 앞장 서셨고,
저희가 뒤따랐습니다.
줄줄이 좁은 골목을 들어섰는데, 선생님 외치십니다. 빠꾸 ! 턴 !
또 골목길로 성큼성큼 선생님을 따라 가는데. 다시 외치십니다. 빠꾸 !
(그대들은 뉘시길래, 잘못 들어선 길도 놀이가 되는지)
(선생님께서는 평지라 그렇다고 해발 500백미터 올라갔는데 빠꾸라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오 그런 상황은 생각하지 않겠어요)
선생님께서 전라도 전주에 계실 적에, 자주 방문하셨다는
<완산다원>에 도착했습니다.
차분히 열기를 식히고, 차를 마셨어요.
소ㅎ씨가 합류해서 차담이 이어졌고요,
이곳에서 내이와 작별하였지요.
이 기회를 빌려 숙인들에게,
한 가지, 알립니다 !
<장숙>에는 입금자명으로만 알고 있는, 오랜 후원자 김나영씨가 있답니다.
(실무는) 이 후원금을 구별해서,
이렇게 나들이를 할 때 茶비용을 조금씩 지원하기로 하였어요.
나영씨의 고마운 관심과 후원을 기리며,
덕분에 우리의 공부의 자리를 다시금 살피게 하는 그런 茶자리였습니다.
<숙인재>로 돌아오니 오후 6시가 넘었어요.
외식하려는 식당마다 예약이 다 찼다고 하니
그냥 숙인재에서 식사하기로.
짜장면과 탕수육과 짬뽕과 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고, 마지막 담소를 나누고,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나영씨의 후원금이 그러하듯,
어느 하나 당연한 것은 없지요.
모든 일정이 안전하게 끝나도록 낮은 중심이 되어주신 선생님,
그리고 알게 모르게 마음을 보태준 숙인들,
장숙의 작은 행렬에 누가누가 있었는지 다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그저 겸허히 감사의 마음을 지닙니다.
* 사진 제공: 권ㄷ환, 단빈, 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