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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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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은 첫날이 가장 즐겁다. 익숙한 생활 패턴에서 잠시 벗어난다는 자유로움과 낯선 장소에서 어떤 만남이 주어질 지 기대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늦은 오후 강원도 양양에 모두 모여 짐을 풀었다. 낯선 장소에 오자마자 어김없이 장숙만의 장소화를 한다. 멀리서 이동한 여독을 풀 겸 가까운 해변으로 마실 갔다. 하조대 해변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고즈넉했다. 투명하게 맑은 바다 속으로 아이처럼 풍덩 몸을 담그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망설였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단보선생, 아무공, 나는 저녁거리로 물고기를 잡으러 투망할 곳을 찾아다녔다. 장소를 물색하다가 투망은 어려워 그만두고 아름다운 호수를 발견하여 산책하였다. 물고기를 많이 잡아오라는 동학의 당부는 지키지 못했다. 저녁은 솜씨 좋은 동학의 청국장과 저마다 가져온 반찬으로 훌륭한 만찬을 즐겼다.     

2. 둘째 날은, 또다른 여러 즐거움이 있다. 강원도 간성에서 지역학을 연구하고 강연하는 옛 제자의 방문과 별강이 있었다. 감자로 만든 팥시루떡을 가져왔는데 무척 맛있어서 별미였다. 별강 또한 정성껏 준비해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생생하게 강의해주었다. 옛 제자의 안내로 인근의 설악산 오색약수터에서 산행을 했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단보선생은 맨발로 걷자 우리도 따라서 맨발로 걸었다. 계곡의 작은 출렁다리를 건너며 완만한 길을 걸어 멀지 않은 곳에 성국사라는 절에 도착했다. 약사여래를 모신 정갈한 법당 한 채와 마당에는 3층 석탑이 있고 한편에는 약수물이 계속 나오고 아래는 돌확이 놓여 있었다. 법당의 기단은 낮고 독특하게 한옥처럼 툇마루가 있어 우리는 길게 앉아서 잠시 쉬었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비는 음악처럼 들리고 건너편 산허리에는 안개가 피어오른다. 지금 이 곳에 신선이 있을 법한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날 저녁 식사는 가지 부침개와 카레였는데 훌륭한 만찬이었다.

3. 마지막 날은 강릉 오죽헌을 둘러본 후, 각자 집으로, 숙인재로 향했다. 단보선생과 동학은 짐을 다 부리고 나서 중국음식을 시켰다. 자장면, 짬뽕, 볶음밥, 탕수육은 훌륭했다. 외식이지만 우리만의 장소 안에서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마음에 어떤 위안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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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숙인 류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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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가는 장숙행 여행은 꾀를 내어 어떻게  자본주의와 창의적으로 불화하는지 알려주었다. 그 시작은 숙소의 장소화하였다. 숙인재에서 가져온 그릇, 조명, 천(패브릭), 다기들로, 낯선 숙소를 숙인재, 장소화 하였다. 숙인재의 조명을 배치하고 외부에서 오는 과도한 빛을 조절하기 위해 창에 천을 덧대었다. 우리 만의 빛을 만들면서, 장소화가 시작되었다. 큰 테이블을 밖으로 빼내고 다른 테이블을 벽으로 붙여서 다실로 만들어 공간을 재배치 하였다. 부엌 한켠에서는 한아름 싸온 식재료와 그릇들을 부엌에 차곡차곡 넣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장소화를 하고, 선생님의 부르심에 모두 둘러 앉져서 숙장의 공지 사항이 시작되었다. 숙장이 오늘 참석한 인원, 그리고 나중에 올 인원, 전체적인 일정, 오늘의 일정을 알려주었다. 한 사람의 이름이 호명될 때 마다,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빛, 차, 숙인으로 만든 장소, 양양의 숙인재가 도착하였다. 그러면서 2박 3일 동안 우리는 옛 동무의 이바지인 더덕구이와 도토리묵 무침을 제외하고는 매끼 해먹었다. 숙인들이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고 다같이 차려서 먹는 식사를 하였다. 으레 여행을 가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외식을 못하면 한 두끼 컵라면으로 때우는 그런 여행들이 생각났다. 공부아닌 곳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집을 짓고, 매끼 밥을 해 먹는 것, 이 모든 것이 내게는 생경하였다. 그러면서 간간이 이어지는 암연이장 공부는 내가 얼마나 선생님을 오해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새로이 배운 개념이 많았고, 선생님의 탁월한 비유와 해박한 지식이 참으로 놀라웠다. 2박 3일을 마치고 집을 다시 부스고 천안에 갈 준비를 하였다. 천안에 가기 전에 오죽헌에 들렀다. 오죽헌에 갔을 때 한옥과 관련된 단어를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갈모산방'만이 겨우 생각이 난다. 집을 만들고 그 위에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개념과 형식의 집, 숙인재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된 여행이었다. 

"행동의 내면화가 뇌이다. 인간은 말을 하고, 행동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행동은 하지 않고 말만하는 것은 어떤 죄를 짓고 있는 것일까? 말 만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 이런 불일치의 잉여는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 라고 단보 선생은 말씀하셨다.

나도 참 많은 말을 하지만, 그 중에 절반도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행동과 말이 어긋나 생기는 잉여, 이것은 내 몸에 어떻게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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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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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숙은 잠시 강원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지역의 기운(‘강원의 힘’)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지역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ㅅ식 씨가 이 지역의 지형적 특성, 문화를 받아들여 온 과정, 그리고 오랜 세평을 나누어 주었다.
'관동'과 '관서'라는 지명 구분은 금강산 철령관을 기준으로 한다. (철령관은 오늘날 북한 강원도 회양군과 고산군 사이의 철령 고개에 있던 관문이다.) 관동은 다시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영동과 영서로 나뉜다.
당연히 바다와 산이 잘 어우러져 산수가 뛰어나다. 금강산의 세계문화유산 지정(바다에서 바라본 다이아몬드산) 논의만 보더라도, 바다를 빼놓고 보면 그 가치가 반감된다. 《택리지》에서도 이 지역의 해안 백사장이 3~4km씩 길게 잘 발달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양양은 조선 말부터 일제강점기 초까지 멸치로 이름난 고장이었다. 바다에 그물을 쳐두고 육지 연안에서 당겨 올려 잡는 ‘후리질’ 방식으로 멸치를 잡았다.
문물은 일찍 개항한 원산과 경원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서와 영동은 풍토와 정서가 서로 다른데, 강원도 말씨 역시 강릉을 경계로 갈린다. 삼척 남쪽은 경상도를 닮았고, 양양과 고성은 북쪽 말씨를 닮았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 유입된 영향이자, 일제강점기 함경도 까지 어로 활동이 남긴 흔적일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말투 때문에 서울에서 간첩으로 오인당해 신고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지역 세평 중에는 “강원도 사람은 물고기처럼 놀지도, 개구리처럼 뛰지도, 뱀처럼 물지도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좋거나 아파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무신경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감정 표출에 느린 이 지역 특유의 성정을 비유한 것이다.
“자식 셋 중 하나는 스님이 되고, 하나는 범에게 바치고, 나머지 하나만 비로소 내 자식이 된다”라는 말에는 험난한 산악지대 삶의 애환이 서려 있다. 
사찰이 워낙 많아 길에서 만나는 스님은 죄다 ‘금강산 스님’이라 불렀다. 도별 노래자랑에 나온 강원도 대표가 염불을 불렀을 정도라 하니, 불교와 인연이 매우 깊은 지역이다.
백청(강릉 꿀)과 강릉 감이 유명하여, 예부터 귀한 손님이 오면 꿀물을 대접하곤 했다. 1960년대까지도 곰 사냥이 뒤늦게까지 남아 있던 곳이다.
남북 간 이념 대립과 38선 인접 지역으로서 겪은 아픔도 크다. 해방 직후의 월남과 밀항, 전쟁 직후 휴전선 경계가 불분명해 고정간첩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등, 과거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선이자 변방으로서 겪었던 아픔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고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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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빈, 임ㅁ애씨, 는길이 촬영한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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